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5080.jpg » 침 치료를 하고 있는 나

 

 야심차게 스피닝을 배우겠다며 ‘엄마들이여~ 운동하라’를 외친 나. 매일 일정에 쫓기면서도 공개적으로 스피닝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으니 그 주엔 꼭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업무를 겨우 마치고 2월 초 어느날 겨우 헬스클럽에 도착했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운동할 때 신는 양말도, 운동화도 챙겨가지 않고 무작정 헬쓰클럽에 도착했다. 수업 시작 10분 전이었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헬스클럽 점장님께 “오늘 스피닝 첫 날인데요. 운동화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빌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수더분하게 생긴 점장은 친절하게 내 사이즈에 맞는 운동화 하나를 빌려주었다. 
 
“오늘 첫날인데 준비운동이나 사전설명은 안해주시나요?”

아무래도 처음 하는 운동인 만큼 준비운동이나 사전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다른 때라면 그런 질문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날따라 난 준비운동이나 사전운동에 대해 물었던 것이다.
 
“아~ 네. 위에 올라가면 선생님께서 다 해주실 겁니다. 어서 올라가세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의 그 설레임을 알 것이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설레임을 가득 안고 운동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8시였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과 남성 10여명이 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맨 앞줄과 두번째 줄 자건거 몇 개가 비어있었고 난 두번째 줄 왼쪽 자전거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새로운 회원이 들어왔는데도 선생님이 아는 척을 안한다. ‘선생님한테 가서 새로 왔다고 말을 할까, 말까?’를 생각하며 주저하고 있는데 박진감 있는 음악이 시작된다.
 
‘어? 설명도 안해주고 그냥 시작하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옆 사람 보면서 따라 해보자. 자전거 타는 건데 어렵지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옆 사람을 보며 자전거 페달을 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쉽게 따라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조차도 힘들었다.
 
준비운동을 하고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는데, 자전거에서 목을 비비 꼬아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흔든다. 그러면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마치 자전거 위에 앉아 에어로빅 동작을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저렇게 하지? 그래..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움직여보자’ 하며 자전거에 몸을 기대고 목을 왼쪽으로 젖히는 순간, 밑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아....악....’ 하는 신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자전거 페달과 함께 내 발목은 확 뒤쪽으로 꺾였고, 꺾인 발목을 나는 혼자서 뺄 수 없었다. 겨우 발목을 뺐는데 도대체 걸을 수가 없다. 너무 아파 바닥에 주저 앉았다. 내가 바닥에 주저 앉아 발목을 붙잡고 낑낑 거리고 있는데, 음악에 맞춰 수업은 계속 되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다리가 앙상한 젊은 스피닝 강사는 그제서야 음악을 끄고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다. 무심한 강사같으니라고. 

안내 데스크에 호출을 해 부축을 해줄 수 있는 여자 강사분이 오셨다. 그 분의 부축을 받아 긴급 조치를 취하고, 헬스클럽 관계자가 운전을 대신 해줘 집에 도착했다.
 
이렇게 다친 것이 2월 초. 벌써 3주가 지났다. 이렇게 나의 2월은 날아갔다. 정형외과에 가서 진찰을 하니 발목 인대가 손상됐다며 반깁스를 하자고 했다. 주변에서 인대 손상은 한의원에서 침과 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해 한의원에 가서 침과 뜸 치료를 했다.
 
발목을 다치니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 취재도 못하고,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지도 못했다. 다리를 다친 뒤 처음 맞는 주말엔 사촌동생들을 불러 아이들을 봐달라고 했고, 남편이 모든 가사와 육아를 다했다.

 

발을 다쳐보니 멀쩡했던 평소의 내 발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튼실한 나는 평소 ‘코끼리 다리’라느니 ‘저주 받은 다리’라느니 내 다리를 평가절하하기만 했다. 그런데 다쳐보니 멀쩡했던 내 ‘코끼리 다리’가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 알겠다. 발목을 다치니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못하고, 아이들을 씻기지도 못하고, 업어주지도 못한다.  점심 시간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서 겨우 끼니를 때웠다. 내가 아프니 온 식구가 불편해지고 행동의 제약이 생긴다. 남편은 주말에 두 배로 가사와 육아를 해야하고, 주중엔 나를 출퇴근 시켜주느라 고생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아파 잘 움직이지 못하니 티비를 보던가 정적인 놀이만 해야했다. 2월엔 눈썰매장 가기로 했는데 민지는 아픈 엄마때문에 눈썰매장도 가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발목 인대를 다쳐본 적도 없고 깁스를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니 답답하기만 하고 많이 속상했다.
 
그러나 속상한 마음 가지고 있으면 뭐하랴. 이미 발목 인대는 손상됐고, 상황은 벌어진 것을. 연초에 액땜을 했다 생각하고,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내 다리를 ‘코끼리 다리’라고 저주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건강한 다리를 찾으면 그저 예쁘고 고맙게 생각하며 많이 쓰다듬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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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내가 아파 행동의 제약이 생기면서 남편에게 `역지사지' 정신의 훈련 기회가 된 것 같아 다행이다. 평소 내가 아이를 재우고, 목욕 씻기고, 놀아주던 것이 어느정도 정성을 기울이고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지 직접 해보면서 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해야 할까. 남편은 평소 내가 하는 육아 행위는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다른 엄마들보다 아이들에게 덜 신경쓴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했다.
 
아이를 재워야 하는데 발목이 아프니 업을 수 없게 된 어느날 나는 남편에게 평소 불만이었던 것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남편이 “야... 그런데 네가 아이를 못 업으니 이모도 안계시고 이제 어떡하냐... "라고 말을 걸었다.
 
나는 "당신이 업어서 재워야지... 지난번 구정때 시골 내려갔을 때 말야. 민규가 잠 안 자고 칭얼대니까 나보고 업고 빨리 나가라고 잘도 소리치더라~ 당신. 식구들 앞에서 무안하게. 당신이 한번 추운 겨울에 애기 업고 나와 재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한번 해봐야해. 한번 해봐요. 이번 기회에. 당신 말대로 민규 업고 나가서 재우면 얼른 잘테니까. 엉?"
 
"내. 참. 그래. 내가 업어서 재우지 뭐. 사실 맞잖아. 민규는 업고 나가면 금방 재우잖아. 그런데 너 그날 업지도 않고 재우려 했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한번 업어서 재워보라고. 한번도 업고 재워본 적 없는 사람이 소리는 잘도 쳐. 명령도 잘 내리고~"

 

"내 참. 넌 도대체 만족할 줄을 몰라. 어디 가서 봐라. 나 같은 아빠 있나. 요리 해주지, 아이들 픽업하라고 하면 하지,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
 
"그래. 당신이 육아와 가사에 동참하는 거 나 많이 고마워해. 그리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한다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은 언제 나한테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일에 대해서 고마워한 적 있나? 내가 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마땅히 해야할 일이고, 당신이 하는 일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잖아. 안그래? 왜 나만 감사해야해? 나는 당신도 내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인정해주고 감사해줬으면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말야... "
 
이렇게 남편에게 펀치를 날리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는 않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대꾸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대꾸를 안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남편이 내가 하던 일들을 경험해보면서 ‘역지사지’의 정신이 뼈속 깊이 새겨지길 기원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남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당장 남편이 아프게 된다면.... 아.... 생각하기도 싫다.... 남편이 아픈 주말 상상하기도 싫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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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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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수면 거부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저희 아기는 만 7개월 된 아기인데요, 밤이고 낮이고 졸려서 눈을 비비고 머리를 박으면서도 자는 것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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