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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몹시 추웠던 날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 이사했다.

갑작스런 이사였기에 별다른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덜컥 이사를 했더니 1월 내내 어찌나 춥던지

정말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이사한 첫 날 우리 가족이 자고 일어난 방 온도가 영상 11도인 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마치 ‘1박 2일’의 야외취침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그 다음부턴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서 난로를

지펴가며 아이들을 재웠지만 한 밤의 실내 온도는 13도 남짓이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온도다.

아파트에 살 때 나는 23도가 내려가면 큰 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우리집 실내 온도 평균은

24도였다. 그때는 정말 한 겨울 적정 온도가 18도라는 공익광고를 들으면 한번 18도에서

살아보라지, 그게 말이 되나... 생각했었다. 그 온도에서 자면서도 겨울이면 두꺼운 커튼을 달고

안방에서 마루로 나올 땐 꼭 양말을 챙겨 신곤 했다. 나는 더운 건 참을 수 있어도 추운 건 질색이었다.

그런데 이사온 새집에서 며칠을 지내고 보니 18도라는 온도는 그야말로 꿈의 온도였다.

12도, 13도에서 몇 밤 자고 나니 14도만 되어도 행복해졌다.



한 낮에는 해가 잘 들어서 18도가 되기도 하고 잠깐 동안은 20도 언저리까지 오르기도 하지만

해가 지면 기온은 바로 떨어져서 그 다음날 해 뜨기 전까지 집안은 서늘하고 냉랭했다.

이사한 지 4일 만에 새 이불을 50만원어치 샀다. 아파트에서 덮고 자던 이불로는 도저히 단독주택의

웃풍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이불가게에 가서 제일 따스하고 두꺼운 극세사 이불 셋트를

사 오고 요즘 유행하는 수면바지와 수면 양말을 식구수 대로 사들였다.



내복위에 겉 옷을 하나씩 더 입고 아래는 두툼한 수면바지와 양말까지 신고 잠 들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사철 이불이라고는 덥지 않고 자던 두 아이들은 얼굴 아래까지 이불을 끌어 당겨

잠이 들었고 자면서도 이불을 차는 일이 없었다. 이불 밖 공기가 너무 서늘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놀 때도 옷을 두세겹씩 껴 입고 지냈다.



처음에는 한 겨울에 너무 추운 집으로 와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아이들은 너무나 건강했다.

오히려 이사 오기 전날까지 기침이 심했던 큰 아이는 이사와서 감기가 싹 낳았다.

병원에서는 찬 바람을 쐬지 말라고 했지만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고보니 수시로 밖으로

나가 노는 아이를 말릴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강아지랑 논다고 식전에도 나가고, 눈썰매를 타면서 반 나절씩 밖에서 놀다 오곤 했다.

너무 춥다고 말리기도 하고, 목도리며 장갑이며 챙겨주느라 부산을 떨기도 하다가 금방

무심해졌다. 아이들은 장갑을 잊고 나가서 놀다 오기도 하고, 가끔은 겉옷 입는 것도 깜박 하고

나갔다 들어오기도 했다. 영하 10도가 넘을 때도 마당에서 눈썰매를 타며 놀았다.

이 모든 것들이 아파트에 살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 있다가 밖에 나가서 놀고 오면 콧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지만 기침이나 감기로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콧물을 손등으로 훔쳐가며 또 놀러 나가곤 했다.

1월의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수시로 밖에서 뛰어 놀며 지내고 나니 2월의 날씨는 봄처럼

느껴진다. 큰 아이는 이제 가끔은 내복 바람으로도 놀다 들어온다.



전에는 영하 10도면 외출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한 겨울에 겉옷을 입지 않고 나가서 노는 일도 어림 없었다. 아침도 먹기 전에 놀다 들어오는

일도 없었고 내복 바람으로 밖을 나다니는 일이란 상상할 수 없었다.

필규는 이사 오기전까지 기침을 몇 달씩 달고 있었다. 한약을 숱하게 먹였지만 좋아졌다가

또 도지곤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며 정성을 들였어도 끝이 없는

필규 기침 소리에 나중에는 우울증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새 집으로 이사온 후 그 기침 소리가

멎은 것이다. 24도의 따스한 집에서 지낼 때는 기침을 달고 살던 아이였는데 평균 기온 15도인

집에서 오히려 건강해졌다. 이제는 그 까닭을 안다.



아파트에 살때 나는 아이들을 너무 덥게 키웠던 것이다.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가 차이나면 날수록

몸이 적응하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바깥 기온을 수시로 쏘이는 것도 아니고

따스한 집에 있다가 어쩌다 차가운 바깥 공기와 접하게 되니 찬 공기에 몸이 적응할 기회가 너무

없었다. 실내에서 몸을 충분히 움직이며 놀수도 없었고 날이 추우면 환기를 하는 일도 게을러지니

더 안좋았을 것이다.



흔히 찬 바람 쐬면 감기에 걸린다고 아이들을 위협하지만 문제는 찬바람이 아니다.

찬 바람을 충분히 쐬며 그 속에서 뛰어 놀 기회도, 공간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너무 따스한 실내와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하는 생활이며, 지나치게 두껍고 따듯한 방한복들도

아이들 피부의 적응력을 떨어뜨린다.



새 집에서는 바깥 공기와 실내 온도의 차이가 아파트처럼 심하지 않다. 게다가 실외 온도가 떨어지면

실내 온도도 자연스럽게 같이 내려간다. 추우면 춥게 지낼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추워도 나가서 놀고 수시로 외기를 쐬니 오히려 찬 기온에 더 잘 적응이 된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포기한 대신 우리 가족은 제대로 된 건강한 환경을 얻게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추울 땐 춥게 키우자.

더울 땐 덥게 키우자.

그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비결이다.

실내 온도를 충분히 낮추고 내복 입혀 놀게 하고, 춥다고 집에서만 놀게 하지 말고 밖에서 놀라고

아이들을 격려하자. 계절을 이기는 건강한 아이들은 그 계절을 충분히 겪고 느끼며 키워야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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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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