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통신 11
무량수전 아래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이름이 어찌나 크고 유명한지 속세 사람들은 부석사 아래에는 스님들만 사는 줄 알았더라. 이웃 마을 사는 변아무개도 초등시절 봄가을로 부석사 소풍 가고 커서는 절 아래 마을로 목욕하러 다녔으되 거기에 사람 사는 줄 몰랐더니
부석사 아래 마을 부석에는 오래된 교회가 있다. 1964년 준공이라 써 있으니 오래라기엔 민망할까. 이른 봄은 교회 앞 뜰에 가득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건 참 오랜만인데 영주나 서울 아닌 읍내에서의 결혼식 자체가 또 오랜만이라 결혼식은 마을 잔치.
축의금을 내고 밥 먹으러 가고 서로 반가워 안부를 묻는 그 한켠에 서서 볕을 즐기려니 문득 교회가 보인다. 헐거워라. 저리 헐겁게 50년을 어찌 버텼누. 교회는 시간의 한켠에 오래오래 말 없이 서 있어야 생기는 너그러움이나 헐거움 같은 것들로 충만하다.
몇 백년 무량수전에 댈 바 아니겠지만 '부로꾸'로 견딘 50년은 또 얼마나 신산했을까. 절 아래 마을에 간신히 전도를 하고 가까스로 신도를 모으고 어렵게 돈을 모아 기신기신 쌓아 올린 교회. 부석사의 그늘은 넓고 큰데 그 그늘 아래에서 크리스천으로 사는 일의 고단함. 교회의 십자가 탑이 저리 날카롭고 가파른 것은 당시 교인들 마음이 그랬던 탓이었겠지.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부로꾸' 나르던 소년이 할아버지 되어 손녀 더불어 예배를 보러 오고 또 한 시절이 지나 그렇게 날카롭던 저 첨탑도 저리 헐거워지고 너그러워졌나니 부디 사는 일도 그리 되었으면. 사는 일의 가파름과 갈피없음도 헐겁게 하시고 다만 너그롭게 하실지니.
무량수전 아래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의 이름이 어찌나 크고 유명한지 속세 사람들은 부석사 아래에는 스님들만 사는 줄 알았더라. 이웃 마을 사는 변아무개도 초등시절 봄가을로 부석사 소풍 가고 커서는 절 아래 마을로 목욕하러 다녔으되 거기에 사람 사는 줄 몰랐더니
부석사 아래 마을 부석에는 오래된 교회가 있다. 1964년 준공이라 써 있으니 오래라기엔 민망할까. 이른 봄은 교회 앞 뜰에 가득하고 교회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건 참 오랜만인데 영주나 서울 아닌 읍내에서의 결혼식 자체가 또 오랜만이라 결혼식은 마을 잔치.
축의금을 내고 밥 먹으러 가고 서로 반가워 안부를 묻는 그 한켠에 서서 볕을 즐기려니 문득 교회가 보인다. 헐거워라. 저리 헐겁게 50년을 어찌 버텼누. 교회는 시간의 한켠에 오래오래 말 없이 서 있어야 생기는 너그러움이나 헐거움 같은 것들로 충만하다.
몇 백년 무량수전에 댈 바 아니겠지만 '부로꾸'로 견딘 50년은 또 얼마나 신산했을까. 절 아래 마을에 간신히 전도를 하고 가까스로 신도를 모으고 어렵게 돈을 모아 기신기신 쌓아 올린 교회. 부석사의 그늘은 넓고 큰데 그 그늘 아래에서 크리스천으로 사는 일의 고단함. 교회의 십자가 탑이 저리 날카롭고 가파른 것은 당시 교인들 마음이 그랬던 탓이었겠지.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부로꾸' 나르던 소년이 할아버지 되어 손녀 더불어 예배를 보러 오고 또 한 시절이 지나 그렇게 날카롭던 저 첨탑도 저리 헐거워지고 너그러워졌나니 부디 사는 일도 그리 되었으면. 사는 일의 가파름과 갈피없음도 헐겁게 하시고 다만 너그롭게 하실지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