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732ad42282ec5f0c8dd0a6412aa040. » 고열이 나 축 처진 민지가 잠을 자고 있다. 해열제를 먹인 뒤 체온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 photo by 양선아




설 연휴 직전 고향 광주로 내려가기 전날 일이다. 평소처럼 민규 목욕시키고 젖을 먹이고 조금 놀아주다 밤 9시께 재우려 안았다. 평소 안아주면 좋아하던 녀석이 낑낑거렸다. 조금 안고 있다 잠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온 집안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불렀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꼬꼬닭아 울지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그런데 민규가 이상하다. 계속 칭얼대더니 울음 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30분 정도 울 땐 잠투정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낌새가 심상치 않다. 안아준 지 1시간이 지났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안고 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으니 아이가 마치 바늘에라도 찔린 듯 울어댄다. 나는 드라마를 보고 있던 남편을 불러 아이 상태를 같이 점검했다. 혹시 아이 옷에 날카로운 것이 들어가 찔리는 것은 아닐까, 기저귀가 젖지는 않았나, 사타구니나 엉덩이가 짓무르지 않았는지 등을 점검하고 아이 옷도 갈아입혀 보았다. 물론 기저귀도 젖지 않았고 뭔가 문제될 만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민규는 계속 자지러지게 울었다. 아이를 달래보던 남편도 아무래도 아이가 평소와 다르다며 응급실에 가보자고 했다. 잠자려던 첫째 옷을 두껍게 입히고, 앙앙 울어대는 민규 옷을 꽁꽁 싸매고 밤 11시 반께 집 근처 병원 소아응급실에 도착했다.




찬바람을 쐰 민규는 조금 진정된 듯 했다. 병원에 도착해 증상을 설명하니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장이 꼬였는지 등을 확인하는 거란다. 엑스레이를 찍으면서 민규는 또 한번 자지러지게 울었고, 내 마음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건강하던 아이가 왜 갑자기 저렇게 자지러지게 우는지, 설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왜 갑자기 아이가 아픈지, 낮에 밥이 먹기 싫어 내가 자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혹시 그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줬는지 등등 별별 생각을 다했다. 산발한 머리에 수유 원피스를 대충 입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아이를 안고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3개월 된 아가를 데리고 응급실에 온 엄마가 내게 말을 건다.

 

“아기 몇 개월이에요? 너무 귀엽네요. 혹시 애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온 거 아니세요? ”

“어,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 애는 5개월 넘었어요. 재우려는데 갑자기 너무 자지러지게 울어서 놀라 달려온 거예요. 2시간이 넘게 울었어요.”

 “아~~ 그거~~ 아마 배에 가스 차서 그럴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2시간 우는 건 아무것도 아녜요. 저희 아이는 5시간, 6시간 자지러지게 울어요. 요즘도 그래요. 너무 익숙해서 이젠 놀라 지도 않아요. 그럴 땐 따뜻한 손으로 배 마사지 자주 해주고, 분유 먹이시면 분유도 바꿔보고 그래 보세요. 자전거 타기 운동도 도움돼요.”

“네... 저희 애는 완모하고 있어서 분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낮에 자장면을 먹었는데 그게 문제가 됐나...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의사 말씀 들어봐야죠. 아무튼 조언 감사해요. 저는 2시간 우는 것도 이렇게 놀라고 힘들었는데, 날마다 5시간, 6시간 우는 것 어떻게 견디세요... 고생이 많으시네요..”

 

드디어 진찰실에서 민규를 불렀다. 민규를 데리고 의사 앞에 앉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결과를 컴퓨터로 확인하고, 민규 몸 이곳저곳을 점검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대기실에서 내게 말을 걸었던 그 엄마와 같은 얘기를 했다.

 

“민규 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고요. 엑스레이 보니 배에 가스가 많이 찼네요. 장이 꼬이거나 그러지는 않았고요. 장중첩의 경우 규칙적으로 아이가 우는데 민규 같은 경우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엑스레이 상으로도 괜찮아요. 아이 배를 따뜻하게 해주시고 따뜻한 손으로 배 마사지 많이 해주세요.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도 해주시고요. 원인은 뭐 특별하게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 아이 컨디션이 저조해서 장 운동이 더뎌진 것으로 보시면 돼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의사가 큰 병이 아니라고 하니 겨우 안심이 됐다. 진정이 된 나와 우리 가족은 새벽 1시가 다 돼 집에 도착했다. 혹시 내가 자장면을 먹어 아이가 소화를 못 시켰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의사는 자장면과 가스는 무관하다고 말해줬다. 괜히 죄책감을 느꼈는데 다행이었다. 병원에서는 정장제를 처방해줬고 민규는 방귀를 여러 번 ‘뿡뿡’ 뀌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들었다.

 






21d9829f87358c9253ced23b566b37d8. » 병원에 다녀와 잠이 든 민규. 아이가 아프면 엄마 마음은 더 아프다. photo by 양선아




설 연휴 직전 이렇게 응급실을 가는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 연휴를 맞았다. 긴 연휴 기간을 맞아 바리바리 짐을 싸 고향 광주로 내려갔다. 시댁과 친정 모두 광주라 명절 땐 우리는 항상 광주로 내려간다. 광주로 내려가면서 나는 긴 연휴 기간 동안 아이 둘 모두 생활 리듬이 깨지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 그러나 내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일단 내 어깨와 허리가 고장이 났다. 연휴 기간 어느 날, 민지를 카시트에 앉히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갑자기 전기가 통하는 듯 찌리릿 했다. 추운 날씨에 갑자기 허리를 굽혀서인지 허리 근육이 놀란 것 같았다. 허리에 통증이 있어 찜질을 했지만 쉽게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허리가 아프더니 어깨까지 결리고 뭉치고 꼼짝할 수 없었다. 결국 병원에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게 됐다.

 

아이 둘을 가진 엄마가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병원 치료를 받을 때 혹시 민규가 젖을 찾을까봐 안고 가야 했다.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린 민지는 민규만 데리고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병원을 가려면 아이 둘 모두 옷을 입히고 기저귀 등 아이들 용품을 챙기고 내가 치료 받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동반해야 했다. 남편, 친정 엄마가 번갈아 가면서 아이들을 돌봐줬고 나는 그동안 치료를 받았다. ‘엄마’가 아프니 여러 사람이 고생이었다.

 

내가 치료를 받고 있는 어느 날, 갑자기 민지 울음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민지가 병원 자동문에서 왔다 갔다 하며 장난치다 자동문 사이에 몸이 낀 것이다. 민지는 자동문에 머리를 부딪혔다. 애가 많이 놀란 듯 했지만 당시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그날 오후 아이가 잠자다가 갑자기 점심 때 먹은 것을 다 토하는 것 아닌가! 민지는 그 뒤로 컨디션이 저조해지더니 그날 밤 갑자기 열이 38.5도 이상 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자동문에 머리를 부딪혀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가’ ‘낮에 먹은 것이 체했나’ ‘감기에 걸렸나’ 등등 내 가슴은 또 놀란 자라 가슴이 됐다. 매실물도 먹여보고 생강차도 먹여보고 아이 등도 두드려주고 배도 문질러줬지만 아이는 계속 배가 아프다며 계속 보챘다. 다음날 점심 때까지 민지 상태를 지켜보는데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밥도 잘 먹지 않고 먹은 것마저 토했다. 축 처진 민지가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결국 다음날 아침 민지는 소아과에 가야했다. 

 

소아과에서는 민지 목이 많이 부었다며 감기 약을 처방해줬다. 의사는 코와 가래도 많아 밤에 가래 때문에 토했을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의사 얘기를 듣고 보니 내가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지를 너무 등한시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이 또 물밀 듯 밀려왔다.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나 놀다 보니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고,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음식도 민지가 많이 먹도록 허용했다. 또 손녀·손자 생각하시며 시부모님께서 보일러를 빵빵 틀어놓아 민지는 밤에 잘 때 덥다며 배를 다 열어놓고 자곤 했는데 난 그냥 ‘괜찮겠지’ 하며 방관했다. 너무 덥고 건조한 공기 속에서 생활 리듬이 다 깨진 상태로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었으니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엄마인 내가 잘 통제했어야 했는데 수수방관한 것이 아이를 아프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은 자꾸만 자기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목감기 약을 먹은 민지는 조금씩 상태가 호전됐다.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했고, 잘 놀기 시작했다. 민지 상태가 차차 나아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며칠 지나 민규 몸이 불덩이다. 열이 37.5도에서 38.9도까지 올랐다 내렸다 한다. 평소에 똥을 하루에 한번 싸는 민규가 똥을 4~5번 쌌다. 해열제를 먹이려다 민규도 누나처럼 목감기는 걸리지 않았나 싶어 응급번호 1339번에 전화를 걸어 전문가에게 물었다. 아이들 일로 의학적 판단이 힘들 때, 또 한밤 중에 아이가 아플 때, 난 1339번에 전화해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곤 한다. 전문가는 해열제를 바로 먹이지 말고, 응급실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나서 먹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주말에 일어난 일이라 우리는 또 민규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 의사는 민규 몸 상태를 점검하더니 목은 붓지 않았고 단순 감기 증상처럼 보이는데, 요로감염 증상과 비슷하니 소변 검사를 한번 해보자 했다. 의사는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은 감기약 처방을 해줬고 해열제도 처방해줬다. 민규 열은 해열제를 한 번 먹이고 나선 바로 떨어졌다. 민규는 평소처럼 잘 먹고 잘 놀았다. 소변 검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날 소아과를 찾았다. 의사는 세균이 보이는데 확진을 하기 위해서는 재차 검사를 해봐야 한다 했다. 또 한번 나는 놀란 자라 가슴이 됐다. 날마다 목욕시키고 기저귀도 제때 잘 갈아주고 항상 청결하게 아이를 돌보는데 웬 요로감염이란 말인가. 민규는 소변 검사를 다시 했고, 다음날 결과를 알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도 2차 검사에서는 세균이 보이지 않았고 의사는 요로 감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만약 요로감염이었다면 나는 자책감에 또다시 힘들었을 것이다.






3052b49d2664f72f108703518678b3a3. » 소중한 딸과 아들. 두 아이 모두 올 한해 건강하게 크길 빌어본다. photo by 양선아




아... 설 연휴 전후 아이 둘 다 병치레를 치르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아이들이 아프면 누구보다 엄마의 몸과 마음이 힘들다. 괜히 엄마가 잘못한 것 같고 죄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이 둘의 감기가 폭풍처럼 지나가고 평온한 일상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이번엔 민규 눈이 또 말썽이다. 이전 글에서 적었던 것처럼 민규는 눈물길이 좁아 눈곱이 주렁주렁 잘 생겼는데 상태가 호전됐다 다시 또 심해졌다. 결국 지난 월요일 안과에 가서 눈물길을 뚫어주는 처치를 했다. 아이를 꽉 붙들고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에 주사 바늘과 같은 긴 심을 넣어 눈물길을 뚫는데 아이가 얼마나 울던지...  내 마음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의사는 먹는 항생제와 눈에 넣은 항생제를 처방해주면서, 앞으로 한 달 동안 눈 마사지를 잘 한 뒤 다시 병원을 방문하라 했다. 민규는 눈물길 처지를 하고 나서 많이 놀랐는지 밤에 깜짝깜짝 놀라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았다. 잠버릇을 길들이겠다 한 내 결심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젖을 물려 겨우 재우고 있다. 잠버릇 잡기 프로젝트는 아이 컨디션이 좀 더 나아지면 해야겠다.  여전히 민규는 밤에 자주 깨는 편이다. 한달 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말이다.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고 있는지 대낮에는 햇볕이 따사롭다. 2월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있어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아프고, 내 몸과 마음이 아프다. 아픈 만큼 아이들은 더 단련될 것이고, 아픈 만큼 나와 아이들의 관계도 더 끈끈해지려니 생각해본다.




새해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났는데, 이제야 새해 소원을 빌어본다. 새해 첫번째 소원은 무엇보다 가족 모두의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그 무엇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건강하기 위해선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생활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밤잠 잘 자는 것,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절주와 금연 등이 필요하다.  남편은 새해부터 하루 한 갑 피던 담배를 끊었다. 나는 이제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두 아이도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엄마인 나는 좀 더 세심하게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 꼭 알아두세요~




응급의료정보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응급의료에 대해 안내하고 상담서비스를 해주는 곳이다. 이 곳에서는 각 권역 내의 응급의료체계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 정리해 환자에게 적합한 병원을 안내해주고, 전문상담요원과 의사가 응급처치에 대해 조언해준다.




국번없이 1339번을 누르면 상담요원과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특히 한밤 중에 아이가 아프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상황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아두고 있는 것이 좋다.  




응급의료정보센터 홈페이지(http://www.1339.or.kr/)에 들어가면 가까운 병의원, 약국 검색은 물론 응급처지에 대한 각종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알아두자.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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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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