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ba259a54e4628606c9cf6dfcc254dae. » 지난 5월5일 어린이날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장흥자생수목원에 놀러갔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남편의 모습은 참 보기 좋다. photo by 양선아




 

짜증섞인 말, 상대방 말 건성건성 듣기  

 

부부 갈등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

 

 

적반하장도 유분수였다. 내가 남편에게 화가 났는데, 되레 남편이 내게 말도 하지 않고 화를 냈다. 집안에는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고, 나와 남편은 서로 못 본 체 행동했다. 남편은 밥을 거부하면서 시위하듯 라면만 먹었고, 난 남편이 밥을 먹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다. 심지어 남편이 미워 어느 날 저녁엔 남편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구워 남편이 먹지 않겠다고 하자 약올리듯 혼자 다 먹어버렸다.

 

나는 남편에게 많이 섭섭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두 달 동안이나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기침하는 기간이 한 달이 넘어서자 겁이 덜컥 났다. ‘폐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까?’ ‘내 감기가 낫지 않으니 아이들도 낫지 않는데, 혹시 이게 감기가 아니면 어떡하지.’ 등등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인터넷에서 ‘오랜 기침’에 대해 검색해보니 비염부터 시작해 천식, 후비루, 축농증, 폐결핵 등 여러 질병의 가능성에 대한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동네 병원을 다니던 나는 안 되겠다 싶어 회사 선배이자 의료 전문기자인 김양중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김 선배는 내 얘기를 듣더니 종합적인 검사를 한번 정도 해볼 필요는 있겠다며 선배 친구를 소개해주셨다. 선배 친구는 일산의 한 종합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였고, 나는 그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로 했다.

 

남편과 나의 신경전은 병원에 가기 전부터 시작됐다. 나는 남편에게 병원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고, 남편은 굳이 일산까지 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냐고 짜증을 냈다. 남편은 병원에 같이 가달라는 내게 “내가 네 기사냐? 네가 운전해서 병원 다녀와라” “병원이 일산밖에 없냐? 꼭 거기까지 가야 하냐?” “이번엔 내가 데려다 주지만 다음엔 네가 운전하고 가라” 등등 병원에 데려다 주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아픈 아내 병원 데려다 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걸까. 계속 투덜대는 남편이 밉기만 했다. 연애할 때는 매일 출입처까지 와서 집까지 데려다 주던 사람인데, 결혼 후 저렇게 돌변하다니... 남편은 굳은 내 표정 때문에 억지로 병원에 데려다 주기는 했지만, 병원에 가는 내내 투덜댔다. 차 뒷좌석에 앉아 남편의 짜증 섞인 말을 들으면서 내 가슴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런 내 속에 기름을 들들들 부어 나를 폭발하게 만든 남편의 한마디가 있었으니...








“나 5월부터 주말엔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대학원 같이 다니는 형이 일요일날 야구를 한다고 하는데 나도 껴보려고..."

 

헉. 나는 야구 동호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남편은 주중에 육아에 많이 동참하는 편이 아니다.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으니 육아와 가사는 당연히 나와 시터 몫이라고 생각한다. (육아는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주면 훨씬 힘이 덜 들지 않는가!!) 한밤 중에 민규가 깨서 아무리 울어도 아이 한번 안아주지 않는다. 자신이 기분 좋을 때 아이들과 놀아주고 자기 일이 바쁘면 방에 콕 틀어박혀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내가 남편에게 큰 불만이 없는 이유는 내가 육아휴직 중이니 좀 더 육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시터가 없는 주말엔 남편이 확실하게 육아와 가사를 분담해주기 때문이다. 남편은 주말엔 하루에 두 끼 이상은 요리를 한다. 또 아이들 목욕부터 장보기,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많은 일들을 분담한다. 그런 남편이기에 난 주중엔 육아와 가사에 협조적이지 않아도 군소리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주말에 야구 동호회라니! 그것도 일요일 오전에 가겠단다. 오전에 야구를 하고 오면 오후엔 피곤해 누워있거나 잘 것이 뻔하다. 나 혼자 애 둘 건사하며 낑낑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애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고, 돌도 안 지난 아이가 있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여유있게 야구 동호회나 하겠다니 정말 얼마나 철없는 남편인가.

 

“민규 아직 돌도 안 지났어요!! 애 돌이나 지나서 야구를 하든지 뭘 하든지!!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이야. 없는 사람이야?”

 

야구동호회 얘기가 나온 뒤로는 나는 남편과 더 이상 대화조차 하기 싫었다. 그래서 창밖만 쳐다보며 병원에 가는 내내 침묵하면서 한숨만 푹푹 쉬었다. 남편 역시 내 냉담한 반응에 무안했는지 그 뒤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운전만 하고 갔다.

 





07e4b8e6d876a1b2b6444e48f86a8015. » 부부싸움 뒤 민지와의 시간을 좀 더 늘린 남편. 지난 일요일엔 아이들을 데리고 허준박물관에 다녀왔다. 옛 침통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남편과 아빠의 설명을 듣고 있는 딸의 모습. photo by 양선아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남편은 원래 기다리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이다. 또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예상 시간을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모든 일들이 이뤄져야지 조금이라도 시간이 오버 되면 화를 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쇼핑을 하러 가지 않는다. 함께 쇼핑을 하러 가면 이것 저것 물건을 둘러보지 못하고 사려 했던 물건만 사서 빠른 시간 내에 집에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남성이 그런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남편이기에 병원도 미리 예약하고 소요시간도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아 예약 시간보다 45분이나 늦게 진찰실에 들어갔다. (종합병원 예약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예약시간에 맞춰 진찰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진찰을 하고 각종 검사에 수납까지 하니 2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진찰을 끝내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남편에게 갔더니 남편의 인상이 좋지 않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속에서 남편은 내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화를 냈다. 

 

“어때. 만족해? 일산까지 와서 진찰하니 뭐가 달라? 예약 시간이라는 게 있는데 무슨 병원이 예약 시간보다 45분이나 늦게 진찰을 해주냐? 아... 정말 짜증나... 왜 이리 사람을 고생시키냐... 다음에 또 와야 한다고? 검사 결과 그냥 전화로 들으면 안돼? 너 이런 병원에 다시 오고 싶어? 오려면 너 혼자 와!!”



남편이 화가 났을거라 예상은 했으나,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하게 화를 냈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또 화가 났고, 화가 나니 말대꾸조차 하기 싫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나는 침묵했고, 그 뒤론 화가 나 아예 남편과 얘기조차 하지 않게 됐다. 대기 환자가 많아 늦은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남편 역시 뾰로통해져 있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밥상에 같이 앉지 않고 혼자 라면만 끓여 먹었다. 또 그 이튿날은 갑자기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뒤늦게 알았는데 대학원에서 엠티를 다녀왔단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너무 화가 난 나는 남편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쳇!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자기가 뭐 잘한 게 있다고 집에도 안들어와? 들어오던지 말든지. 흥! 지금 야구동호회를 못 가게 한다고 안 들어오는 거야? 야구동호회의 야 자만 꺼내봐라. 내가 가만있나. 정말 가만두지 않을 테야’

 

남편은 그 이튿날 새벽에 들어와 그날 내내 누워만 있었다. 술을 먹은 것 같았으나 나는 모른 체 했다. 우리 둘은 서로 계속 침묵으로 일관했다. 밥도 따로 먹고, 방문을 쿵쿵 닫으며 서로 시위하듯 지냈다. 그런데 애들을 재우기 직전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민규 코가 너무 막혀 코를 뚫어줘야 하는데, 누군가가 민규를 붙잡아줘야 할 상황인 것이다. 주말엔 아기를 봐주시는 이모님(베이비시터)이 없으므로 꼼짝없이 남편에게 부탁해야 했다.

 

“민규 좀 붙잡아요. 코 뚫게.”



나는 최대한 짧게,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

 

“싫어. 너 혼자 해.”

“혼자 못해. 붙잡아.” 

“왜 이래? 혼자 못한다고! 붙잡아!”

“너 혼자서 하라니까! 나 이제부터 아무것도 상관 안 할 거야. 너 네 맘대로 하고 살아. 내가 이 집에서 뭐야? 아무 것도 아니잖아. 4살짜리 딸한테 인사도 못 받고, 밥도 못 얻어먹고... 남편은 라면 먹는데, 넌 전복에 삼겹살에 잘도 먹더라... 내가 너한테 그렇게 대했어? 주말마다 밥 해주고 내가 이런 대접 받아야 하냐? 내가 일등 신랑감은 아니더라도 난 너한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살고 있어. 그런데 내가 이런 대접 받아야 하냐? 말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너 내가 뭘 얘기하면 듣기라도 하는 거야? 칼 쓰고 제대로 잘 넣어두라고 했지. 위험하다고. 애들 손대라기도 할까 봐 섬뜩하다고. 밥 먹고 밥그릇 설거지통에 넣고 물 넣으라고 했지? 도대체 왜 하나도 고쳐진 게 없어? 또 민지 인사 제대로 안하니까 인사 교육 시키라고 몇 번 말했어? 애가 아빠가 와도 멀뚱멀뚱 쳐다보고 지 할 일만 하는데 집에서 어떻게 교육시킨거야? 그냥 난 나대로 살테니까, 넌 너대로 살아라. 나는 어차피 가장, 남편, 아빠 대접 못받는 사람이니까. 나도 인간이야. 가장, 남편, 아빠로서 존중받고 싶은 사람이라고!! 요즘 바깥일도 안돼 죽겠구만, 집안에서도 날 이렇게 무시하네. 진짜 스트레스 받는다. 정말. 우리 그냥 서로 상관하지 말고 살자. 내 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데 서로 말할 필요가 뭐가 있어? 너 내 방에서 나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남편은 빈정대는 말투로 폭사포처럼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기가 막혔다. 화난 사람은 누군데, 누가 화내는지... 또 인사 얘기는 뭐며, 대접을 못 받는다는 말은 무슨 말인지....

 




침묵과 대화거부 오해만 부추길 뿐 

 

존중받고 싶은 남편, 이해받고 싶은 아내

 

로의 욕구 파악하고 차이 극복해야








남편의 얘기를 들으며 ‘뭔가 우리 사이에 큰 오해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애들을 재우고 남편에게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으나 남편은 거부했다. 남편과 대화를 통해 서로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풀고 싶었으나 이번엔 남편이 자기는 할 말 다했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대화를 거부하는 남편에게 나는 또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당신이 대화 거부했어! 나도 이젠 몰라. 당신 맘대로 하고 살아!”라고 소리치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나만 남편에게 화가 났고, 나는 남편에게 ‘완벽한 아내’라 착각하고 있었다. 애 둘 낳아주고 키워주고 남편 외조 잘하고 잔소리도 안 하고 나 같은 ‘좋은 아내’는 없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내게 쏟아낸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니 그동안 나도 잘못한 것이 많은 것 같았다.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남편도 내게 서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그동안 내게 쌓인 게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b5f3e412637b53292221d52ef64d3303. » 민규랑 놀아주고 있는 남편. 민규는 요즘 무엇이든 붙잡고 서려고 한다. photo by 양선아



남편이 나와 가족들에게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적신호였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가정이 화목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있고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남편에게 화가 나서 밥 먹으라는 소리를 하지 않은 것인데, 남편은 내가 끼니를 챙기지 않자 존중받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남편은 밥상은 꼭 여자가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사람은 아니다. 밥상은 하나의 예일 뿐이지 결혼 생활 전반에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서는 모든 생활의 중심이 아이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딸이 좋아하고 먹을 만한 반찬이 없거나 아들의 이유식 재료가 떨어지면 이른 아침이라도 시장에 가서 장을 봐오지만, 남편 먹거리나 끼니는 신경을 덜 쓴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보양식을 뭘 먹일까 생각하지만, 신혼 때 처럼 남편 건강을 챙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태어나니 내 머릿 속은 온통 아이들 생각 뿐이다. 남편은 언제나 나와 가족들을 위해 뭔가 해줘야 하는 사람이지, 내가 남편을 위해 뭘 해주겠다는 생각을 근래 해본 적은 없다.

 

또 칼 치우는 문제나 설거지통에 그릇 넣는 문제 등은 남편이 여러번 얘기했지만 내겐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생각되지 않아 그동안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난 칼도 잘 치웠고, 집안 정리도 그런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남편의 인식 차는 컸다. 이번 부부싸움을 통해 우리 둘의 성격과 문화, 가치관 등에 차이가 있고, 그런 차이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라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좁혀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딸의 인사교육 문제도 나와 남편 인식 차이가 컸다. 나는 억지로 아빠에게 인사를 시키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때려서 윽박질러서 인사를 시키면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생각했다. 민지가 요즘 아빠랑 노는 시간이 부족해 아빠를 보면 서먹서먹함을 느끼는 것 같고, 또 아빠가 몇 차례 엉덩이를 때리면서 아빠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 아빠가 집에 돌아와도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차차 시간을 두면서 아빠랑 다시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고, 인사 교육은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딸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민지 아빠 생각은 달랐다. 어른에게 인사하기, 밥 제자리에 앉아 먹기, 자기 물건 정리하기 등 기본적인 것들은 때려서라도 윽박질러서라도 몸에 베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지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예의 없는 아이가 돼 밖에서 욕먹는 아이가 되고, 결국 부모가 잘못 가르쳐서 그렇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상황에서 민지가 아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내 영향도 컸다. 민지 아빠에게 내가 화가 난 상황에서 나는 남편이 바깥에서 들어와도 모른 체 했다. 또 민지 아빠가 없고 민지가 있을 때 시터 이모나 아는 동생에게 민지 아빠에 대한 험담을 마구 했다. (뒷담화라도 해야 답답한 속이 풀리지 않는가.) 딸은 그런 내 얘기를 다 듣고 있었고,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딸은 아빠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 것 같았다. 딸 앞에서 아빠 험담을 하거나 아빠에 대한 부정적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날 이후로는 딸 앞에서는 아빠 욕을 하지 않는다. 또 남편이 귀가하면 나부터 먼저 뛰어가서 “어서 와요”라고 인사하고, 민지에게도 “민지야~아빠 오셨다~인사 하자~”라고 했다. 또 남편에게는 민지와 보다 더 많은 스킨쉽을 하고 휴일엔 나들이를 많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민지는 요새 아빠는 물론 다른 어른들에게도 인사를 잘 하는 아이로 변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다. 이번 부부싸움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달았고, 남편의 또 다른 면모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남편에 대한 분노로 터질 것만 같았던 가슴도 차분해졌다. 그리고 남편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화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편을 존중하고 있다는 사실과 내가 남편에게 왜 섭섭했는지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북엇국과 남편이 좋아하는 고기 반찬을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여보~ 밥 먹자!!”라고 말했다.

 

남편도 마음이 많이 불편했을 것이다. 피곤한 표정이 역력한 남편은 내가 화해의 손을 내밀자 덥석 내 손을 잡았다.

 

“그래. 밥 같이 먹자... 화내서 미안해... 내가 요즘 예민해져 있어. 오늘 점심 먹고 벚꽃이나 보러 갈까? 바람 쐬러 가자.”

 

남편과 나는 같은 밥상에서 오랜만에 밥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듯 그날 벚꽃 구경을 다녀왔다. 남편은 존중받고 싶어했다. 나는 남편에게 이해받고 싶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존중과 이해,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부터 엇갈리고 있었다. 아마 부부싸움을 통해 이런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계속 문제는 커졌을지도 모르겠다. 부부싸움도 가끔은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부싸움 뒤 행동의 변화는 필수다. 남편은 야구동호회를 포기했고, 나는 아이 중심 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나 부부 중심 생활을 하려 애쓰고 있다. 또 남편이 말하는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노력한다. 그날 이후로 아직까지는 우리 부부 사이는 원만하고 화기애애하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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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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