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이 책을 다 읽었어요.

막 푸욱 익은 따끈따끈한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먹은 느낌입니다. 뜨거워서 입안이 얼럴럴하지만 꿀맛같은 고구마.

 

넉넉한 가정에서 넉넉하게 자라지 못한 탓은 아니겠죠. 불혹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주변에서 여행이나 문화생활을 맘껏 누리면서 지내는 사람들을 접할 때면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그들에겐 든든한 경제적인 백이 존재할거라는 생각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요 저보다 어려보이시는 분이 여행도 많이 하셨고 이번에 책도 내셨다니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내심 뒤에서 받쳐주는 뭔가가 있었을지도 몰라라는 부러움과 불편함이었어요. 제 삶에서 깨야하는 제 껍질인데 참 잘 붙어있네요^^;

 

막상 책을 펼쳐 읽으면서 그랬던 제 맘이 녹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넉넉하게 실려있는 아름답고 큼직하고 생기넘치는 사진들에 홀딱 반했어요. 그 다음은 워홀러로 포도농장, 고기공장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일들, 거리낌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일상의 표현들, 솔직함에 제 자신이 진정 부끄러워질만큼 제 맘이 녹아내렸답니다.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온 당신이 누려도 될 만한 행복을 누린 것이라고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어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상과 문득문득 드는 감정과 생각이 여행 내내 자연스럽게 담겨있어서 호주 여행기이면서도 술술 읽히는 소설같은 느낌으로 재밌게 읽었답니다. 호주로 이민 간 친구가 sns에 올려주는 글과 사진이 오버랩되면서 읽는 내내 책 앞쪽에 있는 호주 지도를 흘깃거리며 함께 일주를 했어요. 책에 있는 지도로는 부족해서 호주 전체 지도를 찾아가며 따라가기도 했지요.

 

책을 매개로 나라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 난 할 수 있을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 내 글에 비추천을 눌러놓은 걸 보면 안그런척 하고 싶지만 소심해지는데 이런 내가 작가처럼 내 생각을 거침없이 내 생활을 거침없이 쓸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딱 맞는 표현들을 적재적소에 잘 써놓았을까! 이 정도의 글을 쓰려면 여행하면서 얼마나 부지런히 메모를 남겼을까?에 감탄하며 내 생활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답니다.  

 

벌써 1월하고도 2월이 이만큼 지났네요. 다시 한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충전시키며 내일을 출발하려고 합니다. 엘리사벳님, 감사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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