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73f03307a15d1d5c4a902a24060d25.



새해다.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정말 정말 올 해를 기다렸다. 매년이 새롭고 특별하긴 했지만 올 해가 정말 간절했던 것은

막내 이룸이가 1월에 첫 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첫 돌이라...

작년 1월에 이룸이를 낳았을 때는 정말 첫돌까지 어떻게 키우나 하는 걱정뿐이었다.

처음엔 일주일만 무사히 지났으면, 그 다음엔 한달만 빨리 가기를, 그리고는 백일이 언제오나...

하며 지냈다. 아이 낳은 엄마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무력하고 약하디 약한 핏덩이를 낳아놓고 하루 하루 맘 졸여가며 키우는 일은 순전히 시간을

견디고 또 견디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낳은 아이니까, 두 번의 경험이 있으니까 더 쉬울 거라고, 더 수월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한결 같이 힘들다. 아이마다 성향이나 성격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룸이는 특히나 막내 유전자라도 타고 태어난 탓인지 태어날 때부터도 오빠 언니와는 비교할 수 없게

나를 힘들게 했고, 태어난 후에도 몇 배나 더 힘들었다.

태어나서 3일간은 밤마다 제 몸이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울어댔다. 잠시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무섭고, 겁나고, 속수무책인 심정으로 마음으로 같이 울면서 아이를 안고 밤을 새곤 했었다.

그 3일이 지난 후에는 꼬박 백일까지 낮과 밤이 바뀌었다. 그 기간 동안은 정말이지 밤에 30분을

이어자는 법이 없었다. 품에 안아야만 잠을 자고 이불에 누이면 바로 깨서 울었다.

아이를 안고 졸면서 새벽을 맞고, 아침을 맞으며 살았다. 오전 여덟시  무렵부터는 그림처럼 고요하게

잠들었다. 그러면 두 아이가 깨어 엄마를 찾고 밥을 찾았다. 낮이고 밤이고 쉴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100일만 견디면 모든게 자리를 잡는다고 주위 사람들이 위로했지만 그 시절 내게

100일이란 영원히 오지 않을 아득한 날들이었다.

마침내 죽지 않고, 쓰러지지도 않고 100일을 견뎌내자 이룸이는 거짓말처럼 낮과 밤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신기할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마치 100일간 엄마를 시험이라도 한 것처럼

밤에 잘 자기 시작했다. 또 한고비가 그렇게 넘어갔다.



목만 제대로 가눈다면, 몸을 뒤집게 되면, 저 혼자 앉기만 하면, 배로 밀고 다닐 수만 있으면,

걸음마만 하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렇게 숱하게 아이의 작은 성장과 발전을 고대하며 견디는 날들의 연속이다.

유난히 덥고 비가 많이 왔던 여름을 견디며, 세 아이가 모두 아픈 날들을 버텨가며, 어서

첫 돌이 오기를 기다렸다. 첫 돌이란 내게 가장 힘든 시절을 마치게 하는 약속의 날처럼 여겨졌다.

이룸이가 첫 돌을 맞으면, 윤정이는 다섯살이 된다. 네살 때에도 그렇게 야무진 아이였으니

다섯살이면 정말 더 야무지게 동생도 돌보고 스스로 하는 일도 늘어날 것이다.

필규도 아홉살이 되면 파란만장했던 초등학교 입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학교 생활에 더 잘

적응할 것이다. 아아... 그러니 얼마나 새해를 고대했던가.



드디어 시간은 흘러 새해가 왔다.

1월에 태어난 이룸이는 곧 돌을 맞는다. 이젠 한 손만 잡아주면 잘 걸을만큼 자랐다.

오빠, 언니 덕에 늘 콧물을 달고 살고 감기도 자주 걸리지만 어지간히 아파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만큼

몸도 면역력도 같이 자랐다. 무력한 핏덩이에서 이젠 제 주장과 고집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두 살 아이로 크고 있다. 여전히 샴 쌍둥이처럼 내게 매달려 있지만 하루 하루 탐색해 가는 세상이

넓어지고 있다.



윤정이는 다섯살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린이집에라도 보내라고 권하지만 걸음마를 시작할

여동생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소중한 언니의 날들을 고대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배우는 발레를 즐겁게 기다리며 나머지 시간은 엄마와 여동생과 같이 지낼 것이다.

필규는 아홉살이다. 새 봄에는 드디어 1학년 후배들을 맞는 2학년 선배가 될 것이다.

입학할 때만 해도 다니다가 재미없으면 학교를 그만두겠다던 녀석이 작년 12월 겨울방학을 할 때는

더 자주 학교에 가고 싶어서 방학 중에 진행되는 프로그램들을 모조리 수강하겠다고 큰 소리칠 정도로

학교를 좋아하게 되었다. 올 해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학교 친구들을 더 그리워 하며

학교 생활도 더 신나게 할 것이다.



지난 1년은 40년 동안 보낸 그 어느 해보다도 더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했던 한 해였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어려웠다.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일이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힘이 들었다. 새 해를 맞고 보니 어떻게 그 어려운 시절들을

쓰러지지 않고 견뎌내었나 스스로가 장할 정도다.



이제 제일 힘든 시절은 지나갔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키우면 키울수록 더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래도 아이들이 매년 자라는 것이

희망이고 기쁨이다. 제일 힘들었던 작년을 견디고 버텨낸 힘이 있으니 남은 날들을 잘 살아낼 자신이 있다.



새해...

새 집에서

새롭게, 더 즐겁게, 더 건강하게, 더 성장하고, 더 나누며

잘 살아야지...



이것이 올 한 해 나의 다짐이자 목표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태그
첨부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18549/74e/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2 [동글아빠의 육아카툰] [육아카툰] 동생 imagefile 윤아저씨 2011-04-14 27615
»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그래도 새해는 왔다 imagefile 신순화 2011-01-05 22972

Q.아기가 자기 머리를 자꾸 때려요

지금 15개월 들어가는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심한 건 아닌데 하루에도 몇번씩 자기 머리를 자꾸 때려요 어떻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