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밥을 먹다가, 푸른색 채소들이 쓰다고 안 먹는 딸아이에게,"먹어봐. 그래도 몸에 좋은 거야" 하니 두 살 많은 아들아이가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속담도 있잖아"하고 아는 체를 합니다.
"그래, 원래 그 말은 듣기 싫은 말이 오히려 듣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얘기하는 게 듣기 싫어도,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니까 잘 들어야 돼."라고 제가 응수하니,
다시 아들아이가 "근데 엄마, 듣기 싫은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말도 있잖아"라고 말을 하네요.
그렇지, 듣기 싫은 말이 도움이 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듣기 싫은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하니까...하다가 저는 웃어버렸습니다. 참,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어 엄마가 할말을 잃게 만드는 아이가 되었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어떤 말은 듣기는 싫지만 약이 되는 말이려니 하고 곱씹어야 하고, 어떤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할까요? 결국 자기 중심이 바르게 잘 서 있어야 그걸 판단할 수 있을 테고, 중요한 건 남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가 단단히 뿌리박고 곧게 서 있어야 하는 것이겠네요. 오늘도 아이에게서 한 수 배웠습니다.
아들래미가 참 영특하네요.ㅋㅋ 밥상위의 소곤소곤 대화가 들리는 듯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저녁엔 어떤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을까 잠시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