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f413a50cae191c5ec1086b3ec707e. » 와이셔츠와 바지는 키를 쫙 맞춰 걸어놓으시고, 이유식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베이비시터 A. 살림의 여왕이셨지만, 아이 돌보기 부분에 있어선 나와 충돌했다. Photo by 양선아



마음 맞는 베이비시터를 구해 잘 지내는 일. 이것은 지난해 육아휴직하고 난 뒤 직장에 복귀할 때 내게 있어 최대의 과제였다. 친정과 시댁이 모두 지방인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베이비시터를 구해야했다. 갓 돌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 꺼려진데다 기자라는 직업이 정시 퇴근을 보장할 수 없고 남편도 야근이 잦아 우리 부부는 일찌감치 입주가 가능한 베이비시터를 구해야겠다 생각했다. 

 

혹시라도 같은 아파트 또는 주변 아파트에 아이를 돌봐주실 만한 분이 있는지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여봤으나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결국 난 인터넷 사이트 베이비시터 구인란과 각종 소개소를 통해 8~9명에 이르는 재중동포(이른바 조선족) 아줌마들을 면접봤다. 한국인 입주 시터는 구하기 힘들 뿐 아니라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지인들 중에 재중동포 시터를 고용한 친구가 있었는데 만족해하는 것 같아 그쪽을 택한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각종 사례를 읽고, 면접시 꼭 물어봐야 할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 사람을 고르고 골랐다. 그러나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험난했던 두 명의 베이비시터와의 생활, 그리고 출산을 하루이틀 앞두고 있는 내게 갑자기 몸이 아파 그만 두겠다는 통보를 해온 현재 시터때문에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 베이비시터와의 생활은 정말 ‘도’를 닦는 심정으로 해야 하는 것 같다.  사람을 좋아하고 믿고 정이 많아 정을 퍼주는 성격인 내가 베이비시터들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결국 베이비시터들은 ‘돈’과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친정과 시댁이 서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형제자매라도 많고 주변에 육아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맘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 베이비시터와의 생활을 접어야만 하나, 엄마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스템을 국가는 언제즈음 마련해줄까 등등 별의별 생각들을 하며 만삭인 나는 밤잠을 설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자, 어떤 사연인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자. 

 

 첫 번째 베이비시터 A는 57살 연변 출신 재중동포셨다. 연세는 많으셨지만 한국말이 어눌하지 않았고, 이전에 일한 집 엄마와 통화가 가능한 분이었다. 이전 집 엄마는 “성실하고 깨끗하고 집안일을 잘하고, 아이도 잘 돌본다”는 평가를 해줬고, 그 엄마의 평가를 믿고 면접 본 9명 가운데 이 아주머니를 선택했다. 직장 복귀 두 달 전의 일이다. 

 두 달 동안 시터와 부대끼는데 그 시간은 6개월 이상 보낸 것 같은 느낌이었다. 24시간 함께 보내니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밖에 없었고, 아이를 시터에게 맡겨야 하는 나는 예민한 촉수로 그를 대했던 것 같다.





 A의 장점은 정리정돈을 잘하고 한국 음식을 잘한다는 점이었다. 그의 정리정돈은 전문가 수준이었다. 정리정돈에 전병인 난 그에게 ‘살림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배웠다. 빨래 하나를 널때도 발로 지근지근 밟아 다림질하듯 각을 접어 널었고, 옷을 하나 걸때도 서랍에 정리할 때도 키를 쫙 맞춰 거는 등 자신만의 방법이 있었다. 바지를 거는 법, 윗옷 정리하는 법, 겉옷 거는 법 하나하나가 다 다를 정도였다. 방바닥은 매일매일 반짝반짝 광이 났고, 옷장이며 책상 서랍이며 A의 스타일대로 우리 집은 정리가 되어갔다. 한번도 그렇게 집안을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살아본 적 없는 나로선 누군가 우리집에 마법을 부려 놓은 느낌이었다. 정리를 하니 집안도 넓어보이고, 기분도 상쾌했다.





또 그뿐이랴. A는 자신만의 한국 음식 레서피 공책을 갖고 있었다. 나도 제대로 못만드는 육개장, 유부초밥, 각종 종류의 찌게 등을 그 공책을 보며 표준 레서피대로 만들어 우리 부부에게 대접했다. 한국 식당을 운영해도 될 만한 실력이었다. 아이 이유식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원칙을 지켜 만들었다. 

 A의 정리정돈, 음식 서비스를 받으며 처음에 난 만족해했다. 그러나 A의 장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느새 단점이 되어갔다. 애초 내가 A를 고용한 이유는 아이를 돌보기 위함이었다. 집안 정리정돈, 음식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터와 아이와의 관계였다. 내가 출근하면 시터가 나를 대신해서 엄마와 같은 사랑을 아이에게 제공하길 바랬고, 집안일이나 음식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A와 생활하면 할수록 자꾸만 그 부분에 있어 맘에 걸렸다.



A는 정리정돈을 완벽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아이가 울어도 정리정돈이 우선이었다. 정리정돈이나 음식을 해야 한다면, 아이가 칭얼거려도 달래기보다 자꾸 재우려했다. 아이가 칭얼거리면 책도 읽어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바깥 구경을 시켜도 될 텐데, A는 자꾸 아이를 슬링에 넣어 자장가를 불러댔다. 깨끗한 집안 상태를 유지하려 하다보니,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집안이 어지럽혀지면 그 상태를 견디지 못했다. 아이가 갖고 놀면서 호기심을 충족시켜야 하는 집안 도구들이 모두 제자리에 있어야만 했다. 한참 아이가 음식물에 호기심을 갖고 주물러보고 호기심을 충족할 연령인데, 깨끗함을 중시하는 A는 아이 손이 더러워지거나 음식물이 손에 묻는 걸 보지 못했다.



 직장 복귀 시점은 다가오고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이 갈팡질팡하고 있을 즈음, A가 주말에 나갔다 복귀하는시간이 점점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일요일 밤에 돌아와야 할 사람이 월요일 오전에 들어오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직장 복귀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에 A를 잘 설득하고 다스려 어쨌거나 아이를 잘 돌보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하루는 작정을 하고 A에게 “아이 오전에 칭얼댄다고 자꾸 재우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랑 놀 때는 아이한테 집중해서 놀고 집안일 안해도 되니까 아이랑 잘 놀아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A는 화를 내며 “열심히 하고 아이 칭얼대면 업어주는 수밖에 없는데 엄마가 자꾸 트집을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출근하기 일주일 전, A는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파 아이를 돌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두 달 동안 얼굴 익히고 아이와 적응시킨 내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출근하기 일주일 전에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 할 형편이 됐다. 너무 당황스럽고 놀란 나는 자주 들르던 인터넷 엄마들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연을 올렸다. 상당수의 워킹맘들이 그런 경우는 대부분 ‘월급을 올려달라는 사인’이라 해석했다. 엄마들의 조언은 엇갈렸다. “월급을 10만원 정도 올려 A를 잡아보라”는 의견이 있었고, “그런 사람은 반드시 또 엄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니 당장 바꿔야 한다. 아이는 잘 적응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결국 난 월급 인상보다는 시터를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고 부랴부랴 사람을 알아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첫번째 시터와의 생활은 두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다음 편에 계속... )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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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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