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해야 아이를 하나둘씩만 낳는 요즘. 능력만 있으면 해줄 수 있으면 최고로 다 해주고(사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출산 전부터 정반대의 궁리만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한테 필요한 옷이나 물품을 공짜로 얻어 쓰고, 어떻게 하면 돈 안들이고 저렴하게 해결할까?” 그런...ㅋㅋㅋ^^



출산을 앞두고,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대략 뽑아보니 종류만도 50여 가지. 아무리 못해도 기백 만원은 훌쩍 넘어갈 태세로 나를 놀래켰다. 우리나라의 육아용품의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비싸지 않으면 오히려 안 팔린다고 한다. 실제로 유모차, 카시트 같은 고가의 물건을 빼고도 출산준비물을 준비하는데 200만원 넘게 들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또 그렇게 사서 몇 년이나 쓰면 모를까, 길어봤자 몇 개월 쓰는 게 다고, 어떨때는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많다. 1a44f2f8e8eb268900e6ce6ffdc8ca2a.언젠가 광고에 나오던 말, '무턱대고 사다가는 거지꼴을 못면한다'는 말이 떠올랐다.(ㅋ) 나 같이 돈 버는 재주가 없는 가난한 엄마는 우아하게 앉아 고가 마케팅의 타게팅이 되기는 진작에 글렀고, 다른 쪽으로 실력 발휘를 해야했는데, 그게 바로 공짜물건 얻어쓰기!



공짜물건 얻는 데도 방법이 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막상 해보면 그렇게 만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한 번 해보면 두 번은 쉬워지고, 여러 번 하다보면 실력이 는다.^^ 그럼 기술 전수에 들어가볼까?



첫 번째, 네트워크는 이럴 때 활용하라고 있는 법! 지인 중에 1~2년 앞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접근^^한다.  특히 양가 쪽에서 모두 첫 아이인 경우, 좋은 물건들을 많이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다른 경우도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실제로 미혼인 한 친구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자기 누나에게 부탁해서 옷을 얻어왔는데, 배냇저고리에서부터 온갖 아기옷, 모자, 속싸개, 천기저귀, 우주복까지까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도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따리를 안겨주기도 했다. 또 8살 난 딸이 있는 한 친구는 물건 버리는 것을 못해 집안 구석구석 어딘가에 쌓아두는 성격으로 아기 물건이 발견되는 즉시 나에게 신고를 한다. 최근에는 그 친구가 지금 우리 아기에게 딱 필요했던 세발자전거를 떡하니 안겨 제대로 된 이모 노릇을 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헌 물건에 대한 나의 애정을 적극적으로 과시해야 한다는 거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새 걸 사서 줘야지 헌 물건을 줘도 되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으면 집구석 어딘가에서 썩고 있는 아까운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선물하기가 어렵다. 주는 사람이 조금 망설이는 것 같으면 얼룩이 있어도 괜찮고, 유행이 지난 것도 좋다고 약간의 엄살을 부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래야 괜히 미안해하지 않고 갖다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가 기부를 부르는 피드백 작전이다.  자기가 준 물건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 직접 확인시켜주면 주는 쪽에서는 흐뭇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 방법으로 누가 어떤 옷이나 물건을 주었는지 기억했다가 그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의식해서 입히고 나가거나, 그 물건이 들어간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서 안부를 전하고는 한다.  이 소소한 피드백은 간간히 추가 기부를 얻어내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단, 이 모든 게 평소 인간관계에 기반하는 만큼 벼락치기는 안된다. 평소 주변 사람들과 잘(?) 친하게 지내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얌체처럼 도움만 받고 빠지면 안되고 어떻게든 ‘탱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이때는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으므로 물질적으로 보답하기보다 비물질적인 립서비스, 식사 초대, 그리고 나의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보답하는 방식이 좋다.



6eee9343345da398289859af882f25fa.하다보니 단단히 재미를 들였다. 우선 가장 부담 없는 옷은 옷장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모였다. 옷들이 다 제각각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골라 입히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을 정도이다. 어떤 때는 내가 얻어서 다른 친구에게 나눠주는 중간유통상 역할도 한다. 재밌는 것은 출산 전 나의 펑퍼짐한 배 모양을 보고 모두 아들일거라며 푸르딩딩한 아들 옷을 많이 가져다주셨는데, 막상 우리 아기는 딸로 태어났다. 지금도 딸 아이는 푸르딩딩한 파란 옷을 입고 다니며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딱히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 없이 고마운 수유쿠션, 유모차 커버, 포대기, 방수요, 보온가방, 유축기, 젖병, 체온계 등도 지인들로부터 속속 답지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어떻게든 많이 팔려고 제시하는 출산준비물 리스트를 곧이 곧대로 믿기보다 리스트 중에 몇몇은 과감히 패스할 줄도 알아야한다. 이럴 때는 애를 키워본 사람들의 경험담이 참고가 된다. 일단 수유용품은 젖(모유)을 먹일 것이니까, 무조건 패스! 친구 말이 신생아 때는 목욕용 욕조 살 것 없이 조금 큰 세수대야를 사용하면 된다고 해서 패스!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 이불셋트도 괜한 짐만 된다고 해서 패스! 대신 친정엄마가 시집올 때 외할머니가 직접 키워 만들어주신 목화솜 이불을 새로 타서, 아기와 함께 쓸 요와 이불을 만들어 주셨다. 그러니까 외할머니로 시작하여 엄마, 나, 우리 아기까지 4대로 이어오는 전통 있는 이불을 덮고 있다는 말씀^^



가장 비싼 물건 중 하나인 아기 침대와 유모차에 얽힌 사연도 재밌다.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왠지 뿌듯한 력셔리한 아기 침대는 남편 친구로부터 받았는데, 그 아기침대는 5년 전 남편이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할 때 5만원 주고 사서 친구에게 선물했던 것이다. 그 침대가 다시 우리에게로 왔고, 조만간 다른 친구에게 갈 예정이다. 역시~돌고 돌아야 재미난 세상!!!



가장 고가, 엄마들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유모차는 정말 의외의 인물로부터 받았다. 직장에서 거의 앙숙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해서 거의 말을 섞지 않았던 선배 하나가 있었는데, 출산휴가를 앞둔 바로 전날, 다가와 “유모차 있냐”고 묻는 거다. (그렇게 다가오는데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영국 유학 중에 산 ◯◯◯ 이라는 꽤 괜찮은 브랜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표정관리를 좀 했어야 했는데, 그 비싸다는 유모차를 해결할 기회라고 생각하니 그만... 안면에 환한 미소가 번지고 말았다. 그 유모차가 선배와 나를 일순간에 친숙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유모차를 끌 때면 그 못났지만, 정 많던 선배가 그립다.^^



이렇듯 헌 물건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추억을 남긴다. 내 유모차가 그랬듯, 끊어진 인연을 재생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헌 물건이 재밌고 고맙다. 어떨 때는 수많은 손길이 아기를 같이 키우고 있다는 착각도 든다. 물건 측면에서도 이왕 만들어진 물건은 되도록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잘 사용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사람들끼리 순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 아이의 미래에 부담을 덜 주는 길이기도 하고, 환경을 지키는 일일 뿐더러 덜 미안하지 않을까? 왜 맨날 헌 옷, 헌 물건이냐고 투덜거리면 이런 말을 해주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통하려나? 혹자는 딱 두 돌되는 지금 시점이 마지막일 거라고;;;^^ 어쨌든 새옷 사달라고 조르는 딸에게 처절하게 굴복하는 날까지 나의 헌 물건 사랑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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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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