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저녁에 속초에 도착하는 라이딩을 하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자전거를 끌고 나가 김포를 지나 강화도를 한바퀴 돌고 해 저물어 서울로 오는 라이딩은 기본. 안면도도 갔고 대전도 갔으며 경기 가까운 강원도 어지간한 곳은 다 자전거로 다녔다. 광명에서 강남 삼성동까지 왕복 60km를 자전거로 출퇴근했고 하남으로 이사한 뒤에도 서초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자전거의 무게 100g을 줄이는데 월급의 절반을 투자했으며 그 해의 뚜르 드 프랑스 우승팀 져지를 살까 늘 고민했고 쫄바지를 입은 채로 마트를 활보했었다.

 

'내 힘만으로도 이렇게 멀리 갈 수 있구나'가 주는 아주 단순하고 짜릿한 성취감. 안장 위에 앉아 허리를 숙이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클릿으로 몸과 일체화된 페달을 끝없이 돌리다보면 문득 에고가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러너스 하이'가 주는 비틀린 쾌감. 중요한 건 속도였고 속도였으므로 내리막길에서도 페달을 밟아 자동차를 추월하곤 했다.

 

그랬으나 이제는 마흔 중반.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걸 안다. 싸이클을 팔고 새로 장만한 자전거는 기어도 없고 속도계도 없지만 아이의 단순한 자전거와 닮았다.

 

7년을 기다려 오늘, 아들과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아내 꿈꾸는 식물의 라이딩 후기---------------------

 

드디어 실현된 가족 라이딩~!

오랜만에 저지까지 꺼내입고
(차마 쫄바지까지는 못 입고)
간식과 물을 (아빠) 배낭에 메고
짙은 초록 들판 사이 2차선 도로를 ...
우리끼리만 달려가다보니
'평화롭다'는 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어느새 형민이가 이렇게 컸나.
보조바퀴 뗀 기념으로 사준 새 자전거 타고
바람처럼 씽씽 달린다.

신이 난 아빠는 이제 조금 있으면 형민이 데리고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할 수 있겠다며 꿈에 부풀어 있다.전국일주 마치면 아빠의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중국의 천장지구, 차마고도를 자전거로 같이 달려보겠다나. 예전부터 꿔오던 꿈이긴 한데 오늘 몇시간 달리고나서 저녁도 못먹고 뻗은 아빠를 보니 글쎄...

형민이가 엄마 아빠랑 가면 재미 없어서 싫다고 할 때까지 부지런히 같이 다녀야겠다. 사실 얼마 안남았다. 벌써 동네 형아들이랑 놀기 좋아하니.
그 이후에는 다시 부부 라이딩이나 슬슬 하면서 자전거타고 영주 가서 순대국이나 먹고 와야지 ㅎ
 
자전거-1.jpeg

 

자전거-2.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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