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없는 라면
서령이가 동그란 통을 스케치북에 올려놓더니 테두리를 따라 금을 그었다. 통을 떼자 동그란 무늬가 나타났다.
서령 : 엄마, 냄비 손잡이 그려줘.
엄마가 손잡이를 그렸다.
서령 : 와! 냄비다. 라면 그려 주세요.
서령이의 코치를 받아 엄마가 지그재그로 면발을 그렸다.
서령 : 아빠도 그려 주세요. 이렇게 찌글찌글 그려 주세요.
아빠 : 알았다.
그림을 그리는 아빠. 그런데 서령이 얼굴이 심상치 않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서령 : 아빠, 여기저기 찌글찌글하게 그려 야지.
그렇군. 라면발처럼 더 찌글찌글 하게. 찌글찌글을 끝내자 다시 말한다.
서령 : 아빠, 젓가락 그려 주세요.
라면을 먹으려면 젓가락이 있어야지. 라면발 위에 젓가락 두 짝을 그렸다. 그런데 입이 뾰로통한 서령이. 이번에는 뭐지? 젓가락이 너무 뭉툭한가. 그렇다면 끝을 좀 뾰족하게 그리자.
서령 : (또 얼굴이 일그러지며)라면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어요.
아빠 : 젓가락을 그렸는데도.
서령 : 냄비에 젓가락이 들어 있어서요.
아빠 : 아! 젓가락을 따로 그렸어야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