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애들 예방접종도 제대로 지원 못하다고 툴툴댔지만, 그래도 생후 5년까지 6차례 검진을 보장하는 국민건강보험의 영유아 건강검진제도 만큼은 괜찮은 것 같다.

엊그제 두 돌을 맞이한 성윤이는 이제 3차(생후 18~24개월) 검진 대상자다. 기한은 생후 25개월까지, 그러니까 2010년 7월6일까지다.






5월 말, 나름 여유를 두고 우리 아이 주치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OOO소아과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한 달 전에 예약을 하란다. 마침 아내는 휴가를 내고 아이와 친정에 가려던 참이었는데, 그곳의 괜찮은 소아과에서 여유 있게 검진을 받겠다고 했다. 예약을 하라고 했더니 “그곳은 지방이라 예약이 필요 없을 것 같다”며 여유를 부렸다.

그런데 그곳도 1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했다. 다시 OOO소아과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7월13일까지 예약이 다 찼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떻게 안 되겠냐”고 사정을 하니, “글쎄요, 연기할 만한 아이들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일단 엄마들한테 연락을 해보고 연락을 줄게요”라고 했다. ‘성윤아빠’ 휴대폰 전화번호도 남겼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까 하다가 말았다. 전화가 오지 않음은,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간접적인 확인이라고 판단했다. 또 더 이상 ‘아쉬운 소리’도 하기 싫었다.

이제는 다른 곳을 물색해야 했다. 성윤이를 봐주시는 ‘이모님’이 추천한 동네 다른 소아과를 이번엔 출근길에 직접 찾아갔다. “영유아 검진 예약 좀 하려고 왔는데요.” “저희는 영유아 검진 안 해요.” 아, 모든 소아과가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영유아 검진을 수행하는 게 아니었구나.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했다.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들어가 집에서 가까운 건강검진 수행 의료기관을 검색했다. 소아과가 딸려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산부인과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서는 “예약이 필요 없다. 복불복이다. 사람이 없으면 빨리 할 수 있고 많으면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db3160fc02e5172db9e7685d48b37dee. » 우리집 육아의 '숨은 실력자' 성윤엄마.






우여곡절 끝에 0000산부인과에서 건강검진을 하게 됐다고 알리자, 아내는 말했다. “OOO소아과가 좋은데... 의사선생님이 성윤이도 잘 알고... 내가 다시 전화해볼까?” 나는 밑져야 본전, 별 기대 없이 그러라고 했다. 이내 메신저가 깜빡였다. 바로 다음날 오전으로 예약했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전한 간호사와의 대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선생님~ 영유아 검진이요, 미리 예약을 못해서 성윤이 예약을 못하게 됐는데요... 저 그 소아과밖에 안 다녀봐서, 다른 곳에 가기 싫어요. 2주전쯤에 예약 다 차서 안된다시며 확인해 보고 전화주신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태어나서 2년 동안 그 소아과밖에 안 다녔는데...” “호호호 그러게요. 여기만큼 검진 꼼꼼히 해주는 데가 없다고는 하더라고요. 그럼 잠시만요. 의사선생님 지금 검진 중이신데 제가 다시 알아보고 전화 드릴게요. (바로 전화와서) 성윤엄마, 내일 오전밖에 시간이 안 될 거 같아요.” 급하게 잡은 예약에 착오가 있었는지 간호사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단다. “성윤엄마 그날 안 되겠다. 조금만 늦춰주라... 퇴근하고 검진표 받으러 올 거면 데스크에 맡겨둘게요. 호호호.”



세 번의 예약상담, 한 번의 직접방문,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겨우겨우 마친 일을 아내는 고작 전화 한 통으로 끝냈다. 성윤엄마는 “난 능력자”라며 우쭐해했고, ‘무능한’ 성윤아빠는 절망해야 했다. 만약 내가 전화해 한 번 더 사정했어도 OOO소아과 예약이 가능했을까?

괜히 한다 그랬어, 그냥 나 몰라라 할 걸... 육아계에서 아빠는, 쪽수도 능력도 부족한 소수자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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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서른두살 차이 나는 아들과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이제는 함께 잘 놀고 있는 한겨레 미디어 전략 담당 기자.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친구 같지만 권위 있는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3년 간의 외출을 끝내고 다시 베이비트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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