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아이 사진은 엄청 많이 찍어대고 있지만
가족사진은 거의 찍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진 찍는 건 엄마인 저의 몫인지라
늘 아이 혼자, 혹은 아이와 아빠만 찍었더랬죠.
그래도 간간이, 일년에 한 번 쯤은 저희 가족 사진을 찍어주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멋진 스튜디오에서 찍은 가족사진은 아니지만
그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야기가 있는 가족 사진들이 남았습니다.
이번 가족 사진도 나름 사연이 있는 것이
1월에 귀농한다고 내려와서 간간이 SNS에 아이 사진이나 농사 준비 모습은 올렸지만
정작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궁금해 하던 친구들이
처음으로 시골집에 방문해서 찍어 준 것입니다.
» 저희 이렇게 삽니다. 이 골짜기엔 저희 집 한 채만이~
서울내기 친구들이 지금껏 상상도 못했던 외딴 시골집에 와서
재래식 화장실이며 엉성한 세면실이 불편했을 텐데도
마냥 즐거워하고 감탄하며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달도 없는 밤, 잔별이 하얗게 깔린 밤하늘에 있는 은하수도 보고
마침 떨어지던 별똥별에 꺅꺅 소리도 지르고
아궁이에 장작을 때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뜨끈한 아랫목에 몸을 지지며 자기도 하고...
한 친구가 어두운 마당에서 발을 잘못 디뎌 발등이 붓고 아파했었는데
다음에는 애들 데리고 꼭 오겠다고 해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번에 못 온 친구들에게 우리 모습 보여준다고 찍어준 가족사진도 고맙고
멀리서 걱정해주는 친구들의 마음도 고맙고
온 마음 다해 자기 친구들처럼 챙겨준 남편도 고맙고
며느리 손님 왔다고 통크게 닭백숙을 쏘신 시어머님도 고맙고
이래저래 고마워하며 많이 감동했던 주말이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고 자리를 잘 잡게 되면
이곳을 서울 살이에 지친 친구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