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람 매거진 [나·들] ______ 캠핑촌의 빈익빈 부익부   


     

                

           

                    

     



안녕하세요? 김미영입니다.1) 큰맘 먹고 캠핑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는 자칭 타칭 캠핑 마니아입니다. 20년 전 캠핑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캠핑을 다녔고, 지금도 주말마다 텐트, 코펠, 버너만 챙겨서 훌쩍 떠나죠. 중·고교 시절을 제외하고 거의 매년 여름이면 부모님과 휴양림이나 바닷가에서 캠핑한 기억이 있답니다. 본격적으로 캠핑을 다닌 건 결혼 이후인 2004년부터예요. 그 덕분에 제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텐트 생활을 경험했죠. 그거 아시죠?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서운 거. 지금은 남편이 저보다 더 열렬한 캠핑 몰입족이 되었답니다. 화창한 주말이면 어김없이 “캠핑 가자!” 하며 저와 아이들을 설득할 정도니까요. 


텐트·코펠·버너만 챙겨 가던 시절


어디 제 남편뿐이겠습니까! 캠핑이 대세인 시대가 도래했죠. 주변에 캠핑족을 자처하는 이들이 꽤 됩니다. 최근 1~2년 사이 캠핑 대열에 동참한 이들도 적지 않고요. 캠핑열풍 배경엔 TV 프로그램 <1박2일> <아빠! 어디가?> 등의 인기도 한몫했죠. “방송 보니까 캠핑 매력 있더라. 다녀보니 어때?” “캠핑족이 될까 하는데, 정보 좀 줘.” “너희 식구 캠핑 갈 때 같이 가면 안 돼?” 이런 부탁을 하는 이들이 주변에 엄청 늘었어요.


올 한 해 캠핑 인구가 150만 명, 캠핑장 수가 1천 개로 추산된대요. 특히 민간이 운영하는 캠핑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그런데도 캠핑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국립공원 내 휴양림이나 입소문이 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캠핑족 급증은 캠핑용품 시장도 키워놓았어요. 5년 전 700억 원대이던 게 올해는 5천억 원으로 커졌고, 5년 안에 1조 원까지 커진다는 전망도 있어요.


사실 캠핑은 ‘사서 고생’ 하는 레저 활동이지만, 즐길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어요. 우선 호텔이나 펜션, 콘도 등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해요. 물·바람·나무 등의 자연을 지근거리에서 느낄 수 있고, 깊은 밤 하늘의 별을 감상하면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특별한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텐트 치고 음식 만들어 먹으면서 가족과 오붓한 정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이점 중의 하나죠.


본래 캠핑은 텐트나 임시로 지은 초막 등에서 일시적인 야외 생활을 하는 여가 활동을 뜻해요. 그래서 우리말로 ‘야영’, ‘노영’이라고 하죠. 어릴 때 한번쯤 경험했을 야영2) 한번 떠올려보세요. 텐트, 코펠, 버너만 있으면 ‘만사 OK’이잖아요? 사실 코펠과 버너가 없어도 야영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죠. 부모님은 지금도 압력솥과 프라이팬을 갖고 다니시니까요. 저 역시 최근까지 텐트·버너·코펠·돗자리·이불 등 최소한의 장비만 소형차에 싣고 캠핑을 다녔답니다. 지금은 온수·전기·샤워장 등을 갖춘 민간 캠핑장이 다수 생겼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캠핑장이라 불리는 곳이 거의 없었어요. 무작정 떠나 휴양림이나 해수욕장 인근에 텐트를 치면 그만이었죠. 예약 개념도 없었고, 일찍 가서 자리 잡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었죠. 화장실·개수대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했지요. 열악한 환경임에도 텐트에서의 하룻밤, 그 자체만으로 가슴 설레던 시절이었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제 본론을 얘기할게요. 굳이 캠핑 얘기를 꺼낸 이유를 말이죠. 캠핑촌 풍경은 최근 5~6년에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급격하게 변했어요. 캠핑촌과 캠핑문화, 캠핑용품과 캠핑에 대한 시각 등 전부요. 눈에 띄는 변화는 텐트를 비롯한 캠핑용품의 대형화·고급화예요. 3~4인용 돔형 텐트나 5~6인용 캐빈형 텐트가 대세던 것이 이제는 고급 브랜드인 스노우피크, 콜맨, 코베아 위주의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7~8인용 대형 텐트가 캠핑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차량도 마찬가지예요. 승용차가 아닌 스포츠 실용차(SUV) 차량이 대부분이고요. 그만큼 캠핑장 안에서의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LKT_4608-2.jpg » 사진 이기태 <베이비뉴스> 기자


캠핑 온 거니? 장비 자랑 온 거니?


저도 최근 캠핑을 두 번 다녀왔는데 ‘캠핑이 어느새 부자들이 즐기는 레저 활동이 되었나?’ 싶더군요. 텐트 50여 동 중에서 200만 원대 스노우피크 랜드록, 코베아 스타게이트, 콜맨 웨더마스터 와이드 2룸 코쿤 등의 제품이 절반쯤 차지했어요. 이 제품들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고가 제품에 속하는 스노우피크, 코베아, 콜맨 브랜드에서 나온 50만~100만 원대 거실형 텐트(리빙셀·Living Shell)더군요. 우리 가족처럼 10만 원대 자칼 원터치 돔형 텐트를 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나도 모르게 기가 팍 꺾이더군요.


텐트뿐 아니라 테이블과 화로, 의자, 야전침대, 키친테이블, 2구 버너, 침낭, 캠핑 매트, 릴선, 랜선, 바비큐 그릴, 더치오븐, 건조대, 해먹 등의 제품들도 대부분 스노우피크, 콜맨, 코베아 제품이었어요. 심지어 빔프로젝트를 챙겨 와 영화를 보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꼭 비싼 제품이어야 하나? 그래야 캠핑이 더 유익해지나?’ 조금 씁쓸했어요. 제가 아는 캠핑 고수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캠핑을 즐기러 온 게 아니라 장비 자랑 온 거 아냐? 진짜 고수들은 고생을 즐기려고 최소 물품만 챙겨서 다닌다”고 말이죠. 실제 캠핑은 의식주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만 갖추면 즐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이를테면 텐트, 이불(침낭 대체), 버너, 코펠(냄비 등), 돗자리(테이블과 의자 대체) 등만 있어도 충분하단 말이죠.


이런 양극화는 누가 조장했을까요? 우선 캠핑용품 업계의 독과점을 들 수 있어요. 일본의 스노우피크, 미국의 콜맨, 국산 토종의 코베아 등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70%가량을 과점하면서 매년 경쟁적으로 가격이 올랐거든요. 캠핑이 대중화하는 데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됐고, 규모의 경제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죠. 이 세 브랜드에서 캠핑용품을 완비하려면 얼마가 드는 줄 아세요? 4인 가족 기준 캠핑 필수품(텐트, 매트, 그늘막, 침낭, 그릴 세트, 코펠, 버너, 테이블, 의자, 랜턴 등) 견적을 뽑아 보니 스노우피크 503만2천~1천만9천 원, 콜맨 306만5천~507만1천 원, 코베아 307만4500~601만5천 원 선이네요. 정말 ‘아~악’ 소리 나죠?


온라인 캠핑 카페와 캠핑 서적의 난립도 캠핑촌 빈부격차를 조장한 측면이 있어요. 카페나 책을 보면 캠핑 브랜드별 제품의 장단점, 가격, 캠핑에 필요한 물품 등이 망라되어 있죠. 하지만 꼭 고급 브랜드 제품으로 완비하는 게 유리하다는 쪽으로 귀결이 되거든요. 캠핑을 한두 해 다닐 것도 아니고 오래 쓸 거니까 튼튼하고 우수한 제품을 써야 한다는 논리죠. 비싼 제품을 사야 폼이 나고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대중심리를 악용한 거죠. 8년차 캠핑족 이승민(41)씨도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는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었대요. 회원의 조언을 바탕으로 콜맨 제품으로만 200만 원어치 구입했죠. 지금은 살짝 후회된대요. 저렴하면서 튼튼한 제품도 많은데 너무 무리했다는 거죠.


캠핑은 30~40대 남성이 주도하고 있어요. 1990년대에 ‘X세대’라 불린 70년대생, 90년대 학번이 그들이죠. 캠핑장에 가보면 유아~초등생 자녀를 둔 제 또래가 대부분이에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대여서 캠핑용품 가격에 연연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가족을 위한 것이니 비싸도 제대로 된 고급 제품을 사야 한다는 심리가 크죠.


우리 가족을 따라 올해부터 캠핑족에 합류한 고승기(37)씨 역시 며칠 전 80만 원대 코베아 브랜드의 거실형 텐트를 구입했더군요. 처음에는 저렴하고 실용적인 텐트를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었대요. 그런데 막상 매장에 가보니 비싸고 고급스러운 제품만 눈에 들어오더래요. 한두 해 쓰고 말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가족을 위한 거니까 비싼 제품을 사야 후회 없을 것 같았대요. 점원도 비싼 제품을 적극 권했고요.  


고수는 단촐 vs 하수는 바리바리


다행히 최근 들어 중저가 브랜드 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예요. 버팔로, 캠프타운, BUCK703, 빅텐, 프라도, 자칼, 스위스밀리터리, 레저맨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노스페이스, 코오롱, K2, 블랙야크, 네파, 밀레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캠핑용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고, 마운틴 이큅먼트(영국), 로고스(일본), 노스피크 등의 브랜드 제품도 시중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거죠. 중저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 캠핑촌의 모습도 조금은 달라지겠죠? 여튼 이런 실속파 캠핑족들을 캠핑장에서 만나면 동질감 때문인지 괜히 반갑더라고요.


캠핑족이 되고 싶지만 진입 비용이 걱정스럽다면 홈쇼핑과 소셜커머스, 대형마트를 공략하세요. 중저가 제품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실속대전·기획전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잘 고르면 불과 몇만~10만 원대 텐트를 비롯해 매트, 버너, 그릴, 테이블, 의자 등을 완비해도 50만 원대의 우수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답니다. 캠핑 경험이 많은 주변 지인한테 조언을 구한 뒤 꼭 필요한 제품 위주로 차근차근 구입하세요. 회원 수 30만 명을 자랑하는 ‘초캠장터’(cafe.naver.com/chocammall) 등 캠핑 관련 카페에서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눈팅(?)만 잘해도 예산에 맞춰 제품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고요.


텐트 고를 때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텐트는 국내 2~3개 생산업체가 각 브랜드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예요. 브랜드와 가격이 곧 품질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죠. 사계절 내내 쓸 가족용 텐트로는 텐트 내부에 주방·거실·침실 공간이 있는 제품이 유리해요. 반면 캠핑을 여름휴가철 위주로 다니거나, 여러 가족이 한데 어울려 다닐 거라면 인원수에 맞춰 돔형 텐트를 구입하고, 별도로 타프를 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해요. 특히 거실형 텐트는 혼자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데크가 설치된 휴양림과 오토캠핑장에서는 텐트 칠 공간조차 확보되지 않을 확률이 커요. 다시 말해 텐트 구입할 때는 이용할 캠핑장의 위치와 인원수 등을 고려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어요. 캠핑 입문자라면 캠핑용품을 빌려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아참, ‘루프톱(Roof-top) 텐트’라고 들어보셨나요? 요즘엔 이 제품을 일부러 찾는 이들이 있다고 해요. 1층 거실, 2층 침실 구조로 자동차 위에서 잠잘 수 있는 게 특징이죠. 최소 200만 원대의 비싼 가격에다 무게도 많이 나가 실용성은 떨어지나, 자동차 위에 한번 설치하면 되는 제품이라 캠퍼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어요. 이 밖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 수 있는 요세미티폴 텐트(7인용)도 400만 원대에 이르지만 수요가 점점 늘고 있대요.


최근엔 럭셔리 캠핑인 ‘글램핑’(Glamping)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뜨고 있대요. 글램핑은 ‘Glamorous’(화려하다)와 ‘Camping’을 합친 신조어로, 필요한 도구들이 모두 갖춰진 곳에서 안락하게 즐기는 캠핑을 뜻하죠. 글램핑장 안에는 텐트는 물론이고 캠핑용품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 사실상 펜션이나 콘도에 묵는 거나 다름없어요. 챙길 것이라곤 음식뿐입니다. 복층형을 포함해 럭셔리한 텐트 안에는 고급 침구세트, 전기장판, 캠핑난로, 테이블 세트, 소파, 램프, 컴퓨터, 냉장고, 선풍기 등을 갖추고 있답니다. 조리도구, 칼, 도마, 접시, 화로 등도 구비돼 있어 여유롭게 바비큐를 즐길 수 있고, 심지어 캠프파이어도 할 수 있대요. 


LKT_7347-2.jpg » 사진 이기태 <베이비뉴스> 기자


럭셔리한 ‘글램핑’ 수천만 원 ‘캠핑카’


단, 1박 가격(2인 기준)이 10만~100만 원대로, 캠핑장(2만~3만 원대)보다 훨씬 비싼 게 흠이죠. 라벤트리글림핑존, 이지글램핑, 글램핑코리아, 곤지암리조트 아웃도어디너, 아난티클럽서울 글램핑장, 호텔현대경주 글램핑장, 웨스틴조선호텔부산 글램핑장, 신라호텔제주 글램핑빌리지, 롯데호텔제주 글램핑장 등이 대표적이에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캠핑카나 캠핑 카라반(트레일러) 구입 열풍도 일고 있어요. 몇 달씩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정도로 인기랍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30~100%가량 판매 대수가 늘었다니, 조만간 캠핑카가 대중화할 날도 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럭셔리 캠핑족이냐, 실속파 캠핑족이냐고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곤란할 것 같아요. 고가 브랜드 제품은 갖추지 못했지만, 캠핑용품은 중저가 위주로 대부분 갖고 있으니 말이죠. 그동안 매년 하나둘씩 구입한 결과죠. 중간쯤이라고 해둘게요. 한 번쯤 글램핑이나 캠핑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가져봅니다.


잊지 마세요!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즐기는 것, 사서 고생하는 것이 캠핑의 목적임을 말이죠. 캠핑 갈 때 장비와 용품의 브랜드와 가격, 완비 여부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캠핑 때문에 등골이 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해요. 자, 여러분도 더 늦기 전에 캠핑 한번 도전해보실래요?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생생육아 연재] 김미영 기자의 공주들이 사는 법

http://babytree.hani.co.kr/?mid=story&category=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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