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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이룸, 6개월)



‘아니, 요즘도 그런 기저귀를 써요?’



네 살 윤정이와 6개월 된 이룸이를 데리고 전철을 탔다가 환승역 벤치 위에서 이룸이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깜짝 놀라며 이렇게 얘기한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천 기저귀를

보고 하는 말이다.

세 아이 키우며 외출해서 기저귀 갈 때마다 이런 이야기, 참 많이 들었다. 그만큼 아이 키우며

천 기저귀 쓰는 것이 대단한 일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정작 천 기저귀를 쓰는 내게는 그다지

대수로울 게 없는데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늘 한결 같이 놀라고 감탄하고 신기해 한다.

하긴 나도 아이들 키우면서 젖 먹이는 엄마들은 많이 봤지만 집이 아닌 곳에서 천 기저귀 가는

엄마를 만난 일은 거의 없는 걸 보면 적어도 기저귀만큼은 종이 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모양이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집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천 기저귀를 기피하는 것은 퍽 아쉽게 느껴진다. 천 기저귀가 좋은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첫 아이를 천 기저귀만 사용하는 조산원에서 출산한 까닭에 육아의 처음부터 천 기저귀가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아이를 낳기 전부터도 꼭 천 기저귀를 쓰리라고 결심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아이가

소중하기 때문에 아이의 몸에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편리함이야 종이 기저귀를 따라갈 수 없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종이 기저귀가 얼마나 안 좋은 것인지 알게 된다.  몇 번씩 오줌을 누워도

보송보송하다는 종이 기저귀 광고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들이

들어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오줌 냄새도 잡아 주고, 모양도 예쁘고, 좋은 향기도 나고, 천 같이

느껴지도록 감촉을 좋게 만든다는데 내게는 이 모든 것들이 수많은 화학 성분들의 조합, 그 이상은

아니다. 아이의 가장 소중하고 민감한 곳에 사용하는 물건인 기저귀가 화학약품 덩어리라면

당연히 아이들의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종이 기저귀를 만드는 회사들은 다양한 장점들을 열거한다. 흡수력이 좋아 몇 번을 싸도 괜찮기 때문에

아이가 잠을 푹 잘 수 있다거나, 천연 성분의 로션으로 겉을 처리해서 아가들의 피부에도 좋다거나

아이의 몸에 꼭 맞는 설계로 아이들의 움직임도 편하고 자유롭다거나 하는 선전들에 열을 올린다.

그렇지만 오줌을 다섯 번이나 싸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는 아이와, 오줌 몇 방울만 묻어도

바로 불쾌함을 느끼고 갈아달라며 표현을 하는 아이 중에서 과연 어떤 아이가 더 건강한 것일까.

아이가 오줌을 다섯 번이나 싸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계속 잠을 자는 것을

엄마들이 과연 기쁘게 환영해야 하는 일일까?



천 기저귀를 쓰는 엄마들은 안다. 기저귀가 조금이라도 젖는 것을 아이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느끼는지

말이다. 가끔은 ‘이 정도면 그냥 좀 더 차고 있어도 좋겠구만…’ 싶은 때도 있을 만큼, 아이들은

조금만 젖어도 바로 신호를 보낸다. 엄마의 수고야 더 커지겠지만 자기 몸의 감각에 대해서 아이들이

표현하는 그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이 난 늘 기특했다.

좋고 싫음, 불편하고 편안함의 차이를 아이들은 기저귀를 통해 언제나 정확하게 내게 표현했다.

기저귀를 가는 일은 내게 그만큼 더 많이 내 아이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세 아이 키우면서 100% 천 기저귀만 쓴 건 아니다.

첫 아이 때는 외출이나 여행갈 때는 종이 기저귀를 써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둘째 윤정이를 낳고서는

천 기저귀만 썼다. 외출할 때도, 여행갈 때도, 강릉 시댁에 며칠 다니러 갈 때도 천 기저귀만 챙겼다.

써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땐 삶지 않고 비누로만 빨아서 널어도 괜찮았다.

손으로 빨아 널어도 다음날이면 꾸덕꾸덕 말라 있어서 많이 가져갈 필요도 없었다. 땀띠로 고생은 했어도

윤정이는 기저귀 발진이 필규보다 덜 했다.

생각을 바꾸는 건 저항이 크긴 하지만 한 번 바꾸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출할 때 비닐 몇 장만

챙기면 되는 일이었다. 여분의 기저귀 커버와 갈아 입힐 옷만 챙겨서 다니면 밖에서 똥을 치울 일이

생겨도 크게 당황할 일이 없었다.



올 해 1월에 태어난 셋째 이룸이는 백일 가까이 낮밤이 바뀌어 퍽 애를 먹었다. 잠 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밤에는 도저히 천 기저귀를 갈아 줄 수 가 없어 종이 기저귀를 사용했다.

그렇지만 수면 패턴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일정한 생활리듬이 생기면서 종이 기저귀를 치웠다.

지금 이룸이는 천 기저귀만 사용하며 키우고 있다. 오빠 때 이미 주변에서 물려받아 사용했던

기저귀들은 윤정이까지 쓰면서 어지간히 낡아 버려서 이룸이를 위해서는 결혼할 때 함에 들어있던

소창을 이용해 새 기저귀 몇 벌을 만들기도 했고, 한 아이만 키운 엄마들에게 새로 얻기도 했다.

덕분에 이룸이는 보들보들하고 넉넉한 천 기저귀를 여유있게 써가며 자라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천 기저귀를 쓰면 알게 된다.

기저귀에 받는 아이의 똥이나 오줌은 결코 지저분한 오물이나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오줌은 오줌대로 물에 헹구어 빨고, 똥은 변기에 털어 내고 남은 것들은 칫솔로 긁어내어 비누질 해서

삶는 과정은 올올이 아이의 몸에서 나온 것들을 들여다보고 냄새맡고 아이의 속 건강을 알아가는 일이다.

몇 번을 싸도록 갈지 않고 있다가 불룩해질 때에야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 것으로 갈아주는

1회용 기저귀에선 아이의 똥이나 오줌은 그저 버려야 할 오물이 되 버린다. 아이의 몸에서 나온 것들과

엄마는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는다.

아무데서나 버려지고, 또 새 것으로 갈면 그뿐이다.

천 기저귀는 다르다. 아침 똥과 점심 똥이 다른 것도, 이번엔 오줌이 적고 다음번엔 푹 젖도록 싸는 것도 알 수 있다.

똥이 조금 단단하다 싶으면 빨면서 만져보기도 하고, 똥 색이며 똥에 섞여 나온 음식물들도 낱낱이 볼 수 있다.

내 아이의 몸에서 나온 것이 더러울리 없다. 그저 잘 먹고 잘 싸 놓은 기특한 흔적일 뿐이다.

기저귀는 깨끗하게 빨아서 말려서 개켜서 다시 채운다. 새 기저귀는 금방 젖고 또 갈아준다.

모든 것들이 돌고 도는 순환이다. 아이는 자연의 순리대로 먹고 싸고 놀면서 쑥쑥 자란다.



최근에 개봉한 ‘노 임팩트 맨’이란 영화는 뉴욕에 사는 한 가정이 지구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삶을 시도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외동딸은 또래 아이들 중 유일하게

유기농 천 기저귀를 쓰며 지냈다고 한다. 그 영화의 내용 중에 아이 하나가 24개월간 사용하는

종이 기저귀가 약 4천 개가 넘는다는 통계가 나온다.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태우면 유독가스가

나오는 종이 기저귀를 한 아이마다 4천여 개씩 사용한다니, 지구 위의 수많은 아이들이 매일

내놓는 종이 기저귀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것들은 다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난 대단한 환경 운동가도 아니고, 일상에서 철저한 실천을 하는 열혈엄마도 못 되지만

적어도 이 지구 위에 내 아이가 사용하고 버리는 종이 기저귀만이라도 덜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럽다.



아이 키우는 일, 참 힘들다.

종이 기저귀를 써도 힘든데 천 기저기까지 쓰라고 하면 아이 못 키우겠다고 말하는 엄마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시절도 금방 지나간다. 수고와 정성은 더 들겠지만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천 기저귀에 베어 있는 엄마의 사랑과 정성까지 같이 입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한 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아이가 너무 소중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고, 더 많이 가르치고 싶고, 더 귀한 것을

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 바로 그 마음만 있으면 되는 일이다.



며칠 동안 큰 비가 지나갔다.

장마 지나면 폭염이 온다고 걱정이지만, 더워도 낙은 있다. 바삭하게 금새 바르는 기저귀들을

걷으며 더운 게 선물이기도 하구나…. 고마워할 것이다.



기저귀를 갠다.

네 귀퉁이 반듯하게 펴서 이쁘게 접어 둔다. 사랑스런 내 아이를 감싸줄 소중한 기저귀마다

건강하게 자라라…. 내 기도까지 같이 새긴다.

맘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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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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