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주적

자유글 조회수 4685 추천수 0 2014.04.09 07:49:48
농부의 주적은?

병충해? 태풍? 중국산 농산물? 농협? 가카?!!

텃밭이라도 가꾼 이는 안다. 농부의 주적은 '풀'이다. 인류 농업의 역사는 풀과의 싸움을 기록한 대하서사 난중일기. 우리가 심고 가꾸는 모든 작물은 풀에 비해 열세다. 고추모 옆에 난 바랭이 한 포기를 안뽑고 지나쳤다면 수확은 기대난망. 고추모가 1cm 자랄 때 바랭이는 5cm쯤 자라 고추를 덮는다.

시골 할매들 허리가 저리 굽은 것도 평생 호미들고 쪼그리고 앉아 김매기 한 탓이고 옥수수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도 제초제에 견디도록 하기 위해서다. 풀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자연농법이나 태평농법처럼 풀과의 상생을 도모한 농사가 있지만 모든 작물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유기농의 인정범위는 나중에 다투기로 하고 제초까지를 손으로 해야하는 유기농 농사라면 곧 간단한 산수 문제에 부딪힌다.

손으로 제초하며 농사 지을 수 있는 한계 면적은 대략 2,000평. 밭 300평 한 마지기에 평균 기대소득은 100만원. 따라서 유기농하자고 손톱이 빠지도록 풀을 뽑았는데 새우깡 한 봉지 맘 편히 못 사먹는 사태를 피하려면 '유기농' 딱지가 붙은 감자 값이 최소한 지금의 5배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 그런데 가뜩이나 비싼 마트 감자에 확인도 안되는 '유기농' 딱지를 어찌 믿고 지금 값의 다섯배?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

그래서 덮었다. 검은 비닐. 당신이 유기농 감자를 5배 비싸게 사주지 않을 것 같아 저렇게 비닐멀칭을 해서 풀이 못 자라게 했다. 나 역시 습관적인 비닐멀칭에는 결사 반대하지만 바랭이 명아주 여뀌가 자라는 속도를 보면 자꾸 식충식물이 사람 잡아먹는 호러무비가 떠오른다. 그래도 비닐멀칭이 마음에 걸려 저 작은 밭에 15톤 트럭 3대분의 발효거름을 넣고 유기농 흉내를 내었다. 그러니 좀 봐주시라.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이상은 비닐멀칭에 대한 구차한 변명. 어쨌거나 감자와 찰옥수수는 다 심었다.

- 농부 통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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