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6703_602936119774611_187719823_n.jpg

 

삼일 동안 우리집에서 준영이를 돌봐주던 엄마가 돌아가는 편에

아이도 카시트에 태워 보냈다.

 

다음주로 계획하고 있는 첫 책의 인쇄날짜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다보니

도저히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기도 했고,

두통이 심하고 냄새에 민감해진 임신 초기 증상에

감기까지 겹쳐 골골거리는 걸 보다 못한 엄마가 내린 처방이었다.

 

몸을 씻기고,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려주고, 옷을 입혔다.

커다란 가방에 일주일치 분의 겉옷과 속옷,

아기띠와 간식으로 먹을 검은콩두유, 현미뻥과자를 담았다.

기저귀는 아예 커다란 봉지째 챙겼다.

 

주말동안 봐주기로 한 동생에게 간단한 메모도 남겼다.

밥은 세끼에 간식 한 번.

밤잠은 대략 몇시부터 몇시까지 자며, 낮잠은 밥 먹고 두번.

 

참고 참았는데,

집을 나서기 전 아이를 안을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지지고 볶고 해도

옆에 두고 보는게 좋은 것이 자식이고 부모지."

내가 우는 걸 보고 엄마도 울었다.

하긴, 나도 엄마를 자주 울린 딸이었다.

타지로 대학을 가고, 여행을 가고, 결혼하고 또 떠나고.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밖에 나가는게 마냥 좋은 아이는

"이거, 이거!" 하며 손가락으로 현관문만 가리켰다.

 

그들이 떠난 뒤, 거실로 돌아와 한참을 엉엉 울었다.

생각해보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떨어져 밤을 보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러웠다. 허전하고 외로웠다.

아이가 방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며

깍꿍! 하고 웃을것만 같았다.

워킹맘들은 매일 이렇게 아이와 이별의식을 치르겠구나 싶었다.

 

아이는 잘 할 것이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이모, 언니오빠와도 즐거울 것이다.

나도 잘 할 것이다.

얼른 마무리해서 하루라도 빨리 너를 만나러 갈 것이다.

하루종일 너에게 충실한 엄마가 되고 싶다.

 

 

1476022_602936149774608_955826595_n.jpg 

 

비가 온다.

내 마음처럼 주룩주룩 운다.

네가 있는 곳도 비가 온다지.

그래도 너는 그래, 지금처럼 계속 웃었으면 좋겠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안정숙
2012년 첫째 아이 임신, 출산과 함께 경력단절녀-프리랜서-계약직 워킹맘-전업주부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경험 중이다. 남편과 1인 출판사를 꾸리고 서울을 떠나 화순에 거주했던 2년 간 한겨레 베이비트리에 ‘화순댁의 산골마을 육아 일기’를 연재했다. ‘아이가 자란다 어른도 자란다’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2017년 겨울, 세 아이 엄마가 된다. 저서로는 <호주와 나 때때로 남편>이 있다.
이메일 : elisabethahn@naver.com      
블로그 : http://blog.naver.com/elisabethahn
홈페이지 : http://plug.hani.co.kr/heroajs81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39466/ba5/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728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그들의 자세-장식편 imagefile pororo0308 2013-12-21 5311
1727 [자유글] 지하철에서 드는 잡생각.. [8] 분홍구름 2013-12-20 3915
1726 [자유글] 베이비트리 송년회 인 도쿄^^ imagefile [14] 윤영희 2013-12-18 6596
1725 [나들이] 비료포대의 전설 imagefile [4] 꿈꾸는식물 2013-12-16 5950
1724 [가족] [토토로네 미국집] 앞치마만 10년 한 여자 [8] pororo0308 2013-12-15 6732
1723 흩어진 서재들, 책 읽고 싶어지잖아 image 베이비트리 2013-12-13 4901
» [자유글] 그녀가 없는 첫번째 밤 imagefile [9] 안정숙 2013-12-12 4235
1721 [자유글] 잘 가요, 당신 image [1] anna8078 2013-12-12 4095
1720 [요리] 으슬으슬해지면 생각나는 ‘갱시기’ image 베이비트리 2013-12-11 5569
1719 알뜰족 겨냥한 ‘10만원 방한패션’ image 베이비트리 2013-12-11 3945
1718 [자유글] "너는 좋겄다~" [5] 양선아 2013-12-11 3899
1717 [책읽는부모]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부터 다시 [3] 루가맘 2013-12-11 4387
1716 [자유글] 엄마들, 올 한 해도 수고했어요. imagefile [7] 윤영희 2013-12-11 7179
1715 [직장맘] 베이비시터님이 아프시다 [3] 푸르메 2013-12-10 4177
1714 [가족] 부부싸움..많이 할 걸 그랬어요 [9] 분홍구름 2013-12-09 5738
1713 [자유글] 유치원 추첨 소감 [4] 루가맘 2013-12-07 3997
1712 뒤바뀐 아이, 가족이란 무엇인가 image 베이비트리 2013-12-06 3762
1711 어그부츠 밀어내고 기능성으로 인기 얻는 겨울부츠들 image 베이비트리 2013-12-05 5158
1710 [자유글] 아~ 이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과... imagefile [4] 꿈꾸는식물 2013-12-05 6274
1709 [자유글] 커피 너무 많이 먹었어요 흑흑 imagefile [4] 양선아 2013-12-03 4191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