[건강] 돌아온 ‘봉와직염’의 계절
피부 노출이 많은 계절인 한여름에는 일광 화상 등 여러 피부 질환이 잘 생긴다. 그 가운데 합병증이 심한 질환이 있다. 봉와직염이 그렇다. 연조직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피부 표면에 생긴 작은 상처로 세균이 침투해 감염이 생긴 질환이다. 심할 땐 피부가 썩거나 뼈나 혈액에까지 세균 감염이 번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한여름 무더위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모기에 물려 너무 심하게 긁는 등과 같은 이유로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세균 감염으로 봉와직염이 생긴다. 따라서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며,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습도 높고 노출 많아 질환에 취약
손·발가락 부위 발병사례 가장 많아
치료 시기 놓치면 피부 괴사로 번져
모기 물린 데 긁거나 침 발라선 안돼
8월에 봉와직염 환자 가장 많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9~2013년 봉와직염과 관련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진료 자료를 분석해보니, 계절별 환자 분포는 7~9월에 평균 13만5천명이 진료를 받아 다른 계절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8월 환자수가 5년 평균 14만2천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여름철에 봉와직염 환자가 많은 이유는 습도가 높아 피부에 세균 번식이 쉽고, 피부 노출이 많아 상처를 잘 입거나, 모기에 물린 부위를 심하게 긁다가 피부에 상처가 생겨 봉와직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질병이 보통 노인층으로 갈수록 환자 발생이 많은데, 봉와직염은 나이대와 관계없이 골고루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에 관계없이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3년 기준 나이대별 환자 점유율은 50대가 16.2%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40대 14.8%, 30대 12.6%, 20대 10.4%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위별로는 손가락이나 발가락과 같이 신체말단 부위에 생기는 경우가 전체의 26%가량으로 가장 많았다. 손가락에는 상처가 잘 생기고, 발가락은 무좀이나 짓무름이 봉와직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서다. 과거에는 군화를 신어 발의 위생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군인들 사이에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었다.
봉와직염 환자는 2009년 99만8천명에서 2013년 약 115만2천명으로, 최근 5년 동안 15.5%가 증가했다.
대부분 항생제 치료로 좋아져
봉와직염이 생기면 원래 상처가 있던 곳에 피가 몰려 피부가 빨갛게 변하는 홍반이 생긴다. 만지면 따뜻한 열기가 느껴지며, 누르면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할 땐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온몸에 오한이 생기기도 한다. 빨간색을 보이던 홍반이 점차 자주색으로 변하면, 출혈이 있거나 피부 조직이 썩는 괴사가 진행된다는 뜻이다.
봉와직염은 별다른 질환을 동반하지 않을 땐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므로 쉽게 낫는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피부 괴사를 비롯해 세균 감염이 골수나 관절 등으로 번지거나 혈액에까지 감염이 퍼지는 패혈증이 나타나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초기 치료를 받은 뒤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으므로 완치될 때까지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특히 다리에 생겼다면 걷거나 운동을 하는 등 발에 무리를 주면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발을 의자나 베개 등에 올려놓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피부 긁지 말고 청결히 관리해야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피부에 세균이 보통보다 더 많이 번식하지 않도록 하려면, 자주 씻고 잘 말려서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다리나 팔 등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등산이나 캠핑을 할 때에는 긴 바지나 긴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무좀이 있는 부위로 세균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특히 발가락 사이의 무좀은 잘 치료해야 한다.
피부에 상처가 났다면 연고를 바르고 소독된 밴드를 붙이는 것이 좋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이나 모기기피제를 쓰도록 하며, 모기에 물렸을 때 침을 바르는 행위는 금해야 한다. 침과 손에 있는 세균이 모기 물린 자리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특히 어린 영유아일수록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구대원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