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

조회수 4658 추천수 0 2014.02.12 00:01:31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을 읽고 리뷰를 올리다가 다른 분들이 올리신 글들도 읽게 되었다. 그래, 맞아. 이 책은 여행이 주가 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일상의 삶 속에 여행이 끼어있는 듯 했다. 처음 책 제목만 봤을 때는 누군가 멋진 여행을 하고 오셨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러움이 앞섰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상의 행복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 한 부부의 이야기였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해볼까란 생각을 아예 안하려고 했던 이유, 먼저 당장 꼭 필요하다고 못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학원이 대학의 돈벌이로 전락한 것 같은 현실에 동참할 수없다는 괜한 거부감으로 나를 합리화하기도 했었다. 며칠 전 친구와 나눈 이야기를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 옮겨보면, 친구가 알고 지내는 한 엄마가 있는데 자기보다 가르친 경력이나 다른 무언가를 봐도 더 내세울게 없을 것 같은데 그 엄마에게 책을 써보시겠어요?란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친구가 무슨 차이일까 생각해보니 '아하, 대학 간판이구나.' 싶었다는 거다. 그 엄마가 학사는 어디를 나왔는지 모르지만 석사를 소위 사회에서 더 알아주는 학교에서 했다고. 학원강사도 '서울대'란 간판을 걸면 더 먹히는 것처럼 말이다. 간판을 무시 못하는 사회라고.


이 책을 읽은 후 이런 저런 생각들이 좀 정리되었다. 요즘 책을 내는 이가 많다.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들을 비롯해 연애인들, 일반인들도 자신의 이름이 실린 책을 내고 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냈느냐도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스팩이다. 그러나 이 많은 책 중에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책은 어떤 책일까? 어떤 간판을 가진 사람의 책이라기보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의 책이라는 것으로 생각이 모아졌다.  

 

뭐 이 정도의 간판을 가진 사람이 책을 써야지 독자들이 읽지 않을까 싶지만 그런 간판을 가진 사람의 모든 책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간판이 있는 사람, 또는 태어나면서 모든 것을 누리는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도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자신만의 무언가가 책에 녹아 있어야 한다. 사회를 따뜻하게 보듬을 줄 아는 눈을 갖고 있구나, 좀 더 큰 그릇이구나, 역시!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간판이 좋고, 소위 백이 좋다하여도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오히려 간판도 백도 없는 사람의 책일지라도 뜻밖의 감동과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면 그런 책을 독자들이 더 찾지 않을까.

 

호주? 호주여행기라고? 호주에 사는 친구도 있으니 가기 전에 미리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라며 가벼운 맘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책의 시작과 함께 반전이 왔다. 멋진 호주의 모습을 직접 보셨구나라는 부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신의 일상의 행복을 찾아 치열하게 살아왔구나란 그 열정이 더 부러웠다. 자신들의 평범함을 내려놓고 여행을 계획하고, 워홀러로 살면서 준비하고, 여행 중에 틈틈히 기록하고, 그 기록을 1인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기까지의 이 부부의 삶이 사회의 장벽을 이겨내는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이야기를 누가 써주지 않을까란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완성해낸 것이다. 멋지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글을 쓸때도 다른 것이 아닌 치열한 내 삶이 먼저 담길 수 있는 글을 써야한다고! 최근 내 생활을 돌아보면서 숨고 싶다가도 다시 내 삶에 열정을 쏟아보자고 나 자신을 다독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빨리 후기를 올려야지라며 들뜬 마음으로 후기를 올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책과 함께 이어지는 생각의 실타래가 술술술 풀리더니 글로 옮겨놓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것 같아 따로 메모를 해두었던 후기2 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808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100일 학교잔치- 따말 한마디"네가 자랑스러워" imagefile [9] pororo0308 2014-02-25 5048
1807 [자유글] 인천 앞바다의 반대말은? [1] 양선아 2014-02-24 17634
1806 [자유글] 겨울왕국이 남긴..엄마의 피로 [2] mojing 2014-02-24 5381
1805 [호주와 나]를 읽고 - 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2] 윤영희 2014-02-22 4025
1804 [자유글] 책,팥,손편지가 든 2차선물이 드디어 도착! [3] 윤영희 2014-02-21 4193
1803 [자유글] [*우리끼리이벤트*] 겨울왕국의 모든 것 베이비트리 2014-02-21 4594
1802 [자유글] [*우리끼리이벤트*] 엘사와 안나 imagefile [3] anna8078 2014-02-20 13268
1801 [자유글] 휴가 내고 놀러가려고 했더니 imagefile [1] 인디고 2014-02-20 4501
1800 [건강] 나이를 믿지 마세요 imagefile anna8078 2014-02-19 10211
1799 [자유글] 아이들의 희생, 언제까지일까요? [1] 윤영희 2014-02-18 4795
1798 [자유글] 뮤지컬 In house!! [2] 분홍구름 2014-02-18 4377
1797 [자유글] 집 현관 앞이 겨울왕국 imagefile 윤영희 2014-02-16 6870
1796 내 마당이 있어 더 아늑한 셋집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2-13 7372
1795 [요리] 지금 가장 앞서가는 메뉴, 밥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2-13 7814
1794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자매, 세상 부러울 것 없어라~ imagefile [5] pororo0308 2014-02-13 6833
» 후기 2 [5] 난엄마다 2014-02-12 4658
1792 [책읽는부모] [책 속의 한 줄] 열심히 하고 연연해하지 않기 [6] 양선아 2014-02-11 5694
1791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을 읽고 - 후기 1 [7] 난엄마다 2014-02-09 4150
1790 [선배맘에게물어봐] 아이의 상처자국, 이럴땐 어떻게 하시나요? imagefile [3] 윤영희 2014-02-09 6467
1789 [자유글] 눈의 나라가 된 도쿄 imagefile [4] 윤영희 2014-02-09 12109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