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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오후 다섯시가 되면 우리집은 와글 와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네 명의 엄마와 열 명의 아이들이 어울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엄마표 독서모임’이 열리는 날이다.



올해 2학년인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혁신 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는 작은 학교다. 사교육이나 학교 성적에 목숨 걸기보다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기고 놀이와 배움 모두소중하게 여기는 정서가 강하다. 이런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혁신 학교’로 모여들어서 엄마들끼리 뜻도 잘 통하는 편이다.



서로 어울려 함께 크는 배움을 고민하던 엄마들 넷이 뭉쳐서 작은 모임 하나를 만들었다.

독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정해진 주제에 맞는 책을 읽고 그 주제를 이해하고 넓힐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한다.



어떤 날은 그림동화 중의 하나인 ‘라푼첼’을 읽고 최근에 개봉된 에니메이션 영화 ‘라푼첼’을 같이 보면서 원작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느낀점을 나누었다. 그림동화와 안데르센 동화와의 차이점도 배워 보았다.



지난주에는 ‘시’를 ‘손바닥 찍기’ 기법으로 표현한 그림책을 읽고 나서 도화지 위에 물감 묻힌 손바닥을 찍어 각자 재미난 그림들을 완성해보는 활동을 했다.



활동 내용은 엄마들끼리 모여 결정하고 한 엄마가 한달씩 맡아서 진행한다. 그 달의 주제는 활동을 맡은 엄마가 정하고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같이 모여 의논한다.



다음 달을 맡은 엄마는 ‘나’를 주제로 하는 여러 그림책들을 통해서, 나를 더 깊히 이해하고 나와 연결된 관계를 돌아보는  내용을 구상 중이다.



중심이 책이긴 하지만 사실 이 모임의 더 큰 의미는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엄마이기 때문에 자칫 놓치기 쉬운 내 아이의 여러 가지 모습을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다른 엄마들의 시선과 관점을 통해 새롭고 더 깊게 들여다보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독서 활동이 끝나면 엄마들끼리 모여 이루어진 활동과 참여한 아이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아이들에 대한 풍부한 관찰과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엄마들끼리 한다고 절대 허술하진 않다. 매 회마다 활동내용을 기록하고 아이들의 반응과 엄마들끼리 나눈 의견들을 꼼꼼하게 정리한다. 더 나은 모임을 위해 자료도 찾고, 공부도 하고, 정보도 활발하게 나눈다.



처음엔 참여한 집들마다 돌아가면서 모임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독서 모임만큼  중요한 것이 같이 모여서 어울리고 노는 일인데, 나를 제외한 세 집이 모두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보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기가 어려워서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내가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학교 수업과 방과후 활동, 학원등의 시간으로 인해 금요일 오후 늦게로 모임 시간이 정해진 김에 모임이 있는 날은 간단한 음식거리도 챙겨 와서 저녁도 같이 먹기로 했다.



중심이 되는 아이들은 같은 여섯명이지만 엄마와 같이 오는 동생들까지 모두 열명의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집에 모여 온 마당을 뛰며 놀고, 책도 읽고, 음식도 나누는 신나는 모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어린 막내가 있어 학교 활동이나 다양한 모임에 자유롭게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나에게는 이 모임이 더욱 소중하다. 특히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온 후 친구들 집과 멀어졌던 첫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집에서 친구들과 실컷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퍽 고대한다.



덩달아 둘째 윤정이도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같이 놀 수 있는 언니, 오빠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러 엄마들이 모이니 막내 이룸이도 같이 보고 수다도 실컷 떨 수 있으니 내게도 꿀같은 시간이다.



집안이 지저분해지기는 아이 셋이나 열이나 별 차이 없다. 오히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리니 내게도 재충전이 된다.



아이는 여럿이 돌볼 때가 더 수월하다. 배움도 그렇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친구가 필요하고, 다른 엄마의 반응들도 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내 모습과 내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내겐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아이가 가진 장점을 다른 엄마의 눈으로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모든 것들보다 더 좋은 건 어린 막내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대한 갈증을 맘껏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책 이야기도 하고, 활동 얘기도 하지만 역시 여자 넷이 모이면 가족이며 남편이며 육아며 살림이며 온갖 얘기들을 함께 나누게 된다. 통하는 사람과 맘껏 수다떠는 즐거움이란 내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남편들도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갖자고 했다. 우리집 마당이 넓으니 캥핑도 하고 홈 시어터로 영화도 보자고 했다.



독서는 눈으로만 하는 활동이 아니다. 마당에서 몸 놀이로, 산 속에서 보물 찾기로, 마을 골목에서 산책으로, 텃밭에서 체험으로도 할 수 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재미나고 신나게 1년 동안 이 모임을 즐겁게 꾸려갈 참이다.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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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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