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7일, 성윤이의 세 번째 생일. 뽀로로 케이크까지 준비하며 두 번째로 성대한 생일잔치를 해주었다. 녀석이 태어난 지 벌써 2년. 괴로움보다는 기쁨이 훨씬 컸던 시간이었지만, 간혹 ‘남의 말’이 빚어내는 예상치못한 난관이 있었다.





157cd1295be7016ecde7b6e03a164977. » 눈으로 촛불을 끄는 차력쇼를 시도하고 있는 성윤이.



#1

첫돌이 되기까지 녀석에게 꽤 많은 예방접종을 맞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어떤 건 무료였고 어떤 건 유료였다. 뇌수막염, 로타바이러스, 폐구균 등 명칭만으로도 무시무시한데, 최대 10만원에 이르는 그 비용은 더 공포스러웠다. 잠시 고민했지만 ‘선택접종’이라는 이름으로 선택을 강요하길래 죄다 맞혀버렸다. 그냥 넘겼다가 혹시 그 병으로 고생하면 부모로서 느낄 죄책감은 감당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 한 켠에서는, 예방접종 지원도 제대로 못하면서 출산만 장려하는 국가를 향해 부아가 치밀었다. 일단 낳아만 놓고 건강하게 키우는 건 각자 알아서 하라? 육아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런 내용으로 정부를 성토했다. 그러자 한 선배가 하는 말. “태규씨 좀 극성이네. 난 그 주사 안 맞혔는데...”



#2

우리 회사 아무개 여자후배. 일명 ‘또만이 엄마’로 불리는데, 또만이는 녀석과 생일이 비슷했다. 고만고만 커가는 얘기가 재밌어서 둘이 한 번 만나면 어떨까 서로 궁금해했다. 그러던 차에 사내커플의 결혼식장에서 성윤이와 또만이가 조우했다. 긴장된 순간... 또만이는 성큼성큼 걸어와 성윤이가 물고있는 공갈 젖꼭지를 확 낚아챘고 성윤이는 앙~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조그만 녀석들이 벌이는 신경전에 낄낄대며 웃었고, 내 딴에는 재미있는 해프닝이라고 한동안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들려주었는데 어느날 한 선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애를 너무 과잉보호한 것 같네.”



#3

성윤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좀 늦다. 구사할 줄 아는 단어는 엄마, 아빠, 까꿍, 물, 이렇게 네 가지다. 내 어머니 말씀으로는, 성윤이는 나 어렸을 적보다 나은 거란다. 어머니 왈 “너는 만 네 살까지도 아무 말도 안했어. ‘재떨이 가져와라’ 이렇게 시키면 다 알아듣고 하기는 했는데... 동네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병원 데려가라고 할 때쯤 다행히 말문이 터졌지.” 나는 녀석의 말문이 늦게 트이는 것도 아빠를 닮은 거라며 느긋하게 생각했다. 녀석의 뒤떨어지는 언어발달 상황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떠들고 다닌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한 선배가 두어달 전쯤에 이렇게 물었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그래요?” 난 그냥 입을 다물었지만 그날밤 나의 손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영아 언어발달’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만의 육아 경험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경험한 기준으로 다른 아이와 그 부모를 판단한다. 자신과 다른 길을 가고 있으면 이상하게 보이는 법. 그럴 때 던지는 사소한 말 한 마디는 어린애 키우는 초보부모 가슴팍에 팍팍 꽂힌다. 내가 정말 극성인가, 애를 과잉보호했나, 말 못하는 우리 애한테 문제가 있는 건가... 짬짬이 시간 내어 사랑을 듬뿍 주자, 그렇다고 나약한 아이로는 키우지 말자, 조금 늦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있게 키우자고 다짐했건만, ‘남의 말’에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교육은 옆집 아줌마가 책임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두 돌을 채운 녀석은 다음달까지 3차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병원 예약을 하면서 아내한테 물었다. “성윤이 말하는 문제... 상담 한 번 따로 받아볼까?” “에이 됐어, 성윤이 밝고 맑게 잘 크고 있잖아. 조바심 내지 말자고.”

옆집 아줌마·아저씨들 때문에 생긴 걱정을 우리집 아줌마가 해결해주었다.

아줌마! 2년 동안 애 키우느라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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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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