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제주 동쪽지역의 햇당근을 보러 갔다 잠시 가시리 조랑말공원을 들렀다.

함께 놀던 유담이네가 말을 못탔다고 하여 커피한잔 마실 겸 다시 공원을 찾았다.

아빠는 밭에서 금방 캐온 햇당근을 시식 및 평가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마음카페에 들어선 뽀뇨는 이내 뛰어놀기 시작한다.

 

다른 카페들보다 내부 공간이 넓고 말을 테마로 해서 그런지 유난히 뛰고 장난을 치는 뽀뇨,

결국엔 나무로 된 말 장식품을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관장님께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가 책임져야지” 훈계를 들으며 열심히 목공풀로 수리를 하는데

정작 말 장식을 부순 뽀뇨는 영문도 모르는 유담이를 앞세우곤 “내가 안했어요”라며 딴청을 피운다.

 

‘이제 내가 아는 뽀뇨는 더 이상 애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유담이네와 함께 공원옥상에서 달리는데 얼굴이 빨개지도록 ‘나 잡아봐라’식으로 뛰다가

시멘트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한손에 과자를 잡고 있어서 손바닥이 아닌 손등으로 엎어 지다보니 그대로 찰과상을 입은 뽀뇨.

손등이 아파 눈물을 찔끔거리며 우는데 남자친구 유담이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 외로 금방 그치고 만다.

손도 다쳤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하니 이번엔 유담이가 “뽀뇨랑 놀래. 집에 안갈래”하며 대성통곡을 한다.

유담이에게 “뽀뇨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해서. 유담아, 다음에 봐”라고 돌아섰지만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시크한 뽀뇨는 친구 유담이가 울건 말건 “아빠 나 병원에서 주사 안 맞을래”만 연발,

‘둘이 딱 4살 나이에 맞는 친구사이구나’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밤중에 뽀뇨를 재운 아내가 내게 웃으며 뽀뇨이야기를 했다.

 

“뽀뇨가 유담이를 진짜 좋아하나봐요. 어린이집 친구 몽땅 보다 유담이를 좋아한데요”,

“잉? 언제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뽀뇨가 잠들기전에 그렇게 얘길하지 뭐에요. 나이가 어리지만 남자를 아나봐요. 뽀뇨가”

 

딸아이가 커서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할 거라는 것은 어떤 아빠든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4살 아이에게 벌써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니 이렇게 빨라도 되나 싶다.

그래서 다음날 뽀뇨에게 물어보았다.

 

“뽀뇨, 어린이집 친구 몽땅보다 유담이가 좋아요?”,

“네, 유담이가 좋아요”.

 

아내 이야기가 사실이었구나 하며 재차 물어보았다.

 

“뽀뇨, 유담이 어디가 좋아요?”하니 “학교가 좋아요”라고 답한다.

‘아.. 아직 희망이 있다’하며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뽀뇨, 유담이가 좋아요? 어린이집 민건이가 좋아요?”, “유담이가 좋아요”. ‘아, 이건 아닌데’하며 최후의 질문을 던졌다.

 

“뽀뇨, 유담이가 좋아요? 뽀뇨랑 자주보는 은수가 좋아요”.

 

한참을 생각하는 뽀뇨는 손가락 두 개로 브이자를 그리더니

 

“(한쪽 손가락을 가리키며)이게 유담이, (다른 쪽 손가락을 가리키며)이게 은수.. 유담이랑 은수가 좋아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 아직까지 아빠에게 희망이 있구나’하는 아빠에게 오늘 아침 뽀뇨는 큰 웃음을 주었다.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안 갈려고 땡깡을 부리던 뽀뇨에게 아내가

“뽀뇨,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에게 다친 거 보여줘야지”했더니 바로 신발 신고 출발,

 봉고차에 타자마자 “선생님, 나 여기 넘어져서 다쳤어요”하며 밴드를 보여줬다고..

 

 뽀뇨, 초등학교 가기 전까진 아빠랑만 놀기, 알았지?

 

<뽀뇨 많이 컸죠?>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뽀뇨의 '어른들을 위한 노래'가 나옵니다!

뽀뇨당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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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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