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건강 면과 베이비트리에 ‘행복한 육아’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는 일찍이 대형마트의 비교육성을 지적했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하나의 물건이 마트 진열대 위에 놓이고 또 그것을 사려면 생산자와 소비자의 노동이 필요하지만, 카드로 긁어버리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마트의 현장에서는 노동의 흔적이라고는 아이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1+1’의 계산된 유혹에 못이긴 어른들의 충동적인 대량소비를 보며 아이들도 장난감 선물을 기대하면서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실랑이도 골칫거리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

(전문 참조  http://babytree.hani.co.kr/archives/10783)





39c6a572066a58f8dd983934c15bb036. » 성윤이의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 가족도 대형마트를 자주 가는 편이 아니다. 식료품이 필요하면 집 근처인 광명 재래시장에 갔다. 그런데도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대형마트 방문을 감행했다. 정확한 목적지는 구로동 롯데마트 지하 1층,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장난감매장 ‘토이저러스’. 온갖 장난감 샘플을 만져볼 수 있는 그곳은 매장이기 전에 거대한 놀이터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 키즈카페를 가는 마음으로 그곳엘 갔고 여차 하면 선물도 사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회사 선배와 한 ‘5만원빵 내기’도 방문을 재촉했다. 사회부 송년회가 있던 지난 금요일, ‘통큰치킨’에서 시작된 얘기는 토이저러스에까지 미쳤는데 기동팀장 석아무개 선배는 “구로 롯데마트에 토이저러스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나로서는 금시초문이었고 “그럴 리가 없다”고 맞섰고 급기야는 ‘내기’에 합의했다. 옆자리에 있던 사회정책팀장 이아무개 선배는 신림동 사는 석 선배보다 개봉동 사는 나를 지지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규명이 필요했다.





a7c791f2f719eaf6d2cc35bd46bc3b6f. » 인증샷.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일요일 오전 차를 타고 15분 만에 롯데마트에 도착했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변함없이 그곳엔 토이저러스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리는 그곳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토이저러스의 건재를 알리는 인증샷을 찍고 녀석을 풀어놓았다. 장난감 천국에 도착해 흥분하던 녀석이 처음 마음을 뺏긴 곳은 뽀로로 코너. 뽀로로 버스, 뽀로로 컴퓨터, 뽀로로 피아노 등등, 녀석은 만져보고 눌러보고 연주했다. 직접 타볼 수 있는 모형 자동차 코너에서는 나와 아내가 번갈아가며 자동차를 밀어줘야 했다. “성윤아, 크리스마스 선물 이걸로 때울게”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했지만 녀석은 자동차를 타고 또 탔다.



한 시간이 돼서야 녀석은 자동차에서 내렸다. 이제는 녀석의 선물을 사야 할 차례. 녀석이 이미 맘에 드는 수많은 아이템을 제 손으로 집어 건넸지만 엄마 아빠가 즉석 심사를 거쳐 그것들을 제자리에 진열해놓길 여러 번. 나는 굳이 사줘야 한다면, 굳이 녀석이 사겠다면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는 17000원짜리 대형 소방차를 점찍었다. 아내는 자동차에만 꽂혀있는 녀석의 놀이를 조금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3만 원짜리 공구 세트를 들고 왔다. 그런데 녀석은 다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신 21800원짜리 자동차 운반차 앞에서 꼼짝 않고 서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경광등이 불빛과 함께 소리를 내는데 녀석은 그 소리에 맞춰 고개를 연식 끄덕였고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건넸다. 아내와 녀석이 앞장서가길래 이번에도 되돌아와 제자리에 올려놓았지만 녀석은 이번엔 속지 않고 쫓아와서 다시 집어 들었다. 그래 내가 졌다. 생애 두 번째 선물로 아빠가 사주마.





bc2b9f88c9d1402a905289a638ff613f. » 이 트랙을 돌고 또 돌았다.



우리 가족은 비교적 평온하게 선물을 골랐지만 매장 곳곳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신경전이 목격됐다. 어떤 아빠는 아이에게 무서운 표정으로 “너 그럴 거면 집에 가”라고 했다. 어떤 여자 아이는 자전거를 사달라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가족들은 모른 척하며 자리를 피했다. 어떤 엄마는 발을 동동거리는 제법 큰 남자아이를 어깨에 번쩍 지고 매장을 빠져나갔다. 장난감나라에서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아이의 숙명적인 승부였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며 녀석에게 마음으로 한 마디 했다. ‘성윤아! 너도 저러면 얄짤 없다.’ 



토이저러스에서 2시간 넘게 ‘몸을 푼’ 녀석은 차에 타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인증샷’을 전송받은 석 선배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얼마냐? 부쳐줄게.” 석진환 선배, 이번 크리스마스엔 우리 성윤이의 산타할아버지가 되셨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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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블로그 : plug.hani.co.kr/dok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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