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읽기 시작했나? 첫 장을 펼치고 약 7개월에 걸쳐 읽은 책이다. 분량이 많기도 하고 읽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읽었다. 곧 영화로도 나온다하니 조금 기대도 된다. 잡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미리 준비한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된다. 잡스의 성격이 보통이 아니기에 자신의 생애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글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은 배제할 수 없으니까. 자서전을 쓴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글 실력도 훌륭했고, 이를 술술 읽히게 옮긴 안진환 선생님께도 감사하며 읽었다.

 

컴퓨터의 변천사가 곧 잡스의 삶이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컴퓨터의 역사는 말도 어렵고 무턱대고 외우기엔 따분했는데, 한 사람의 생애에 등장하는 컴퓨터의 변천사는 내 지식의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면서 무지함으로 인한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게 만들었다. ‘책 다 읽고 컴퓨터의 역사를 정리해볼까?’란 생각도 했지만 책의 분량에 지레 놀라 그것까진 못했다. 책을 읽고 나면 꼼꼼하게 다시 정리해보고 싶은 책이 있다. 정리까지는 아니라도 ‘다시 읽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책꽂이에 꽂아두는 책이 있는데 다시 펼쳐 읽은 책은 거의 없었다. 대개 다시 책을 펼쳐들 때는 감상을 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 책을 다시 읽을까? 역시, 방대한 분량에 답하기 힘들다.

 

내가 아는 잡스는 ‘아이폰’을 만든 애플의 CEO가 다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었다. 잡스만큼 자신이 하고픈 대로 시도하며 산 사람도 드물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완전 ‘또라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란 생각에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나라면 이 사람 부인으로 살 수 있을까?’, '이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여러 번 해보았지만 번번이 ‘No!'였다. 그 정도의 실력도 안 되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이 사람에게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아이폰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걸까란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세계 최고의 갑부로 불리는 빌게이츠가 자주 등장 한다. 잡스와 빌게이츠의 차이점이 그대로 반영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로 다른 운영체제 접근 방식을 비교하면서 ‘이쪽이 정답이야.’란 내 생각은 흐려졌다. 오히려 사회 발전 측면에서 보면 잡스의 폐쇄적인 접근법과 빌게이츠의 개방적인 접근법이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었다. 생태계에서 생물의 다양성이 환경변화에 유리하듯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데도 그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만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잡스 자신이 스스로 무엇이 자신의 유산이 되길 바라는지를 쓴 글’이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인의 상, 그의 불같은 성격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어 책의 앞부분에서 보이는 그의 ‘또라이’ 같은 행동을 이해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고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이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부분을 옮겨본다.

 

「내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전의 다른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나는 지금 사용하는 언어나 수학을 고안하지 않았다. 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도 거의 없으며 내가 입는 옷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 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그리고 우리 중 많은 사람들 역시 인류에게 무언가 기여하기를, 그러한 흐름에 무언가 추가하기를 바란다. 이것의 본질은 우리가 각자 알고 있는 유일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우리는 밥 딜런의 노래를 쓰거나 톰 스토파드의 희곡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 준 원동력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자서전만으로 다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런 생각으로 애플을 이끌어 왔다고 하니 기본이 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7개월에 걸쳐 읽은 책, 흔치 않은 일이다.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냈다는 기쁨도 크다. 그보다 열정으로 똘똘 뭉쳐진 잡스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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