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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는 족족 쓰기 바쁘고, 돈 모을 생각을 안 하는 내가 걱정이 되어 마이 디어~ 프랜드가 추천해준 책이 <4개의 통장>이다.



어찌나 열성적인지, 친구의 말을 들을 때는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뒤돌아서면 까먹는다. 사실 재테크할 돈도 없고, 취미도 없어서 영~ 글러먹은 '재테크' 대신 내가 열성을 발휘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밥테크'다. 원래도 식탐이 많았지만, 애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욱 밥 먹는 일에 열을 올린다. 아침 먹으면서 점심 먹을 생각, 점심 먹으면서 저녁 먹을 생각한다. 저녁 먹고 누워서는 내일 아침에 뭐 먹지 하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흐흐흐~~



이 세상에서 먹는 거 밝히는 인물이 나만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이름난 사람들도 먹는 거 밝힌다. 프랑스인 장 브리야사바랭은 “당신 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다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라고 말했고, 독일의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사람이 먹는 것이 곧 사람이다(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이 두 분을 잘 모르지만, 밥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보아 훌륭한 분들이 틀림없다.^^  분명히 밥이 곧 관계이고, 그리움을 매개하며, 존재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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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잘 먹는 일' 말이 쉽지 애 키우다보면 이게 잘 안된다. 잘 먹기는커녕 한 끼 제대로 찾아먹기도 힘들다. 아이들(집에서는 아이와 동급으로 분류되는 남편 포함)을 걷어 먹이다 보면 먹는 일이 곧 전쟁이고, 빨리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된다. 그러다보니 정작 엄마들은 매끼마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만다. 그 결과 체력이 달리고, 몸과 마음이 약해져,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난 밥과 우울증 간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든가, 보약을 지어먹으면서라도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결론은 잘 먹어야, (특히 엄마들이) 한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하면 잘 먹을 수 있을까?



무한한 자기애와 식탐, 그리고 적절한 이기심으로 무장한 나의 경우는 좀 의식적으로 챙겨먹는 편이다. 나는 항상 내 입이 먼저다. 그 옛날 사과갈비가 좋다며 좋은 것은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주던 옛날 엄마들과 달리 나는 맛있는 건 내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먹는다.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못 돼먹은 이유가 있다. 임신했을 때는 아기가 먹는 거니까, 출산했을 때는 아기를 낳았으니까, 젖을 먹일 때는 아기 젖을 먹이는 몸이니까, 수유중단한 지금은 아기를 키우느라 불철주야(물론 지금은 야근이 거의 없지만…^^) 고생하니까...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인 내가 잘 먹어야 아이도 잘 먹는다는 신념이 내 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다.(엄마와 아기의 식성 싱크로율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잘 먹는다는 건, 제 때에 좋은 음식을 가족이나 이웃과 더불어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보통 애를 키우다보면 엄마 혼자 대충 때우게 되는 일이 많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여러방법 중 하나로 나는 4개의 냉장고를 풀가동시키고 있다. 



첫 번째 냉장고는 말할 것도 없이 친정엄마(가끔 시어머니인 경우도 있음)라는 냉장고다. 엄마 품을 떠나온 때부터 시작해서 애 낳은 이후로는 완전 풀 케파로 가동되고 있다. 이 냉장고는 주로 김치류와 제철에 나오는 향토음식을 담당하며, 용량 무제한을 자랑한다. 친정엄마의 손은 또 얼마나 큰지, 애 낳기 전에는 버리는 게 일이었다(엄마… 쏘리… ;;;). 지금 재택근무(!)를 하면서는 옛날에 미처 몰랐던 이 냉장고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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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냉장고는 텃밭 냉장고다. 요즘 이 냉장고도 푸성귀들을 쏟아내며 풀가동하고 있다. 엄마의 냉장고가 향토음식과 저장음식을 담당한다면, 텃밭 냉장고는 제철채소, 그것도 푸드 마일리지 제로로 로컬푸드를 먹을 수 있다. 



텃밭이 싱싱한 채소만을 전담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를 중개한다. 나와 아이는 여기서 진짜 채소의 맛과 자연에 순응해서 철따라 사는 법을 배울 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또래 중심으로 편협하게 형성되던 인간관계를 남녀노소, 다양한 백그라운드로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 애는 음식도, 사람도 좀처럼 가리지를 않는다. 쌉싸름한 상추와 부추, 미나리도 생으로 뜯어 먹는다. 다른 얘기지만, 혹시 아이가 채소를 안 먹어 걱정이거나 낯을 너무 가려서 걱정이라면 텃밭 냉장고를 하나 들여놓는 것도 방법이겠다.



세 번째 냉장고는 이웃사촌 냉장고다. 이 냉장고는 이웃에 사는 친구들이 떨구어주는 반찬들을 의미한다. 주로는 집에서 먹던 밑반찬이지만, 가끔 앉아서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다. 이 불시적이고 랜덤한 냉장고는 가끔 밥 하기 싫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매일 먹는 집 반찬은 지겨워도 가끔 먹는 다른 집 반찬은 반가운 법이고, 남의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으면 누군가 차려준 밥상이 된다. 단, 이 냉장고는 거저 돌아가는 게 아니다. 평소에 투자를 조금씩 해두어야 한다.



특히 이 냉장고의 투자수익률이 꽤 좋다. 보통 과분하게 돌아온다. 이 냉장고의 짝은 친정엄마와 텃밭 냉장고이다. 손이 커서 항상 음식을 남아돌게 보내는 친정엄마 냉장고와 우리의 저질노동(?)에도 관대할 정도로 풍성하게 돌려주는 텃밭 냉장고가 풀가동될 때 부지런히 음식을 이웃에 나눠주거나, 이웃을 집에 초대해서 밥을 먹여 놓으면(!) 내가 궁하거나 필요할 때 아주 요긴하다.



8f449da884c691eb0f9be780b2c24e9b.네 번째 냉장고는 공짜밥 혹은 빈대붙기다. 공짜밥에 대한 첩보가 입수되면, 나는 용수철처럼 튀어나간다. 특히 밥 하기 싫을 때, 입맛 없을 때 더 쏜살 같이 나간다. 보통은 막역한 사이에 가능한 일이지만, 옛날 같았으면 웬만하면 기피했을 자리도 염치 불구, 불쑥 낄 때도 있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밥값은 한다.^^)



공짜밥이 있는 곳이라면 한 시간 거리쯤은 상관 없다. 왜냐? 이 공짜밥의 목적은 코에 바람을 넣는 역할, 그러니까 재택근무(!)의 직업병인 우울감을 해소하는 역할이다. 아이 때문에 자꾸 집에만 있다보면 답답하고, 화병이 도질 때가 많다. 특히 혼자 먹는 밥, 아무렇게나 대충 먹는 밥은 우울감의 원인이 되고, 자존감이 바닥치게 만드는 주범이다. 그럴 때일수록 (특히 엄마들은) 핑계를 만들어내서라도 자주 나가고, 사람들과 말을 섞으면서 같이 밥을 먹어줘야 한다.



주절이 주절이 길게 떠들었지만, 결론은 어떻게든 엄마들이 잘 먹고 힘 내자는 거다. 애를 키우다보면 밥심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땐 몰라도 애 키울 땐 먹는 게 남는 거다. 혹시 거기 밥 거르거나 대충 먹는 동료(!) 계신가요? 혹시 옆에 그런 동료가 있는 분들은 무한한 인류애를 발휘, 맛있는 밥 좀 해주시거나, 사주세요. 복 받으실 겁니다.ㅋㅋㅋ



장마가 시작된다더니 날씨가 정말 우중충해서 그냥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말려던 계획을 철회,  밥통에 쌀을 안치고 앉아서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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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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