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 우리 네 가족은 가족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으로 8월8일~12일 다녀올 계획이었습니다. 남편이 항공권 및 호텔 숙박을 6월 즈음에 예약했는데, 서로 바빠서 일정이니 뭐니 생각할 틈은 별로 없었지요. 다낭에는 5성급 호텔 리조트가 잘 되어 있다고 하니, 아이들 모래놀이 시키며 호텔 안에서 유유히 쉬다가,  호텔 밖에는 물가는 매우 저렴하니 근처 잠깐 구경이나 식사를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비행시간도 4시간 20분 정도로 아이들 (네살, 2살)에게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요.

 

8월 8일 오전 9시30분 출항 예정.

집에서 새벽 6시에 차로 출발해서 인천공항까지 무사히 도착. 발렛 파킹으로 차를 맡기고, 유모차와 짐가방을 챙겨서 티케팅으로 이동. 줄줄이 길게 늘어선 대기줄에서 20여분 간 기다리다가 드디어 티케팅을 하게 되었는데..."베트남 비자 신청하셨어요?" "아니요. 따로 해야 하나요?"

"네, 미리 신청하신 내역이 있으시면 베트남 도착하셔서 비자를 수령하시면 되는데, 신청된 내역이 없으시면 출국 못하십니다."

 

사진2.JPG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요? 순간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항공사 직원은 컴퓨터를 이리저리 확인해보고, 다른 직원에게도 문의해보고 한참을 검토해봐도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작년에 남편이 베트남에 갔을 때는 무비자로 잘 다녀왔는데...캐나다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제가 문제 였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무비자가 가능하지만, 캐나다 국민은 아무리 관광목적이라도 미리 관광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의 기본을 살펴보지 실수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인터넷으로 비자를 신청하면 영업일 2일 후에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줄에서 벗어나서 '방법이 있을거다, 찾아보자.'

의자에 앉아서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정말 비자가 없으면 저는 출국 못하는 것이더군요. 항공권은 취소/환불이 가능하나, 호텔은 환불 불가한 조건이었습니다. 남편은 잘 알아보지 않아 미안하다며, 이렇게 된 거 포기하고, 이 길로 시댁 쪽으로 가서 같이 휴가를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된 거 일단 남편과 첫째가 출발하고, 베트남 대사관에 전화해서 직접 신청하면 당일 발급이라도 되는지 알아보겠다고 되면 다음 편 비행기로 따라 가겠다고 했습니다. 환불안되는 호텔비 날리느니, 둘 씩 따로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습니다.

 

첫째에게 물어보니, 아들은 이미 비행기 타고 갈 마음에 들떠 있어서,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비자가 없어서 같이 못간데. 아빠하고 같이 여행 가볼래? 모래놀이 하고 잘 놀고 세 밤자면 다시 돌아오는 거야.' '왜 엄마는 비자가 없어서 못가?' '응, 엄마가 몰랐는데, 비자가 꼭 있어야 갈 수 있는 곳이래. 우리 베트남 가지 말고, 다 같이 김해에 놀러갈까? '아니, 아빠하고 나 베트남 갈 수 있어.'

 

의자에서 짐을 나눠서 다시 담고, 아이들에게 아침으로 준비한 떡을 먹이며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airport.JPG

 

(비행기와 특수 자동차 구경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

 

오전 9시.

남편과 첫째 아이는 예정대로 비행기에 탑승했고, 저와 둘째는 인천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공항버스에 올라 탔습니다.  전화로 항공권 취소를 요청했고, 베트남 대사관에 여러번 전화를 걸어 드디어 통화를 했는데, 직접 신청해도 4일이 걸린다는 말에 깨끗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 속상해. 같이 가지도 못하고 내 여름 휴가는 이걸로 끝이구나. 아이가 아빠랑 같이 삼일동안 정말 잘 지낼 수 있을까???' 둘째는 새벽부터 일어나게 되서 피곤했던지, 제 품에 안긴 채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548 [직장맘] 개똥아!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5] 강모씨 2013-08-17 4400
1547 [자유글] 개똥이 세살엔 세발 자전거를, 네살엔 네발 자전거를. imagefile [4] 강모씨 2013-08-17 8782
1546 [자유글] 142857×7은? image [1] 베이비트리 2013-08-16 4047
1545 [가족] [퍼옴] 바라밀 움직여 봐바, 뱃속 아기의 태동 image 파란우산 2013-08-16 6627
» [가족] 여름휴가 이야기(1) 따로 보낸 사연 imagefile [6] 푸르메 2013-08-16 6743
1543 [가족] 올여름 푸껫 해변에서 언성 높이고 싸울 것인가 image 베이비트리 2013-08-16 4136
1542 [나들이] 물놀이만 하고 시장 구경 빼먹으면 섭하지 image 베이비트리 2013-08-16 4955
1541 [자유글] [자기소개] 예비 프리랜서 맘, 인사드립니다^^ image [11] 안정숙 2013-08-15 4920
1540 [자유글] 단유 1 [1] plantree 2013-08-14 4009
1539 [나들이] [휴가기3] 가족다워 지는 일 imagefile [1] 분홍구름 2013-08-12 7042
1538 [가족] 네 안에 무엇이 들어있니? imagefile [1] 박상민 2013-08-12 5687
1537 [자유글] 쪽대본 육아 [4] plantree 2013-08-12 3537
1536 [나들이]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3] 두번째 관측 -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별보기 imagefile [1] i29i29 2013-08-12 12878
1535 [책읽는부모] [그림책 후기] <놀라운 생일파티 앗! 깜짝이야> [1] 루가맘 2013-08-10 4135
1534 [가족] ] (아빠와 딸의 마주이야기)옷 벗지마, 찌찌 보이니까. [2] artika 2013-08-09 5360
1533 [살림] [수납의달인] 종이가방이 효자네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3-08-09 7145
1532 [살림] [톡톡레시피] 여름에 가지가지 한다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3-08-09 6119
1531 [나들이] 몸에 지닐 만큼 차에 실을 만큼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3-08-08 9035
1530 [나들이] 캠핑카, 그래 이 맛이야 imagefile [12] 분홍구름 2013-08-06 8130
1529 [나들이] 이야기가 있는 캠프 - 미다리분교에서의 1박2일 imagefile [2] anna8078 2013-08-06 5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