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 하십니까?”

 

제 질문에 선 듯 ‘그렇다’고 답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행복하다, 불행하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거나 그저 그렇게 사는 시간이 더 많지 않나요. 저는 무슨 배짱인지 ‘난 행복해’란 생각을 자주 하고 살아요. 뭐 뚜렷한 직장이 있는 것도, 정년이 보장된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누가 보면 ‘딩가딩가, 룰루랄라’ 시간을 때우는 사람마냥 보이는 데 말예요. 둘째를 낳고부터 일을 그만두고 집밖에 모르는 전업주부로 산 세월이 이제 4년이 다 돼가요. 그 전보다는 음식솜씨, 사람들과 사귀는 솜씨도 좀 는 것 같고 바쁜 육아 중에도 좋아하는 책도 보고 무엇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제 가치관에 기준이 되는 책을 만나 좀 더 그런 배짱이 생긴 게 아닌 가해요.

 

 학생 시절 멋모르고 운동권에 뛰어들진 않았어요. 우선 민중가요의 거친 말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저런 노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그리운 이름’, ‘바위처럼’, ‘동물의 왕국’ 등 자라오면서 제 눈에 비췄던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노래들이 저를 그 자리로 이끌었어요. ‘데모’라고 하면 제게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뿌연 최루탄, 백골단, 닭장차 이런 게 아니었어요. 제가 대학 1학년 때는 학생들 데모 분위기가 좋았어요. 큰 축제 분위기였거든요. 그 다음해부터 진압이 강해졌지만. 평화롭게 자신의 생각을 외칠 수 있다는 것, 언론사에 크게 보도되지 않아 시민들의 관심 밖에 있는 사항들을 알려내면서 그 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사회 이면을 보았어요. 뉴스나 TV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도 알았어요. 내가 특출 나야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부당한 것에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죠.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들어간 동아리가 운동권 동아리여서 자연스레 운동권 학생이 되었답니다. 이 책에도 나오잖아요. ‘사람은 자기가 주체가 되어 결정한 것이 아니면 하고자 하는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 바꿔 말해 자신이 주체가 되어 결정한 일에 의욕을 느끼며 움직인다는 것이죠. 저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 결정에 따라 제가 움직였기에 최루탄을 맡으면서도 거리에 설 수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음식 만드는 일에 큰 흥미를 못 느끼는 제가 남편의 요구 대로 상을 차리기는 쉽지 않았어요.

 

다시 돌아가서, 교과서와 TV로만 봐왔던 우물 안의 세상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도 동생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제 한계가 느껴졌어요. “언니, 그렇게 부당한 대우 받는 거, 힘이 없는 사람들이 얘기해봐야 잘 바뀌지도 않는데 차라리 그 시간에 힘을 쓸 수 있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말하면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하면서 더 명쾌하게 말해주지 못했는데 하워드 진 교수님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책을 읽고는 제 오랜 고민이었던 문제가 풀렸답니다. ‘우리는 영웅주의 교육을 받아왔구나.’란 것이었어요. 이 책 본문에도 「우리는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우선, 남보다 잘하지 못하는 건 성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빨리, 실패 없이’목표를 이루어야 멋진 성공이라고 받아들인다. 좌절과 불행이 없는 상태가 행복이라고 여기듯 성공은 실패와 실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쓰여 있죠. 맞아요. 우리는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해야 성공하는 것이고 ‘빨리, 실패 없이’ 목표에 도달해야 더 위대하다고 은연중에 배워왔어요. 위인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삶을 사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를 키우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하찮게 평가하죠. 누군가는 밥을 하고 누군가는 옷을 짓고 누군가는 운전을 하고 그렇게 세상이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는데도 말이죠. 안철수 의원이 박원순 후보가 서울 시장 후보로 출마할 때 썼던 편지 첫 부분에 나오는 얘기로도 유명한 이야기, 미국에서 흑인이 백인과 함께 버스를 타기까지 법적 참정권이 주어진 것은 1870년이었지만 그로부터 85년이 더 지나서야 가능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워드 진 교수님은 그것이 어느 한 사람, 영웅이 이뤄낸 것이 아니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행동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타살되지 않고 더 오래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으면 더 빨리 변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영웅주의에 기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아, 이거구나’ 했어요. 동생이 말한 것은 ‘내가 더 높은 지위에 오르면, 내가 더 유명해지면 그 때 뭔가 바꿀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가능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올라가서 부당한 것을 고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제한적이지 않나요. 영향력을 미치는 정도는 더 클 수 있지만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죠.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서 잡스도 「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도 거의 없으며 내가 입는 옷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고 하면서 그의 삶의 원동력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큰일을 하고 있는 것이랍니다.

  

전업주부로 사는 엄마, ‘나는 뭘 하고 있나?’ 한심하게 생각될 때도 있죠. 사회 분위기가 그러니까요.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자신감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이런 행동은 자신감을 느낄 때 경험하는 정서적 안정감과 자기 신뢰감을 촉진시켜 결국은 행동과 생각을 동시에 바꿀 수 있게 된다.」고 본문에 나오는 글입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라는 자신감을 저도 가지려구요. 아이의 영혼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영혼을 강하게 만드는 일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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