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2개월 정이(아들)와 11개월 재이(딸)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부끄럽지만 동화집 한 권을 출판한 동화작가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모든 부모들이 느끼듯이 '오~ 우리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다니!'하며 감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동화쓰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와 대화해서 소재를 정하고, 줄거리를 찾고, 그림도 그려 볼 심산입니다.
아직 한 번도 해본적이 없기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합니다.
베이비트리에 그 과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마트에서 무심코 산 괴물모양의 모자가 있었습니다.
정이가 모자 쓰기를 싫어하니 재미를 붙여주려고 장난을 쳤습니다.
정이가 모자를 쓸 때마다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며
"와! 무섭다. 도망가자. 괴물이다. 괴물! 으아아~"
아이는 재미있어 했습니다.
정이는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모자를 썼습니다.
그런데 정이가 저한테 야단 맞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괴물모자를 찾아오더니, 제 앞에서 당당하게 외치는 것이 아니겠어요?
"엄마가 자꾸 무섭게 하면 난 괴물로 변할 거야."
정이는 심각한 얼굴로 천천히 괴물모자를 썼습니다.
그러더니 '나 어때? 무섭지?'하는 표정으로 엄마를 노려보았습니다.
저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무섭다......."
정이는 '거 봐.'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습니다.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아이에게 엄마가 혼내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괴물모자를 소재로 동화를 써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43개월 아이에게 이야기를 이끌어내야 할지 알 수 없었지요.
더군다나 정이와 제게는 단 5분도 집중할 시간을 주지 않는
11개월의 재이가 있었습니다.
며칠 전, 마음먹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정이를 데리고 와플가게에 갔습니다.
정이가 좋아하는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천천히 이야기를 이끌어낼 심산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장난감이 많아 아이와 길게 이야기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입니다.
<정이와의 대화>
엄마: 괴물모자를 쓰면 어떻게 되요?
정이: 괴물로 변해요.
엄마: 누가요?
정이: 정이가요.
엄마: 어떨 때 괴물모자를 써요?
정이: 햇빛이 강할 때요.
엄마: (오잉?) 괴물로 변하면 어떻게 되요?
정이: 눈은 이렇게 변하고(무섭게 치뜬다), 하악 소리를 내고, 사람을 잡아먹어요.
엄마: (히익!)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요?
정이: 괴물은 로봇이랑 싸워요. 그런데 에이스라이트닝(BBC 어린이 드라마에 나오는 영웅)이랑, 아이언맨이랑, 헐크랑 이겨요.
엄마: (헉! 지난 주말에 삼촌이 보여준 어벤져스.....ㅠㅜ) 엄마가 화낼 때도 괴물모자를 쓰지요?
정이: 네. (이미 아이스크림 삼매경. 엄마 이야기에 더 이상 관심 없음.)
마치 정신과 상담처럼 변해가는 대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중단했습니다.
생각보다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