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c7000bf6d155de591055d88cf2c209. » 엄마 출근할 때 따라나와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딸. photo by 양선아






딸 민지(26개월)는 요즘 아침마다 내게 이렇게 묻는다.

“엄마, 어디가요?”

“엄마? 엄마 오늘 회사가지~”

“.......”

 



한참 있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하고 있으면,  민지는 큰소리로 또 묻는다.

“엄마, 오늘 어디가요?”

“엄마? 엄마 오늘은 회사가지~. 민지는 이모랑 놀이터 가서 신나게 놀고, 엄마는 회사 가서 즐겁게 일해야죠. 그렇지? 엄마랑은 주말에 신나게 놀아요~”

“네...알았어....”라는 체념 섞인 대답이 거실에서 들려온다.

 

또 한참 있다 이를 닦으려 내가 욕실에 들어가면 딸은 묻는다.         “엄마, 오늘 어디가요?”

 이쯤되면 내 가슴 속에서 뭔가 불끈 솟아오른다.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짜증도 나고 바쁜 아침에 아이가 자꾸 질문을 하고 매달리면 서서히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그렇지만 나름 ‘육아의 달인’(?)이라 자부하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 짜증을 내는 건 올바른 대처방식이 아니다.  또 어렸을 때 엄마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난 엄마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않는가.






서울에서 일하며 나와 떨어져 살았던 엄마는 내 생일날이면 꼬박꼬박 오셨다. (난 전라도 광주 출생이다) 엄마가 오신 날엔 동물원에 가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저녁 무렵 엄마는 서울로 가셔야 했는데, 엄마가 떠나려고 할 때면 난 펑펑 울며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가지마~”라고 떼를 썼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울었다. 버스 시간에 쫓긴 엄마는 매달리는 날 뿌리치고 “엄마 또 올게”하고 뒷모습을 보이며 내게서 멀어졌다. 엄마가 간 뒤의 쓸쓸함과 공허감, 슬픔. 어두운 골목길에 앉아 한참을 펑펑 울었던 내 어렸을 적 모습. 그 영상은 민지가 울며 매달릴 때마다 내 머릿 속에서 반복 재생된다. 그래서 딸이 울며 매달릴 때마다 난 어렸을 적 나를 만나는 느낌이다.  






그런 감정을 아는 나이기에 난 딸의 감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공감해주고 싶다. 또 딸에게 최대한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고, 행복하고 즐거운 감정들을 많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내 육아의 첫번째 목표다.

아침마다 짜증이 나더라도 난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어마시고 ‘후’ 하고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얼굴 표정을 가다듬고 딸에게 다가가 딸을 보듬는다. 마치 어렸을 때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느낌으로.






“응. 엄마가 어디가냐면... 아까 얘기했잖아. 민지야. 엄마는 오늘 회사가지. 민지도 알잖아. 엄마가 회사 가서 열심히 일해야 민지 좋아하는 포도랑 참외도 사줄 수 있잖아. 엄마 오늘도 회사 가서 즐겁게 일하고 올게. 사랑해. 민지야.”

 딸을 꼭 안아주고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엄마의 진심어린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그러면 민지는 마냥 내게 매달린다. 어떤 날은 매달려서 “엄마, 회사 가지마”라고 말하며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무조건 “싫어”라는 말만 반복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아주 쿨하게 “엄마 회사 잘 다녀와요”라고 보내준다. 아이가 아침에 보이는 태도에 따라 내 기분도 일희일비한다.

 



 출근 준비가 끝나면 민지는 아파트 입구까지 이모와 함께 내려와 나를 배웅한다. 일단 아파트를 나서서 엘레베이터에 오르는 순간부터는 딸은 ‘엄마가 회사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하다. 언제 울었냐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엘레베이터 1층 버튼을 자기가 눌러보겠다 한다. 울거나 떼를 썼더라도 아파트 입구까지 내려오면 “엄마,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하고 헤어진다.

 








1e952690a59c636b1e8cba84f7350017. » 엄마 마중 나온 딸의 모습. photo by 양선아






출근하는 엄마와 출근을 저지하는 아이의 이런 실랑이를 워킹맘들은 반드시 거친다. 아이가 자꾸 이렇게 묻는 것은 엄마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렇게 나오면, 엄마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또 바쁜 출근 시간에 아이의 응석을 받아주다 보면 지각을 하기 일쑤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마음 약한 엄마들은 아이들이 계속 이런 반응을 보이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고민하기도 한다.

 

 최근 딸의 이런 태도에 대해 내가 과연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아침마다 반복되는 ‘출근 의식’이기에 베이비트리에서 칼럼을 쓰시고 계시는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전문의에게 물어봤다.






“아주 잘 대처하고 있는 겁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시네요. 그렇게 대처하시면 됩니다. 아이도 어차피 감당해야할 일이잖아요.”라는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 서천석 전문의는 “아이들이 그렇게 묻는 것은 정말 엄마가 어디가는지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감을 다스리기 위해 묻는 것이다”며 “많은 말도 필요치 않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엄마의 눈빛,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많은 엄마들이 육아 서적을 읽고 실천에 옮기려고 하지만, 실제로 눈빛이나 태도에서는 짜증을 내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가 불안감을 보일 땐 더 많이 안아주고 따뜻한 눈빛을 보여주라”고 덧붙였다. 아이들도 엄마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다 안다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엄마들은 말로는 엄마가 회사에 가야하는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하지만 실제 눈빛이나 태도에 짜증이 섞여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약하지 않다. 어차피 엄마랑 떨어지는 것은 언젠가는 해야하는 일이다. 곧 자기만의 세계도 열릴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엄마랑 떨어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보이더라도 지나치게 엄마가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안해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 불안감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엄마가 공감해주고 엄마가 일관성 있는 사랑을 보이면 아이는 충분히 불안을 감당해낼 수 있다고 한다.  



3살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처음으로 가는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도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아이들은 한달 정도 지나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그런 행동이 줄어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가 된 뒤에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을 심하게 불안해하고, 학교에 가서도 엄마가 집에 있는가를 계속 확인하려 하거나, 언제 어디서나 엄마 옆에 붙어 있으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분리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가까운 가족이나 애완동물의 죽음, 부부간 불화, 전학, 이사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행동치료를 받아볼 수 있다.






366319c0e95e97a128d3db00b54b7c2f. 아이가 특정 행동을 보여 당황스러울 때, 또 엄마로서의 역할이 힘들게 느껴질 땐,  난 잠자기 전 30분 정도 육아 관련 책을 읽는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어제는 파리5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치료사를 하고 있는 이자벨 필리오사가 쓴 <아이 마음 속으로>라는 책을 일부 읽었다. 위안이 됐고 힘이 됐다. 책 속의 몇 구절을 옮겨 적으며 오늘 글은 마무리한다.

 

 “자신감을 갖고 마음의 소리를 듣자. 그리고 아이를 믿자. 아이가 울면서 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태도, 또는 말썽을 부리는 것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자. 아이는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행동으로 표현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아이의 언어일 뿐이다. 아이가 자기 언어로 엄마 아빠에게 말을 거는 것이므로 그 말을 알아듣는 법을 배우면 된다.

 그러나 아이의 언어를 언제나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가 울거나 어떤 징후를 보일 때면 그 뒤에는 늘 문제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걸 알아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문제는 아이 혼자만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가족들 때문에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의 무의식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다. 아이에게도 생각이 있고 감정과 환상, 심상이 있다. 갓난아기의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지면 부모는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그 작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금세 울음이 터지니 말이다. 아이는 조금만 못마땅해도 크게 화를 낸다.

 아이의 뇌는 완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렇게 때문에 아이는 가설을 세우거나 논리적인 추론을 하거나 자기의 관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거리감을 두거나 앞으의 일을 예상할 줄 모른다. 아이에게는 ‘지금, 여기’만 존재하는 것이다. 아이의 사고도 나름의 논리를 따르지만, 그것은 자기 중심적이고 마술적이다. 그런 사고를 감정적 논리, 전논리적 사고라 한다.

 어린아이는 상황을 상대적으로 파악하거나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선 순위를 매기는 등의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감정 반응에 사로잡힌다. 또한 감정에 지배되기 쉬우므로,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 (중략).....

 

 아이들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니 우리의 잣대로 아이의 반응을 판단하지 말고 먼저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아이가 무슨 일을 겪는지, 어떻게 이것과 저것을 연관시키는지, 무엇을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고 노력하자.

 .....(중략)......

 

 아이가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울거나 소리 지르고 불안에 떨 때 무조건 진정시키려 하지 말고 감정을 풀어내게 하자. 그것은 아이가 자신의 고통을 말하고, 긴장을 풀고 회복하는 방식이다. 아이의 능력을 믿자. 아이는 자기에게 뭔가 좋은지 알고 있다. 아이가 눈물을 흘릴 때 곁에 있어주고 귀를 기울여주면, 감정이 폭발한 후에 긴장이 풀어지고 믿음이 생기며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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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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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엄마, 어디 가요?" 묻고 묻고 또 묻고 imagefile 양선아 2010-07-08 23418

Q.수면 거부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저희 아기는 만 7개월 된 아기인데요, 밤이고 낮이고 졸려서 눈을 비비고 머리를 박으면서도 자는 것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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