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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월인 셋째, 이룸이를 볼 때마다 역시 ‘막내 유전자’가 따로 있나보다... 생각하게 된다.



위의 오빠나 언니가 자랄 때보다 뭐든 빠르다.



걷는 것도 그렇고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그렇다.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 두 명이나 있으니까 그럴 법은 하지만 지켜보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오빠 언니를 따라 연필을 쥐고 글씨 쓰는 흉내를 자주 내는데 연필 잡는 자세가 아주 제대로다.

손끝도 야무져서 이러다가 금방 글씨를 배우는 게 아닐까, 가슴이 설렐 정도다.

말귀도 어찌나 밝은지, 또박 또박 설명해주면 다  알아 듣고 그대로 한다.

말만 안 한다 뿐이지 웅웅거리는 입소리로 제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데 같이 있으면 정말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든다. 두 살 아이와 이렇게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구나...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모방을 정말 금방, 잘 한다.



한 번 보면 그대로 흉내낸다. 정말 빠르다.

남편이 공구로 조립식 가구의 나사를 조이는 걸 보면 그 공구 그대로 잡고 나사를 찾아내서

그 구멍에 넣고 조이는 시늉을 한다. 식탁 바닥에 흘린 물을 행주로 닦아내는 걸 본 다음엔

제가 물 흘리면 바로 부엌으로 가서 행주를 걷어 와서 닦는다.

언니 따라 발레 하는 흉내도 내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장난치는 오빠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다.

막내를 볼 때마다 정말 애 앞에선 행동을 조심해야 하겠다고 새삼 다짐하게 된다.



아직 어린데도 타고난 애교가 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엄마 아빠의 관심을 제게로만 쏟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랑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옆으로 갸웃하며 방긋 웃는데 누가 그렇게 하면 더 귀여울거라고

알려준것 같이 깜찍하게 이쁘다.

남편이 퇴근해서 ‘아빠 오셨네’ 하면 제일 요란하게 현관으로 달려나가는 것도 이룸이다.

손을 내밀며 ‘아빠, 아빠’ 열광한다. 오빠도 언니도 아빠에게 손을 내밀지만 이룸이의 열광에

비하면 강도가 현저히 약하다. 남편도 역시 제일 어린 딸의 열렬한 환대에 먼저 손을 잡게 된다.

방긋 방긋 잘 웃고 잘 안기고 꼬옥 매달리고 안 놓는다. 속수무책이다.



엄마, 아빠의 무릎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다.



어쩌다 오빠나 언니를 안아 주려고 하면 냉큼 달려와 밀어낸다. 그래도 안 비키면

순식간에 오빠, 언니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 버린다. 둘째 윤정이는 번번이 막내의 손톱 공격에

울음을 터뜨리며 물러난다. 표정으로 행동으로 엄마 아빠의 품은 언제나 당연하게 제 자리임을

누구에게나 분명히 알려준다.



고집은 셋 중 최고다.



막내 고집은 정말 알아준다. 오빠 물건이든, 언니 물건이든 제가 하고 싶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아빠 물건도, 엄마 물건도 갖고 싶으면 가져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집안 떠나가는

울음소리가 난다.

제가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으면 언제 울었냐는 듯 뚝 그치고 바로 환하게 웃는데, 눈물 범벅인

그 웃음이 또 사람 마음을 아주 녹여 놓는다. 도리없이 그 고집에 지게 된다.



그리고... 정말 너무 너무 이쁘다.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이쁠 수가 없다.

오빠와 언니를 키운 경험이 더해져서 훨씬 여유있게, 폭 넓게 지켜보고 챙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환하게 웃으며 ‘엄마’ ‘아빠’를 또렷하게 불러주는 데는 안 넘어갈  수가 없다.

첫 아이 낳고 세상에 이보다 더 이쁜 아이는 없겠구나... 했다가, 둘째로 딸을 낳고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 천사를 낳았구나 했었는데, 막내를 보면서

인간 아이 두 명에 이어 요정을 낳은 게 틀림없구나... 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어이 없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말도 못하게 다양한 사고를 치고, 말썽을 부려대서 허리가 휘게

수습하면서 살림 하느라 힘들면서도 나를 보고 웃는 그 얼굴만 보면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다.



잡지건 신문이건 오빠 공책이건 다 씹어서 찢어 놓고,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어 챙챙 거리고,

마당에서 개밥 주워 먹고, 식탁에서 반찬 그릇 주물르다가 엎는 건 예사고, 목욕탕이건

마당이건 물만 보이면 달려가서 철벅거리고, 담아 있는 건 쏟아 버리고, 쌓여 있는 건 허물어 버리니

정말이지 저 혼자 순식간에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도

나를 쳐다보는 큰 눈을 보면, 화는 커녕 한숨만 쉬고 다시 정리하게 된다.

말 그대로 이뻐서 봐주게 되는 것이다.



마흔 중반을 향해 가는 내 나이에,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슬슬 결혼 생활이 지루해지고

시들해지기도 한다는데 나는 어린 막내 재롱과 말썽에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며 웃고 울고 있으니

내 팔자가 더 좋은지도 모른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막내의 활동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으니 올 여름이 분명 내겐

엄청 땀 흘려야 할 계절이 틀림 없다. 그래도 달이 지날 때마다 더 야물어지는 막내가 위안이고

기쁨이다.

아아아. 정말 확실한 막내 우월 유전자를 타고난 이룸이 때문에 언제나 긴장하고 기대하고 설레고

출동 준비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이쁜 막내... 안 낳았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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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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