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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떼를 쓸 때,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떼’로 볼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적 갈등 또는 채워지지 못한 욕구가 겉으로 표현되면서 긴장 상태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떼는 아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수단이다." (The Secret of Childhood, <어린이의 비밀> 중에서)


몬테소리 교육에서 교사가 맡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관찰자'이니만큼, 몬테소리는 여러 책에서 이 '관찰자'가 특히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고 해석할 것인가를 자주 얘기한다. 그렇게 가만히 한 발 떨어져서 아이의 언행을 관찰해보면,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행동이나 이유 없는 울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건 우리 부부가 자주 하는 얘기이기도 한데, 아이가 별 것 아닌 일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한다 싶을 때에도 가만히 다시 보면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항상 있었다. 매일 하는 규칙적인 일의 순서가 우리 부부의 편의 때문에, 혹은 무심결에 살짝이라도 바뀌면 아이는 대번에 그 변화를 알아채고 원래 하던 방식을 고집하는데, 이 때 우리와 아이 사이에 충돌이 크게 일어나면 아이는 심한 '떼'를 부리며 온 집안이 떠나가라 울어댄다. 이게 유아기에 나타나는 '질서'(order)에 대한 고집 때문이라는 것도 최근에 몬테소리의 책을 읽으며 알았다. 그러니까 아이도 이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정리하며 그에 맞게, 또 때로는 자기 힘으로 변주를 주어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이해와 질서가 어른의 개입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깨어지면 '떼'라는 과격한 행동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


우리 집에서는 특히 아이가 얼마전부터 “나 이제 많이 컸다, 그러니까 다 혼자 할 거다!” 모드에 접어들면서 이런 양상이 더 심화되었다. 눈 뜨면 하는 얘기가 어릴 때 (지금도 어린데…)는 뭘 못했는데 지금은 잘 한다는 둥, 밥을 많이 먹고 쑥쑥 더 커서 자전거를 혼자 탈 거라는 둥 하는 얘기들이고, 아침에 눈 떠서부터 밤에 잠 들 때까지 모든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다 간섭하고 어떤 일들은 굳이 제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이라도 엄마 아빠가 무심결에 어떤 일을 대신 하거나 평소 우리가 아이에게 말한 것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통을 친다. 무심결에 아이 외출복을 내가 대신 골랐다가 혼쭐이 나기도 하고, 다 본 신문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다가 “엄마! 그건 던지면 안 되지!”하고 날아드는 꾸지람에 깨갱, 하기도 한다. (일찍부터 “짜증이 날 때라도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 온 지라 우리 집에서 던질 수 있는 물건은 풍선과 공 이렇게 딱 두 가지 뿐이다. 이런 걸 자업자득이라 해야 하나...)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돼!” 하고 다짐을 받고,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 “약속!”까지 받아내는 아이를 보자면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난감해진다.


제 아무리 ‘다 큰 어린이’ 라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게 마련. 그러나 아이는 그런 간극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무엇이든 끝까지 혼자 하겠다고 나선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런 아이를 매번 인내심 있게 기다리기가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루 이틀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정말로 그 많은 일들을 혼자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자전거를 탈 때 쓰는 헬맷과 안전장치의 버클을 혼자 채워보겠다고 끙끙거리던 여름날을 지나고 나니 이제 아이는 “이거 내가 혼자 할 수 있어. 근데 좀 오래 걸릴 거야. 엄마 오래 오래 기다릴 수 있어?” 하고 나의 인내심을 먼저 구한 뒤 딸깍, 소리를 내며 혼자 버클을 채우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예쁘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 때도 물론 있다. 집 현관문이나 자동차 문을 열고 닫아야 할 때,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 등 위험 요소가 있어 아직 백퍼센트 아이 혼자 하도록 놓아둘 수 없는 때가 그 예다. 아무래도 아이 입장에선 엄마 아빠가 자기를 못 믿는다, 애 취급(애 맞는데…)한다, 이런 느낌이 드니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리 아이의 떼가 가장 폭발하는 때는 '잠'과 '놀이'를 제 맘대로 하지 못할 때다. 눈에서는 졸음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졸리지 않다고,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우기거나, 엄마 아빠가 집안일을 해야 해서 제가 원하는 놀이를 같이 해 주지 못할 때 왜 빨리 오지 않느냐고 다그치며 성화를 부리는 때가 그 예다. 학교엘 가지 않는 금, 토, 일 삼일간은 특히 낮잠 때문에 진을 빼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데, 졸려 보여서 "잘거야?" 하면 "아니이이~~" 하면서 울고, "그럼 나가서 놀든가~" 하면 또 "아니이이~~~" 하며 울어댄다. 친구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주차장에 도착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는 듯 “왜 집에 왔어???내가 안 온다고 했잖아!" 하며 엉엉 운다. 얘는 세상에서 "밖에 나가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 애라, 놀고 싶은 데 놀 수 없을 때 가 오면 있는 힘껏 그 '내적 갈등'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예는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식사 시간에 아무것도 먹으려하지 않고 짜증을 내거나 반대로 갑자기 이것저것 먹겠다고 정신없이 굴 때인데, 이런 경우 가만히 두고 보면 십중 팔구 곧 똥을 누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 때, 이 아이는 밥을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생각이 복잡해 지는 거다. 먹고 쌀 것이냐, 싸고 먹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기로에서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추어 행동을 하는 거라고나 할까.  


몬테소리는 같은 책에서 이렇게 썼다.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다. 어른들이 이 수수께끼를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떼'만 보고 그 내면의 정신적 에너지를 보지 않은 채 판단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에는 언제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어린 아이라고 해서 아무런 이유나 동기 없이 어떤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행동이 변덕스럽다고 말하기 쉽지만, 사실 그 변덕은 변덕 이상이다. 아이들의 변덕스러운 행동은 풀어야 할 문제, 답해야 할 수수께끼다."


그냥 변덕이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 그러니까 아이가 어떤 일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떼를 쓸 때, 같이 소리치며 야단치기보다는 그 이유를 알아채려 애쓸 필요가 있다. 아이가 떼를 쓰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필연적인 일일 때는 반복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마지막 부분이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 힘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꼭 삼 년 해보니,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가끔이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양보할 줄도 알고, 화 나거나 짜증이 날 때 그 이유를 스스로 알고, 엄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등, 거창하게 말하자면 ‘문제 해결 능력’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육아의 시간을 부모가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도 있다. 다음번 글은 이렇게 인내심을 요하는 ‘몬테소리’식 대응법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우리 집의 평화와 공조 체제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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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슬
'활동가-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막연했던 그 꿈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은 운명처럼 태어난 나의 아이 덕분이다. 아이와 함께 태어난 희소질환 클리펠-트리나니 증후군(Klippel-Trenaunay Syndrome)의 약자 KT(케이티)를 필명으로 삼아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라는 제목의 연재글을 썼다. 새로운 연재 <아이와 함께 차린 글 밥상>은 아이책, 어른책을 번갈아 읽으며 아이와 우리 가족을 둘러싼 세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함께 잘 키워내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과 삶을 꾸려내고 싶다.
이메일 : alyseul@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alyson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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