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지나기 전에는 절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 우리 부부의 육아수칙이었는데 나름 잘 지켜왔다. 지난 5월이 36개월차였는데 그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낼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 

내년 2월 이사를 앞두고 어린이집을 옮겨야 되는 일도 있어서 왠만하면 우리 부부가 아이를 보기로 했지만 마을 일이 점점 바빠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두르게 된 것이다. 아직 기저귀도 못 떼고 있는 아이를 보내는 것이 맞을까 한참을 고민하긴 했지만 ‘지금 나이에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배우야 한다’는 주위 많은 선배들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다. 

‘뽀뇨가 떼를 쓰면서 어린이집 안간다고 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는데 둘째날 1시간 정도 버틴 것을 빼고는 곧잘 다니고 있다. 이 1시간 버티기 때문에 아내는 관심 있어 하던 일자리를 포기하긴 했지만. 3일째는 아빠와 엄마, 뽀뇨가 함께 어린이집을 갔다. 어린이집에 함께 온 아빠를 보고 원장 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 일동이 다소 긴장한 눈치였지만 부담주지 않으려고 휘익 둘러보고 나왔다. 

5분 정도 눈으로 스캔하면서 ‘선생님이 조금 사납게 생기셨는데’, ‘3,4살 반이라 아이들이 너무 어려보이네. 뽀뇨가 심심해 하지는 않을까’, ‘또래 아이 두 명이 모두 남자네. 뽀뇨는 여자아이 좋아하는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벌써 1주일 정도 지나 낮잠도 잘 자는 듯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듯해서 안심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하루생활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아빠가 어린이집 생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뽀뇨에게 매일 물어보고 있다.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 “어린이집 친구 이름은 뭐예요?”, “오늘 무슨 놀이 하고 놀았어요?”등등. 이런 질문이 익숙한 것이 사실 아내가 나에게 매일 물어보거나, 내가 아내에게 매일 물어보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느낄 수 있는 변화라면 아이가 조금은 성숙해진 느낌? 우선은 부르는 노래가 너무 다양해졌다는 것. 인터넷 동화나 만화를 통해 노래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아빠가 처음 듣는 노래 메들리가 뽀뇨 입에서 줄줄 나오고 있다는 것. 자는척하면서 듣고 있으려니 너무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고 힘이 들었다. "에삐씨에프지~" 무슨 노래인가 한참을 듣고 있는데 ABC송이라는 것을 알고는 대박웃음. ‘뽀뇨가 영어노래 배울 정도로 이제 컸구나.’  

또 다른 변화라면 뽀뇨의 드레스가 이제 날개를 달았다는 점.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입기 어려웠던 샤랄라표 드레스와 이쁜 옷들이 어린이집 출근(?)으로 인해 드디어 햇볕을 보게 된 것이다. 대부분 할머니들 지갑에서 나왔고 이때 아니면 입히기 힘든 옷들인지라 다행이 아닐수 없다.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오늘 저녁도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놀던 것을 집에서 재연해본다. 나라면 재탕이라 재미 없을텐데 4살 뽀뇨에겐 블록쌓기만한 놀이가 없나보다. 물론 아빠와 함께 하는 동화책읽기와 음모소놀이(아빠 등에 타서 놀기)도 빠질 수 없다. 이렇게 오늘 어린이집 2교시는 우리집 침대에서 끝이 난다. 이제 소등!

<어린이집 차량에 탑승, 궈궈>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오디먹는 뽀뇨를 만나실수 있어요. 

뽀뇨 어린이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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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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