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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확실히 그랬다.

집에서건, 밖에서건 내 바로 아래나 윗 사람보다는 한 다리 건너 사람들과 관계가 더 좋았다.

형제 중에서도 바로 아래 동생과는 징그럽게도 싸웠는데, 그 아래 동생과는 잘 지냈고

대학에 다닐 때도 바로 윗 학번보다는 두 학번 위의 언니들과 사이가 좋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바로 붙어 있는 관계는 아무래도 경쟁의식이 더 강하고 이런 저런 기득권에서

자주 마찰이 생기는데 그보다 조금 떨어져 있는 관계는 이런 것들로부터도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겨서

더 편하지 않았나 싶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큰 아이를 볼 때면 내가 겪은 것들이 맞구나... 생각이 든다.


올 해로 아홉살이 된 큰 아이는 둘째 윤정이와 네 살 차이가 나고 막내 이룸이와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세 아이가 터울이 어느 정도 있다보니 동생을 보고 질투를 하거나 심술을 부려 마음고생하는 일은

적었다. 그런 게 없지는 않았지만 연년생이나 두살 터울을 둔 집들과 비교를 해 보면 우리집은

아주 원만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큰 아이는 둘째와 퍽 아웅다웅 하는 편이다.

네 살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다섯살인 둘째가 야무진 여동생인 탓에 이젠 말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오빠의 허술한 구석을 놓치지 않고 집어내니 사사건건 부딛치는 일이 잦다.

큰 아이는 둘째가 아기였을 때는 퍽이나 이뻐했지만 그 이쁘던 아기가 커서 재잘 재잘 말도 잘 하고

조금씩 자기 영역을 침범해 오기 시작하고, 제 권리와 몫을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 둘 사이는

수시로 개와 고양이처럼 앙앙대곤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13개월을 맞이한 막내 이룸이에 대해서는 변함없이 전폭적인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다.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애정표현이 넘치는 것은 물론이고, 둘째와 가장 많이 부딛치는 제 물건을

손대게 하는 면에서도 막내에게는 눈에 띄게 관대하다.

윤정이가 가지고 노는 것을 이룸이가 만지고 싶어하면 제가 뺏어서라도 이룸이에게 쥐어주고

윤정이가 이룸이를 울게 하거나 속상하게 하면 제가 이룸이 대신 화를 내고 때로는 싸워 주기도 하고

이룸이를 달래 주기도 한다.


얼핏 생각해도 당연하긴 하다.

이룸이는 아직 어려서 윤정이만큼 야무지게 제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오빠의 실수나

잘못을 엄마에게 일러 바치러 달려오지도 않고, 오빠가 밉다고 소리치거나 복수를 하는 것도

아니니 윤정이보다야 이쁠 것이다. 거기다 이제 마악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아기다 보니

무얼 해도 기특하고 이뻐 보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도 필규는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달려와서

‘엄마, 엄마 이룸이가요. 일곱 걸음이나 걸었어요!’ 하면서 기뻐했다.

어린 동생의 작은 발전이나 성취를 마치 제 것인 양 반기고 놀라워하는 것이다.

일곱살이란 차이는 ‘경쟁’에서 느긋하게 벗어나 있는데다 둘째를 통해 동생이란 존재를 한 번

겪어 본 경험이 있어 한결 여유있고 세밀하게 동생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게 해주는 모양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역시 아이는 적어도 셋은 되어야 겠구나... 깨닫게 된다.

엄마인 나도 세 번째 겪는 육아가 훨씬 수월하기도 하지만 큰 아이에게도 두 번째 동생이 한결

편하고 느긋하게 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막내란 존재는 큰 아이의 정서나 감성에도 중요한 도움이 된다.

아홉살이란 나이는 아직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권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헤아리는 것이 잘 되지

않는데 어린 막내와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보다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존재를 의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기분과 입장을 생각해보고 그 사람을 도우려고

애쓰는 일을 통해 큰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감성들이 적지 않다. 어린 막내와 뒹굴고 놀면서 긴장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둘 만 있다면 평생 보이지 않는 경쟁과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둘이란

그렇듯이 언제나 팽팽한 법이다. 그렇지만 셋은 다르다. 큰 아이에게도 둘째에게도 막내란 존재는

긴장과 경쟁에서 한 숨 돌릴 수 있는 쉼표가 될 수 있다.


아직 공부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한참 미숙하고 철 없는 필규지만 막내 앞에서는 잘 웃고

잘 도와주고, 잘 품어주는 자상하고 따듯한 오빠다.

윤정이가 가진 것을 만지고 싶은데 주지 않는 언니 때문에 앙앙 우는 이룸이에게 달려가

‘이룸아. 속상하지? 언니가 안 줬어? 오빠가 안아줄께’ 하면서 어린 동생을 끌어 안아주는

필규를 보면서 필규에게 이룸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새삼 깨닫곤 한다.

이룸이도 일곱살 많은 큰 오빠가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울 것인가.

자랄수록 큰 오빠의 존재는 듬직하고 따스하게 막내를 채울 것이다.


나는 평생 ‘큰 오빠’가 있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룸이는 큰 오빠가 있어서 참 좋겠다.

아... 정말 부럽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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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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