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2e60e795eedddd75290225714ff1e0. » 건강검진 문진표






보고서 제목 : 김성윤 제3차 건강검진

일시 : 2010. 6.23 오전 10시

장소 : 경기도 광명시 OOO소아과

작성자 : 성윤아빠






 






수치와 평가






1. 키 87㎝ 몸무게 12㎏ ☞ 또래아이와 비교한 백분위 점수는 각각 26점, 20점.

개선점 : 고기를 싫어하는 건 문제.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육류를 먹여야 함. 물론 달걀이나 두부 등으로 단백질을 보충하는 일도 중요함. 하루에 우유 한 팩은 너무 적음. 우유나 플레인 요구르트 등 다 합쳐 1일 400~500㎖는 먹어야 함. 치즈는 염분이 너무 많으니 먹지 않아도 무방.






2. 머리둘레 50㎝ ☞ 백분위 점수 80점.






3. 식사습관

현상 : 뽀로로를 보며 넋을 놓고 있으면 그 틈을 타 밥과 반찬을 떠먹이고 있음. 밥을 먹다가 돌아다니는 일도 다반사. 밥 먹이는 데 보통 30분에서 1시간 소요.

조언 및 개선점: 더 이상 밥을 먹여줘선 안됨. 숟가락을 쥐어주고 본인이 직접 먹어야 하는 시기임. 시청각자료에 의존해 밥을 먹이는 것도 안 좋은 습관. 정해진 자리에서 정해진 시간에 아이가 밥을 먹도록 해야 함. 밥을 안 먹고 간식으로 배를 채우면 악순환이 계속됨. 정해진 시간 안에 밥을 안 먹으면 상을 물리고, 간식을 끊어서 다음 끼니에는 적극적으로 밥을 먹게 해야 함.






4. 배변습관

현상 : 기저귀를 찬 채로 안방 옷장 옆 작은 공간에 몸을 숨기면서 대변을 보기 시작함. 그러나 대변을 보고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말하거나 보채지는 않음.

조언 : 괄약근을 제어한다는 건, 아이에게는 엄청난 성취이며 자존감이 생기는 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성격형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압적인 방식은 피해야 함. 기저귀를 떼려면 먼저 아이 본인이 대변을 보고 불편하다는 의사표현과 바지를 내릴 수 있어야 함.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조금 더 기다려야.












 참관 소감  














e5ef560a542ef587cf9a5622a4ef3e08. » 오랜만에 꺼낸 식탁의자. 녀석은 용케도 잘 앉아있다.






단순히 잘 놀고 잘 싸고 잘 잔다고 그냥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었다. 30분에 걸친 꼼꼼한 검진과 상담을 통해 지금 아이의 발달상황이 어떤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일단 식습관의 개선이 가장 시급했다. 녀석은 생후 14개월 때부터 포크를 손에 들고 음식을 직접 먹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혼자 먹는 법을 가르칠 수 있었지만 낮 시간에 성윤이를 봐주시는 아주머니께선 “때 되면 다 먹는다”며 그냥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셨다. 엄마아빠도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겼는데 그로부터 벌써 1년이다. 오래 전부터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억눌린 셈이다.

이제 검진 직후에 성윤이의 식사환경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밥을 먹으며 으레 보던 TV를 껐다. 한곳에 모셔두었던 유아용 식탁의자도 꺼냈다. 토요일 아침, 서툴지만 녀석의 손으로 숟가락을 잡게 하고 이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밥을 먹였다. 녀석은 의외로 큰 저항 없이 잘 따라주고 있다.

소극적인 식습관은 평균 이하의 키와 몸무게로 나타났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으로 심정을 갈음하려 한다.












 성윤이 보아라 !






성윤아! 병원에서 너의 머리둘레를 쟀는데 꽤 크다는구나. 상위 20%. 흐흐. 아빠는 머리가 작은데 대체 누굴 닮은 것이냐. 앞뒤짱구인 엄마는 “머리가 커야 머리가 좋다”며 내심 싫지않은 표정이다.

그런데 또래들과 비교한 키 백분위는 반대로 하위 20%라고 하네. 키 작은 순서로 앞에서 10번 안팎이었던 아빠 학창시절과 비슷한 결과란다. 이 사실을 전해 들으신 양가 할머니께서는 조금 걱정하시더구나. 성윤이가 아빠 같은 ‘루저’가 되기를 원치 않으시기 때문이지. 아빠도 그 바람은 마찬가지란다.

물론 아빠는 이 정도의 발달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아빠도 한때 ‘성장기’라는 게 있었다. 중학 시절, 한 해 10㎝씩 쑥쑥 크길래 ‘이런 속도면 180은 되겠다’며 느긋하게 생각했었지. 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공부한답시고 운동과 담을 쌓았더니, 3년 동안 5㎝ 크더구나.

아빠 경험에 비춰보면, 키 크는 데는 운동이 중요하다. 아빠는 요즘도 성윤이와 탱탱볼로 축구를 즐기지만, 성윤이가 조금만 더 크면 야구·탁구·테니스·배드민턴·마라톤 등 온갖 스포츠를 제대로 함께 할 생각이다.

그래도 성윤이가 먹는 것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 운동이라는 것은 성장을 자극하는 외부요소일 뿐이고 더 중요한 것은 영양섭취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너의 나이 세 살.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가슴에 품고 세상의 모든 것과 맞서려는 너는  더 이상 아기가 아니다. 안온함을 거부하고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하거라.

이제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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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이메일 : dokbul@hani.co.kr      
블로그 : plug.hani.co.kr/dok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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