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책 후기를 올린다. 책을 받은 건 지난 달. 명절연휴가 긴 덕분에 재미나게 잘 놀고, 명절 후 제대로 몸살을 앓고, 그러다 새 달이 되어 공휴일이 섞여 놀러 다닐 일 만드느라, 이제는 가을볕이 좋아 틈나면 볕 쐬러 나다닌다. 후기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참 많다. 그리고도 또 이유가 있다. 책이 쉬이 읽히지 않았다. 읽고는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되었고 읽을수록 답답함이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이제는 그 까닭을 조금 알겠다.

 

이 책에서 언급된 ‘오늘의 교육 현실’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배우는 학생이 주인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교육을 하는데 나 또한 동조자가 아닌가 자괴감이 들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내 마음에 숨어있던 교육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커져갔다. 그와 함께 어차피 우리는 이렇게 해내지 못할 거란 절망감도 깊어졌다. 그러던 차에 한 잡지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군대와 등록금을 면제해주며 전문 농부를 양성한다는 농업대학에 친환경 농법에 대한 수업이 없다는 것(나들 Vol.12 p.123)이었다. 어이가 없고, 허탈했다. 그래, 우리나라의 교육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과거진행형이었구나.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나아가야 할 길이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떻게 대변혁을 이끌어내었을까? 그는 우리도 느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학교와 교육의 지루함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학교와 디즈니랜드는 왜 다른가? 우리식으로 하면, 학교는 놀이공원 가는 것처럼 설레임을 갖게 하나? 좀 갖게 하면 안되나?

 

공부가 즐거우면 학교가는 길이 신날 것이다. “아이들은 어떤 일에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가지고, 직접적인 동기를 부여받을 때 가장 잘 배운다(7쪽).” 왜냐하면 “교육은 개인적(6쪽)”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나 학부모로서 우리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육 시스템은 모든 아이들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127쪽).” “절대 변하지 않는, 반복적인 하루하루가 매일 되풀이 된다(133쪽).” “세상은 본질적으로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는데, 아이들은 인생과 미래의 문제들에 대해 잘게 쪼개지고 범주화되어 있는 파편들을 통해서만 배운다(117쪽).” 우리는 “우리 아이들, 그들이 아는 것, 그들이 하는 것 등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42쪽)” 있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아이들에게는 오로지 한 번의 기회만 있다(122쪽)”는 것이다. “귀중한 하루하루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매일은 기회와 발견의 기쁨으로 가득 차야 한다(122쪽).” “아이들에게 학교가 자신의 실제 삶을 발전시키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학교를 변화시켜야 한다(116쪽).”

 

학교 교육이 변하려면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 저자의 “비전은 세 단어로 요약된다. 삶, 배움, 웃음(244쪽).” 다시 말해, “아이들 하나하나의 삶, 배움, 웃음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접근법(170쪽).” 공부가 다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이 우선이다. 그리고 웃음까지. 저자의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 핵심을 제대로 잡았으니! 또한, “가장 중요한 학습 중 일부는 구조화된 수업 시간 밖에서 일어난다(220쪽)”고 하였다. 그래서 저자의 그램지 초등학교에는 마을 공동체와 함께 하는 그램지 타운 프로젝트가 있다.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놀랄 정도로 아이들의 삶을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시켜 “미래에 세계 시장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169쪽)” “자신감, 자존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 능력, 협업 능력, 의사소통 기술(169쪽)”을 키워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저자의 프로젝트 큰 밑그림을 그릴 때 이전 연구가 도움이 되었다. 영국 정부의 <모든 아이는 소중하다>, 영국 왕립예술협회의 <열린 마음 새 교육 과정>, 어떤 위원회의 <우리의 모든 미래> 등 아이들의 현실을 확인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도와준 연구 자료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학교를 바꾸고 싶어하는 교사들이 참고할 엄밀하면서도 미래를 내다보며 만든 연구 자료가 있을까? 또한 프로젝트는 교사들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추상적 질문을 던지며 비전 만들기부터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학습현장에 적용도 해보고, 무엇이 효과가 있었고 또 실패했는지 “솔직하고 관대하게(179쪽)” 의견을 나누어 비전에 맞는 전략으로 다시 만들어 내는 일을 주도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용했을 때 실패한 사례를 공유하고 문제점에 대해 깊은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마 서로간의 신뢰가 깊었고 목적의식을 완전히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협업이 활발하지 않고, 내 의견을 말하기에 익숙치 않고, 남의 의견에 첨언하기를 어색해 하는 우리 문화에서 실패를 드러내어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게 보이고, 그만큼 우리 현장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성미 급하게 잘 될거다 아니다를 따지기보다, “대혁신의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최종 구조와 모델이 어떠한 모습일지 알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혁신과 창의의 문화를 짓밟아 버린다(176쪽)”는 말을 잊지 말아야 끝까지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변혁이 일어나 모든 학생이 행복한 삶을 살 방법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고 배움에 두려움이 없으며 실패에도 웃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나는,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이 책에서 강조하는 실수의 긍정성을 꼭 기억하고 싶고,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모든 일을 똑바로 할 때는 어떠한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없다. 실수를 하거나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에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65쪽).”

 

참, 앞서 이야기한 젊은 농부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친환경 농법을 평생 해오신 아버지 농부에게서 배운다고 한다. 이미 답은 우리 안에 있는 것 같다. 학교에서처럼 우리 가정에도 대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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