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14년간 26회…물총 서바이벌 게임

권오진 2015.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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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전투 준비됐나요?”라고 묻자 수백 명의 아빠들과 아이들은 일제히 ~~” 라고 함성이 울린다. “그럼, 공격 개시~”라는 말과 함께 두 팀은 일제히 물총을 쏘면서 1,000여 평의 잔디밭에서 전투가 시작된다. 이번 게임은 깃발전이다. 상대편의 종이 깃발을 물총으로 쏘아 떨어트리면 이기는 방식이다. 먼저 각 팀은 팀장을 중심으로 수비와 공격 인원을 정하고 전투에 임한다. 250명 중에서 각각 100명의 공격조가 간격을 유지하며 최전방으로 향한다. 그러다가 점점 사이가 좁혀지고 방아쇠를 당기는 횟수가 빨라진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특수부대를 조직한다며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적진을 기습하고 교란한다. 아빠들의 경우, 처음에는 품위를 유지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전투에 임한다


그러나 일단 몸에 물을 맞기 시작하면 이성을 잃기 시작하면서 모두 특전사 요원으로 돌변한다. 그러면 적진을 헤집고 뛰어다니면서 공격을 하기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게임의 규칙 중에 뛰어다니면 안된다’ ‘아빠는 아이를 쏘면 안된다가 있지만 이를 무시하기 일쑤다. 그런 경우, 즉시 사망 규정을 적용하여 전투를 하지 못하게 한다. 엄마들은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물을 나르는 보급 담당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물총을 무한정으로 쏘기 위하여 많은 물이 필요하다. 후방에서 물을 나르고, 물총에 물을 교체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보이지 않게 바쁘다. 이렇게 30~40분 전투를 하면 승패가 갈리고, 승자는 만세 삼창을 하고, 패자는 박수로 패배를 인정한다. 아빠들은 2~3번의 게임을 하는데 때론 너무 뛰어다닌 나머지 에너지가 방전되어서 잔디밭에 누워서 숨을 헐떡 거리기도 한다. 마지막은 아이들끼리의 전멸전이다. 일정한 장소에서 수비와 공격을 하면서 승패를 겨룬다. 나무에서 매미소리가 들리고, 청설모가 뛰어다니는 공원에서 아빠와 아이와 엄마는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물총싸움을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것은 2002년이며, 올해가 공식적으로 26번째 행사이며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시작을 하기가 어려웠다. 바로 사망의 기준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물총싸움을 할 때도 꼭 분쟁이 나는 것은 물을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애매모호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바로 신문지로 만든 종이모자이다. 이것은 물총을 수차례 맞으면 모자 뒤쪽에 금(크랙)이 간다. 바로 이것을 보고 사망기준을 정했다. 사망자는 모자를 벗기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망자는 물의 보급을 담당하게끔 했다. 물총싸움이 좋은 아빠가 되는데 유의미한 이유는 우선 공동목표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가족이, 그리고 우리 팀이 합심을 해서 적과 싸움을 한다. 때로는 아빠와 아이가 붙어다니면서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한다. 엄마도 참여하기에 금방 한 마음이 된다. 때론 이웃 가족과 공동으로 적을 공격을 하기도, 때론 적의 공격에 밀려서 수비를 하면서 물 세례를 맞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뜨거운 태양아래 아빠와 아이가 넓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놀기 때문이다. 이렇게 놀다보면 오후 4시간 된다. 이 때, 간식으로 삶은 감자가 도착한다.


물총서바이벌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1) 못박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로 망치로 나무에 못을 박는 놀이다. 미취학 아이는 아빠가 도와주고, 초등학생은 혼자 할 수 있다. 못이 나무에 들어갈 때, 성취감이 생기기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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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페이스 페인팅

테이블 위에 20개의 다양한 물감을 놓는다. 그러면 아빠와 아이는 손가락을 사용하여 서로 얼굴에 문양과 그림을 그린다.


3) 아빠 엉덩이에 풍선폭탄 던지기

미취학 아이와 아빠들이 하는 놀이로서 아빠는 등을 돌리고 상체를 굽힌 다음,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인다. 그러면 아이는 풍선 폭탄으로 아빠의 움직이는 엉덩이에 던진다. 아이들은 던지면서 웃음보가 빵 터진다. 또한 맞는 아빠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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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얼음위에서 오래참기

얼음덩어리 위에 맨발로 올라가서 오래 참기 놀이다. 그런데 5분이 지나면 절반 정도가 남는다. 이 때, 놀이를 중단하고 10여 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우승자를 가린다. 선물은 대형 과자를 준다


5) 얼음 미끄럼타기

보통 20~30개의 얼음을 일렬로 놓으면 15미터가 된다. 아이의 엉덩이를 얼음에 붙이고, 두명의 아빠가 각각 아이의 한 손과 한 발을 잡은 후에 ~’소리를 외치면서 달려간다. 청룡열차와 같이 스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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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물총으로 얼음 구멍뚫기

물총으로 10센치의 얼음에 쏘면 1분만에 구멍이 생긴다. 간단한 물리공부다


7) 얼음 썰매타기

구멍에 밧줄을 묶고, 얼음 위에 박스를 깔면 썰매가 된다. 잔디위에서 아빠가 끌어주면 마찰력이 적어서 빠르게 움직인다. 아이는 너무 행복해서 계속 해달라고 하지만 아빠의 체력은 금방 고갈되어 오래 하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8) 줄다리기

이 놀이는 그동안의 통계를 바탕으로 진행한다. 먼저 아빠와 아이와의 게임은 아빠 3명과 미취학 아이 15명이 시합을 한다. 그러면 아슬아슬하게 아이들이 이긴다. 엄마와 아이는 6명과 15명이 한다. 그러면 아이가 이긴다. 엄마와 아빠는 5명과 10명으로 한다. 그러면 엄마가 이긴다. 이긴 사람은 만세 삼창을 하고, 진 사람은 박수를 쳐준다. 아빠들은 아내에게, 아이에게 졌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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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젓가락총 사격대회

이 것은 젓가락 3, 고무밴드 2, 케이블타이 4개로 만든다. 경기장은 지름 8미터의 원을 그린 다음, 중앙에 펫트병을 놓고 그 위에 탁구공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원 밖에서 탁구공을 맞추려고 사격을 한다. 가장 많이 맞춘 가족이 우승이다. 상품도 있다.


10)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상장을 준다. 그런데 상의 제목이 재미있다. 아이에게 힘이 되는 내용이 바로 상의 컨셉이다. 엄마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적는 것이 바로 상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상의 이름을 예로 들면, ‘동생을 잘 보살펴주는 부분’, ‘이를 잘 닦는 부분’, ‘피아노를 좋아하는 부분’, ‘심부름을 잘 하는 부분등등 엄마들이 평소에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내용을 적으면 그것이 곧 상의 이름이 된다. 아이들은 저마다 상장을 가슴에 안고 아쉬운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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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2002년부터 해마다 2번 정도 물총서바이벌을 진행했다. 해가 바뀌고 봄이 되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다. 이 것에 대한 애착이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아빠와 아이와 엄마에게 로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족이 한 가지의 목표를 가지고 하루종일 놀 수 있으며, 더구나 잔디밭에서 뛰어다니면서 아빠와 아이가 좋아하는 물총놀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의 놀이 환경을 보라. 아이들이 놀 곳이 없다. 아파트에는 그저 건축법을 지키는 정도의 열악한 놀이터만 있고, 그 흔한 풋살 축구를 할 공간도 없다. 더구나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생이 놀 곳은 거의 없다. 더구나 요즘 외동아이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에게 아이와 많이 놀아주라고 채근하고, 또한 남편은 놀아주려고 한다. 그런데 아빠의 DNA 속에는 골목길은 있으나 거실에서 노는 것은 없다. 그래서 아빠들이 아이와 놀아주려고 하다가 울리기도 한다. 결국, 우리가 그동안 무가치하고, 쓸모가 없다고 여겼던 골목길을 없앤 결과 그 짐은 모두 아빠에게 전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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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의 놀이에 있어서 골목길과 이웃커뮤니티에 주목해야 한다. 내 아이만을 잘 기르려고 하지 말고, 서로 외동 아이끼리 자주 만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몇 가족이 모여서 물총싸움을 하면 위의 내용과 같이 재미가 있다. 물론 무엇이든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저 몇 가족이 모이면 저절로 놀이모드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 더구나 아이들이란 3명만 모이면 함께 놀 수 있고, 5명만 모이면 창의적으로 놀 수 있다


필자가 20년 전, 2가족으로 이웃커뮤니티를 시작해서 2005년에는 5,000가족의 이웃커뮤니티를 만든 적도 있다. 요즘 정부에서는 일가족 양립에 대한 정책과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정책이 제시되지만 사실은 골목길과 같은 자연발생적인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복지투자이다. 원래 한 세대 전에는 아이들이 놀 때, 아빠들은 그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많은 놀이를 할 수 있었고, 또한 전통이 되었으며 누구나 놀이의 달인이 되었다. 원래 아이들은 그들끼리 놀아야 더 재미가 있다. 같은 또래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올해를 끝으로 물총 서바이벌게임을 종료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인데 바로 물러날 때란 판단이다. 아쉬운 것은 지난 718일에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2,000명이 물총서바이벌을 하려고 4월 달에 결정을 했다가 메르스 때문에 연기가 되었고, 올해 일정을 잡을 수가 없어서 취소한 점이다. 전국의 많은 아빠들에게 물총싸움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이다아이를 잘 키우려고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최고의 방법이란 바로 놀이로 키우면 된다. 아이들이란 놀이를 통해서 다양한 인성이 형성되고, 놀이를 통하여 세상을 배운다. 그러므로 아빠들이 아이와 많이 놀아주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바로 떼돈을 버는 것과 같이 엄청난 일을 하는 것과 같다.


필자의 아들은 그동안 물총 싸움에 20번 이상을 참여했다. 그 아들이 고3이던 작년 2, 아빠에게 하는 말 아빠가 저의 멘토예요라고 했다.


(*사진: 권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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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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