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 생생육아]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 생생육아 코너는 필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생생하게 쓰는 육아일기 코너입니다.

 

child.jpg » 어린이집 부모참여수업. 양선아 기자

 

 

“여름이 엄마, 부모참여수업 가세요?”
“네. 반차 내고 가려고 하는데요. 왜요?”
“전 못가요. 그래서 그날 아이 어린이집에 안보낼까 고민중이예요. 다른 아이들은 엄마들이 다 올텐데, 우리 애만 엄마가 안가면 애가 얼마나 상처받겠어요. 저는 큰아이가 초등학교 다니는데, 이번 달에 운동회가 있어 월차를 내야하거든요. 아빠도 반차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요. 할머니가 가거나 이모가 가야하는데, 아이가 혹시 상처받을까 걱정이예요. 왜 이렇게 어린이집에서 직장맘에 대한 배려를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그렇네요. 예전에 부모참여수업은 토요일날 했었고, 그때 아빠들이 참여를 많이 해서 제가 놀란 적이 있어요. 원장님이 바뀌더니 이번에는 주중으로 하게 됐네요. 원장님께 전화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하는 것이 좋겠네요.”
 “그러니까요. 원에 전화해서 항의해봤어요. 이미 날짜가 공지된 상황이라 이번에는 어쩔 수 없고, 다음에는 직장맘을 배려해서 날짜를 정하시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속상하네요.”
“그러게요. 저도 그날 가서 꼭 원장님께 의견 말씀드릴게요. 맞벌이 부부들을 고려해서 토요일에 했으면 좋겠다고요.”

최근 어린이집에서 두 아이의 부모참여수업이 있었는데 행사 직전 같은 반 직장맘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부모 참여수업 날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수업 등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갖는다. 3년 전 같은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수업을 진행했을 때는 토요일날 진행됐다. 그때 가서 아빠들의 참석률이 너무 높아 육아기에 체험기를 쓴 기억도 있다. (http://babytree.hani.co.kr/?mid=story&category=3742&page=4&document_srl=41426)
 
어린이집은 첫째가 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4년 전부터 지금까지 원장님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원장님이 바뀔 때마다 원의 운영 방식이 조금씩 바뀌었다. 부모참여수업도 지난해에는 없었는데 올해는 다시 생기더니 주중 행사로 진행됐다. 이번 부모참여수업에는 주중이라서 확실히 아버지들의 참여율은 떨어졌다. 아버지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 엄마들이 참석했고, 엄마가 오지 못한 아이들은 할머니나 아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이 참석했다.
 
부모참여수업을 통해 평소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과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볼 수 있어 좋았다. 또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몸을 움직이고 만들기 활동도 하면서 아이들도 마냥 행복해했다. 그러나 일부 수업은 부모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진행돼 부모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원에서는 부모들이 오니 뭔가 근사하고 멋진 수업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부모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있는 그대로 평소의 수업 모습을 보고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부모참여수업에 참가한 뒤 주중에 어린이집 행사를 하면 직장맘이 어떤 애로 사항이 있는지 원에 의견을 전달했다. 원에서는 “다음 행사를 진행할 때는 의견들을 참고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상 이런 애로 사항을 전달할 때면 또다른 직장맘일 수도 있고 노동자인 보육 교사들에 대한 입장도 생각하게 된다. 보육 교사는 마땅히 쉬어야 하는 토요일에 부모들의 요구때문에 쉬지 못하고 출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권리를 선택하면 누군가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니 세상 만사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보육교사의 휴일 노동과 맞벌이 부부의 가정연계 수업 참여권이 상충하는 부분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을지, 그동안 보육계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심선혜 공공운수노조 보육교사 의장에게 물었다.

 

심씨는 "최근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토요일 행사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평일 장시간 노동을 하는 보육 교사들이 토요일에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필요하고, 맞벌이 부모들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 가치가 있다"며 "교사들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기피하지는 않는다. 다만, 보육 교사들의 장시간 노동과 휴가를 낼 수 없는 조건 등을 고려해 주말 근무를 한다면 그들에게 시간외 수당이나 휴일근무 수당을 주던가 평일에 대체휴일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보육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보육교사들의 희생을 전제로 토요일 근무가 강요되기 때문에 보육 교사들이 주말 근무를 힘들어하고 부담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부모참여수업의 횟수도 원마다 제각각이어서 자주 하는 원도 있고 일 년에 한 번 하는 원도 있고 아예 하지 않는 원도 있는데,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원의 운영에 대해 투명하게 하고, 부모가 선생님과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면, 굳이 보여주기식의 이벤트성 행사는 자주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주말에 부모참여수업을 해야 한다면, 보육교사들에게 어떤 식으로 휴일 노동에 대해 보상해줄 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부모들도 함께 관심을 갖는다면, 좀 더 나은 보육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7살 딸은 봄이, 5살 아들은 여름이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딸은 봄에 태어났고, 아들은 여름에 태어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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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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