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988d1322d79ae9198a8689bdf052f4.‘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정도의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데, 여기 우리집에는 ‘여아수독오거서’의 주인공이 있다. 두 돌배기 우리 아기가 그 주인공이다!!! (자랑질 아니니, 페이지 고정!^^)



우리 아기의 하루 일과는 책으로 시작하여, 책으로 끝난다. 이렇게 말하면 엄청 책 좋아하는 책벌레 같이 보이겠지만, 실상인즉 집에 놀거리가 궁하니 벌어진 일이다.



두돌배기 우리 딸의 ‘독서인생(!)’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백일 전후로는 책을 본다기보다 그저 만지고 물고 빨고 껴안는 ‘애무의 대상’이었다. 책을 제대로 맛(!)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돌 전후부터는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는(?) 난독(亂讀)과 무서운 속도로 책장을 훑고 지나가는 다독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었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기가 좋아하는 강아지, 닭, 꽃, 자동차를 찾아가는 선독(選讀)을 하더니, 곧 말문이 터질 것 같은 최근에는? 낭독(도통 무슨 소린 줄은 모르니 난독인가?ㅋㅋ)과 함께 책 속의 세상과 수없이 교신하고 접속을 시도하는 4차원 문학소녀(아직 소녀는 아니지만..^^)의 경지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책 속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든가, 책 속의 토끼에게 브로콜리를 먹인다든가, 책 속의 개구리를 먹는다든가, 책에서 누가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배꼽을 잡고 같이 웃는...^^



두돌배기 아기가 벌써 책을 좋아하고 감흥한다는 자랑질 같은 이 이야기가 오늘의 핵심이 아니다. 본론은 '책과의 전쟁'이다. 이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는 책벌레랑 같이 살고 있다보니 집구석은 늘 개판(아니 책판!)이다. 온갖 책이란 책들은 다 기어나와 있고, 집 구석구석에는 소가 똥 싸놓은 거 마냥, 책무덤이 빚어져 있다. 치워봤자, 순식간에 또 똑같은 상황이니,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책무덤 속에 살아간다.(졸지에 ‘책은 내 운명’이 됨!) 아무리 집을 통째로 아이에게 내줬다지만, 발 디딜 곳이 없는 집을 보고 있노라면 심란한 게 사실이다. 초월하고 살아가려고 마음 먹지만, 가끔은(잠시 잠깐이라도!) 집구석 깨끗한 꼴도 보고 싶다! 그래서 어느날 잔머리를 좀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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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딸내미가 하루 종일 지나간 궤적과 그 치열한 삶의 현장을 가능한 생생하게(!) 보존했다.(한 마디로 치우지 않는다는 말^^) 퇴근해 들어온 남편이 “뜨아...!” 하길래, “당신과 함께 이 꼬마 아티스트의 아방가르드적 팝아트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라고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말했다. 그리고 더 뻔뻔하게, 하지만 은밀하게, 이 거대한 아트피스의 철수를 남편과 그 본인(딸내미)에게 의뢰했다. ‘요즘 소율이가 책 꽂는 걸 좋아하더라구, 당신도 해봐~’ 이렇게 말하고 주방으로 휘리릭~사라졌다.



 bb66e2d185994e49a39d66d204442dfa.그 결과? 둘이 너무 재밌어 하는 거다.(유레카!) 둘이 포개고 앉아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는데...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이번에 새로 확인한 사실은 남편은 책을 읽는 것보다 치우는 걸 훨씬 잘 한다는 사실ㅋㅋㅋ 한 두번 해보더니 재미가 들었는지, 요즘엔 집에 오자마자 옷도 안 갈아입고, 딸내미와 함께 책을 꽂는다.



이렇게 책만 정리했을 뿐인데, 반짝(!) 청소한 느낌이 든다.(비록 고양이 세수 같은 청소지만...^^). 아이 역시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로 알고 즐기는 거 같고, 밖에서 나름(^^) 고급인력 행세(!)를 하다가 돌아온 남편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 대박인데... 이제는 슬슬 (습관) 굳히기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애 키우다보니 잔(!) 기술만 늘어간다. 헤헤^^ 그러나 잔기술도 기술! 연마하다보면 계속 는다. 정리해보면, 주로 아내가 선발로 뛰고 있는 가사노동과 육아 영역에서, 남편의 (기대되는) 역할은 ‘마무리 투수’가 아닐까 ?  '마무리 투수'는 시간(이닝) 대비 효과가 크고, 잘만 하면 세이브 뿐만 아니라 구원승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 시작해야하는 일보다는 마무리 하는 일, 지금 가장 절실한 일이 구체적으로! 주어져야한다. 그리고 우리집의 경우, 남편이 좋아하는 일(TV보기)과 같이 병행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 그런 좋은 예로, 목욕시키고, 잘 준비시키는 일(로션바르고, 맛사지할 때 TV보면서...^^), 기저귀 개기(역시 TV보면서^^), 분리배출(이건 TV보면서 안됨;;), 그리고 이제 하루종일 어지러놓은 책을 아이와 함께 정리하는 일(TV소리 들으면서;;;)이 추가되었다. 가끔(혹은 자주) 남편은 등판시기를 미루거나 아예 결장하기도 해서 선발을 애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의성만 없으면 눈 감아주는 편이다.(물론 속은 부글부글, 가끔 폭발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그 다음에 알아서 더 분발한다. 지금까지 남편의 세이브 실력은 그럭저럭 괜찮지만, 그래도 새삼, 남편에게 부탁하고 싶다. 난 완봉승할 실력도 안 되고(엄살 아님^^), 그렇게 혼자 이렇게 재밌는(?!!!) 게임을 독점하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고 싶지 않으니, 앞으로도 나는 선발, 당신은 구원투수로 팀웍을 잘 맞춰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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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30대 중반, 뒤늦게 남편을 만났다. 덜컥 생긴 아기 덕분에 근사한 연애와 결혼식은 건너뛰고, 아이 아빠와 전격 육아공동체를 결성해 살고 있다. '부자 아빠=좋은 아빠', '육아=돈'이 되어버린 세상에 쥐뿔도 없으면서 아이를 만났고, 어쩔 수 없이 '돈 없이 아기 키우는 신세'가 되었다. 처음엔 돈이 없어 선택한 가난한 육아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경험을 통해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어렴풋이 눈을 뜨 고 있으며, 지구에 민폐를 덜 끼치는 생활, 마을공동체에 재미를 들여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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