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았던 지난 주말, 초 1, 여섯살 남매를 데리고 지하철 타고 외출을 했다.
그런데 지하철 어떤 역에선가, 몸을 씻지 않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어떤 아저씨가 탔다.
그 아저씨 옆에 서 있던 초 1 큰애는 맑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근데 엄마, 기분 나쁜 냄새가 나."라고 말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저렇게 길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어떻게 얘기해 주어야 할까, 그것도 당사자가 가까이 있는 데서 뭐라고 설명을 해 줘야 할까 싶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하도를 올라 가는데, 계단 중간에 어떤 사람이 완전히 몸을 엎드린 자세로 미동도 않고(아마도 구걸을 하고 있는 자세였다) 있었다.
여섯살 작은애는 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서, "엄마, 저 사람 죽었나 봐~"하고 울먹였다. 아니라고 하면서 얼른 작은애 손목을 잡아 끌면서, 저 사람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하나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 같이 관람한 아이들의 뮤지컬에선, 공연 시작 전 아이들의 꿈을 적어 상자에 넣도록 하고, 공연 시간 중 몇 개를 뽑아 읽고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뽑힌 쪽지 안에 꿈이 '농부'라는 아이가 있었다. 뒷좌석에 앉은 아저씨가 "하!농부"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꿈을 묻는 질문이 왜 희망하는 직업을 묻는 질문과 동일시되는가에 늘 의문을 갖고 있긴 하지만, '농부'라는 꿈은 신선하게 들렸다. 꿈에 대해 대답하는 아이들 중 '농부'라는 꿈을 들은 것도 처음이었고, '농부'라는 꿈에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 뭔가의 울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어른과는 조금은 다른 시선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안겨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제가 어렸을 때는 흔히들 '공부안하면 길에서 노숙자처럼 살꺼야' 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 아이가 생기니 역시 같은 경우가 생기는데요. 차마 같은 말은 하기 어렵더라구요.
그냥
'어딘가 아픈데 돌봐줄 사람이 없나봐...'
라고 설명해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