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3ea005762cbf64fd29fb8866a7a17. » 문 모서리에 찧어 얼굴에 선명한 자국이 남은 아들. 모서리가 무섭다.

며칠 전 일이다. 민지 친구 도훈이가 엄마, 동생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다. 민규가 낮잠 잘 시간이 돼 민규를 이모님께 맡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놀이터에 놀러나갔다. 한참을 놀고 집에 들어와보니 민규 얼굴이 오른쪽 사진처럼 돼 있는 것 아닌가. 


"어머! 이모~ 민규 얼굴 왜 이래요?"

"세상에... 민규 먹을 죽 끓이고 있었지. 민규는 부엌 서랍 열면서 내 옆에서 놀고 있었고... 그런데 갑자기 퍽 넘어지더니 문 모서리에 찧었지 뭐야."

아... 이번에도 모서리가 문제다.  돌잔치 전날 내 등뒤에서 놀다 밥상 모서리에 찧어 눈두덩이가 찢어졌는데, 이번에는 볼부위를 모서리에 찧어 멍자국을 저렇게도 선명하게 남겨놨다. 민규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눈두덩이에는 1cm 정도 되는 흉터가 남았다.

지난번에 눈두덩이가 찢어졌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그 뒤로는 집안에 모서리 중 위험하다 싶은 곳에는 모서리 보호대를 해놨는데, 하필 모서리보호대를 해놓지 않은 부엌문쪽 모서리에 가서 넘어진 것이다. 이제 나는 모서리가 너무 무섭고, 집안의 모서리가 자꾸 선명하게 보이면서 모서리만 보면 아이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모서리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아이의 얼굴에 선명한 멍 자국을 볼 때마다 얼마나 속상한지...

처음엔 괜히 이모가 아이를 잘 보살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해서 이모가 원망스럽고 이모에게 화가 났다. 안 그래도 민규가 다쳐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던 이모는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안절부절 못하셨다.

계속 민규 멍 자국에 신경쓰는 날 지켜보던 도훈 엄마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 3일은 속상할 거예요. 저 자국 볼 때마다. 그래도 눈 안다친게 어디예요? 눈 안다쳤으니 다행이라 생각하세요. 저도 도훈이 어렸을 때 친정 엄마에게 맡겨놓고 잠깐 나갔다왔는데 거실문 유리가 아이를 덮쳐 아이가 다친적 있어요. 정말 큰 일 날 뻔했죠. 그래도 어떡해요. 이미 다친걸... 아마 내가 아이 돌보고 있어도 그랬을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아들들은 활동 범위가 넓고 격해서 아무리 주의해도 다칠 수 있다니까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가족끼리 놀러 갔는데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아이가 과도를 손에 쥔 거예요. 자박자박 걷는 시기였는데 칼 쥐고 넘어지면 바로 손을 벨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놀래 달려가면 아이도 놀래서 넘어지기라도 할까봐 애를 가만가만 달래서 천천히 우리한테 걸어오게 해서 조심스럽게 손에서 칼을 뺐다니까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요.  민규 얼굴 몇 주 지나면 괜찮아질거예요. 앞으로도 정말 위험한 일 많을 거예요. 그때마다 속상해하고 놀래면 아들 못 키워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그 엄마의 경험과 함께 위로 섞인 조언을 들으니 한결 화가 풀렸다. 그리고 아마 내가 민규를 보살펴도 활동성 있고 잘 걷지 못하는 민규가 걷고 뛰고 하다보면 넘어져서 얼마든지 이런 사태는 발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위험한 물건을 치워주고, 모서리 보호대를 설치하고, 위험한 것은 조심하도록 주의를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자세.

아들이 다칠 때마다 "어떡해. 어떡해"가 아니라 "활동적인 아들 키우다보니 그럴수도 있지. 아이들은 다치면서 아프면서 크는거다"라고 생각하는 것.

민지를 키울 땐 사실 이런 일이 많지 않았다. 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민지가 조심성 있는 아이라서 그런지 민지는 걸을 때도 많이 넘어지지 않았고, 크게 다친 법이 없었다. 위험한 상황도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상황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아들인 민규는 민지와 좀 다르다. 잘 걷지도 못하면서 목표물이 있으면 달려가다 잘 넘어지고, 얼굴을 지지대 삼아 물체를 넘는 경우도 많다. 공 던지기를 좋아하는데 공을 던질 때도 온 몸을 던져 던져 다칠 뻔한 경우가 많고, 뒤로 쿵쿵 넘어져 머리를 다칠 뻔한 적도 많다.

앞으로 민규가 커갈수록 가슴이 철렁철렁하는 상황도 늘어날 것이다. 최대한 아이의 주변을 안전하게 만들어주되, 그런 상황에서 너무 조바심 내지 않도록 해야겠다. 내 주변의 아들 가진 엄마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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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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