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나카지마 아츠시가 쓴 길지 않은 책을 가볍게 읽고 다시 고미숙 선생님의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를 읽었다. 읽으려고 계획한 건 아니고 최근에 지어진 도서관에 들렀는데 빌릴 수 있는 선생님 책이 이것뿐이었다는.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 정조의 시대를 살았던 두 분을 비교 분석하며 쓰신 글인데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최근엔 쓰는 재미보다 읽는 재미가 더 크다. 이 책 속에 이덕일 선생님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에서 인용된 부분이 나온다. 이덕일 선생님의 글에서 느꼈던 18세기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받으면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어떤 분의 글이 맘에 들면 그 분의 책을 몇 권씩 잡히는대로 읽다보니 씨실만으로 이뤄진 엉성한 글읽기를 해왔었다. 18세기 정약용의 시대를 다른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내가 날실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씨실과 날실이 엉성한 빈자리를 메워가는 기분. 이것이 책읽기의 묘미인가 싶다.

다산과 연암은 모두 그 분들의 저서로 사후에 빛을 보셨다. 당연히 어떻게 글을 썼나 비교되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데 어쩜 이렇게 책을 손에서 놓기 힘들만큼 맛깔스럽게 선생님은 글을 쓰셨을까. 고전평론가로, 열하일기로 글을 쓰셨던 저자. 고미숙 선생님이 닮고자 하는 글쓰기의 방향은 연암 박지원 쪽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 선생님, 아니라 하셔도 그냥 그리 느껴졌어요. 아직 선생님 책을 더 읽고 있는 중이라 변할 수 있다는 점 아실거예요.- 노론, 남인 이렇게 당파로만 본다면 영 재미가 없을텐데 요리를 잘 하는 분의 음식을 맛보는 듯 같은 재료를 갖고도 어쩜 이렇게 잘 우려내셨을까.

 

'진리라든가 사유라는 걸 어떤 똑 떨어진 명제 혹은 정답쯤으로 여기는 탓이다. 하지만 인생과 우주에는 모범답안이란 없다! 따라서 뭔가를 사유한다는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계속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남이 던진 질문에 답을 찾느라 골몰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 앎이란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사이에서 사유하기'를 터득하려면 무엇보다 항상 어떤 질문 속에 있어야 한다. 걸으면서 질문하기!' -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고미숙, 44쪽

 

선생님의 또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맛깔스런 문장의 소유자 연암의 글을 접해보고 싶어서다. 당분간 선생님의 책을 또 주욱 파고들 듯 싶다. 뭐 틈틈히 다른 책에도 눈길을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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