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6093a899af0e572ebae6e40ec9ef71. » 이유식은 거부하더니 오징어 다리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기




잘 먹을 줄 알았던 이유식 거부하는 아기




빵, 과자, 치즈만 편식하는 못된 식성 엄마 꼭 닮았네










꿈에서 산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커다란 돌에 부지런히 무언가를 새기고 있다. 화면을 당겨본다. 내가 정으로 새기고 있는 건 참을 인, 참을 인( 忍), 참을 인, 참을 인, 참을 인... 끝도 없이 많은 참을 인자가 바위 속에 수놓아졌다. 옛말에 참을 인자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요즘 아이를 키우려면 참을 인자 백개로도 부족한 것인가.




일전에 ‘'나를 미치게 한’ 등센서와 쭈쭈센서 이야기를 한 적 있지만 이 문제가 왠만큼 해결(하거나 포기)하고 나니 새로운 미션이 또 하나 등장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때 마다 좀 더 레벨업된 미션들이 등장하니 육아는 컴퓨터 게임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하!하!하!하! ㅠㅠㅠㅠㅠ~~~




이번 문제는 전과 양상이 좀 다르다. 이전의 문제들은 아기들 대부분이 유사한 증세를 겪는데 반해 지금의 문제는 우리 애만 그런 것 같다. “00이도 그렇게 이유식 안 먹었어?” “아니, 잘 먹었는데.” “%%이도 이유식 거부했어?” “아니, 분유는 그렇게 안 먹더니 이유식하면서 그나마 많이 좋아진 거야.”




그렇다. 아기가 이유식을 거부한다. 젖, 분유 가리지 않고 넙죽넙죽 잘 받아 먹으며 생후 6개월 영유아 건강검진 때 몸무게 97%로 ‘추적관찰을 요함’이라는 권고를 받았던 식신 포스 충만의 아기가 이유식 수저만 보면 엄마를 외면하고 다섯 숟가락만 먹으면 뒤로 넘어간다. 육아사이트에서 다른 아기들은 7개월이 넘으면 100ml도 넘게 아침 저녁으로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모유 먹는 아이는 6개월 쯤 시작한다는 이유식을 나도 그 즈음 시작했다. 처음엔 쌀미음. 다섯 숟가락 정도 먹었다. 뭔가 새로운 걸 수저로 먹어본다는데 의미가 있다니 이때는 걱정을 안했다. 하지만 고기와 야채를 넣고 본격적으로 죽을 만들면서부터 아이의 식생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망은 커져만 갔다. “맛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아이도 입맛이 있다는데 말야”라는 말을 듣고 쇠고기 육수, 멸치 다시마와 각종 야채를 넣은 다시 육수, 채소 육수 등 다양하게 만들어서 죽을 끓였다. 내 참, 아이 낳기 전에는 일찍 퇴근한 날에도 남편과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야 친정에서 공수해온 국이나 반찬을 데워 먹는 게 전부였던 나였는데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지 새끼 먹일 음식이라고 하기는 하네”라면서 신기해했고 나 역시 요리책을 보고 시장에서 좋다는 식재료를 구입하며 조리까지 연구하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그런데 이 엄마의 정성을 무시하고 아이는 두세 숟가락 먹고 고개를 돌리더니 나중에는 수저만 봐도 기함을 한다. 소아과 의사에게 상의를 했더니 며칠 동안 아예 그릇과 수저를 치워보란다. 그렇게 했다가 다시 줘도 좋아지는 게 없다. 이유식은 한 자리에서 먹이라는 이유식 책의 권고를 지키려했으나 어림 없다. 쫓아다니면서 한 수저만 먹으라고 애원을 하고 심지어 아이가 울면서 입을 벌릴 때라도 한수저 넣기 위해 안간힘이다. ‘밥은 식탁에서만, 거부하면 국물도 없다’ 식의 절도 있는 육아를 꿈꿨던 나의 육아 로망이 또 하나 산산조각나는 순간이다. 이러다 보면 아기의 얼굴과 온몸, 내 온몸 주방과 마루바닥, 수많은 장난감들이이 밥풀로 도배질 돼 있다.  성질 같아서는 “야! 먹지마” 소리 지르며 수저를 내던지고 싶지만 마음 속 바위에 ‘참을 인’의 갯수만 무지 늘어나고 있다.




하여 아기가 젖 외에 먹을 걸 다 거부하는가 하면 그런 건 아니다. 엄마나 할머니가 뭘 먹는 꼴은 죽어도 못본다. 할머니가 커피를 마시면 잔을 뺏으려고 난리를 치다가 같은 컵에 배즙을 만들어주면 두 수저 먹고 시큰둥. 엄마가 떡이나 빵이라도 먹으면 저 멀리서 칼 루이스의 폭풍질주 배밀이로 달려와 참견을 하고 뺏어먹으려 난리다. 특히 포도를 꺼내면 전국 아기 배밀이 대회 우승은 따놓은 당상의 속력으로 기어오건만 씨를 빼서 갈아 주면 ‘아, 누구세요?’ 하는 표정으로 쌩~ 주먹이 운다.....




마지막 카드로 참기름 등으로 살짝 간이 돼 아기들이 좋아한다는 시판 이유식도 먹였지만 별 소득이 없다. 그래서 시도했던 각종 먹거리 중 아이가 그나마 먹는 것은 아기 치즈와 식빵, 아기 과자, 바나나 등 약간의 과일 정도. 오물오물 치즈와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엄마의 ‘문란한’ 식생활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인가? 나 역시 야채를 싫어하고 과자와 빵만 좋아하는 편식인 1인. 임신했을 때도 과일 정도 빼놓고는 죽어라 빵과 케이크만 찾았던 나인데 그 편식의 죄가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는 것인가 죄책감이 든다.




그러던 아이에게 최고의 음식을 발견했다. 이 와중이지만 간이 들어간 음식이나 몸에 안좋은 건 가급적 안 먹이려던 나의 정성을 유난이라고 생각하는 친정엄마가 오징어를 먹다가 한조각 주니 아이는 “오 마이 갓 세상에 이런 별천지 음식이 있었더냐”는 태도로 한시간 동안 빨고 다닌다. 처음에 주지 말라고 했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니 마음대로 해라가 되서 아이를 지켜만 본다. 생후 7개월 아이도 불량식품, 길티 플레저의 쾌락을 아는 것인가? 엄마가 그렇게 먹으라고 애원과 협박을 병행하던 콩과 당근, 양파 등을 쏙쏙 빼놓고 과자 사러 가게에 달려가던 나의 옛모습이 떠오르며 ‘이게 다 내 업보로다’ 탄식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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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형 기자
투명하게 비칠 정도로 얇은 팔랑귀를 가지고 있는 주말섹션 팀장. 아이 키우는 데도 이말 저말에 혹해 ‘줏대 없는 극성엄마가 되지 않을까’,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이라는 ‘꽉 찬’ 나이에 아이를 낳아 나중에 학부모 회의라도 가서 할머니가 오셨냐는 소리라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엄마이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아이에게 들어갈 교육비를 땡겨(?) 미리미리 피부 관리를 받는 게 낫지 않을까 목하 고민 중.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주고 입혀주기 위해 정작 우는 아이는 내버려 두고 인터넷질 하는 늙다리 초보엄마다.
이메일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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