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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깽이 모드의 딸

 

(새 글을 안올리는 동안 만 8개월이 된) 딸이 컨디션이 제일 좋을 때는 자기 직전, 아니 자야할 시간 직전이다. 순전히 나의 추측이지만 딸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을 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침대 위에 세 가족이 나란히 누우면 딸은 깔깔대면서 침대위를 토깽이처럼 뛰어다닌다. 엄마에게 치댔다가, 아빠에게 치댔다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서 돌아다닌다. 딸의 이런 흥겨운 ‘부비부비 타임’이 언제까지인지 테스트해본 적은 없다. 아내와 나는 이러다간 밤새겠다는 생각에 오후 7~8시쯤엔 잠을 재우려고 시도한다. 딸이 순순히 잠들진 않을 터.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딸은 원래 누워서 잠을 안잤다. 아마 유단백알러지로 하루종일 울 때 버릇이 들어서인지 아기띠에서만 잠을 잤다. 그렇게 자다가 웬만큼 잠이 들었다고 판단됐을 때(보통 한시간 정도?), 슬며시 침대에 내려 놓는 식으로 잠을 재웠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려놓는 순간 깨서 엄마 아빠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는 젖을 물렸다. 그렇게 되다보니 이게 완전히 습관이 되버렸고,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건지 30분~1시간마다 뒤척이다가 깨서 울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피곤했던 아내는 또다시 젖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하룻밤새 약 예닐곱번씩 깨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면교육이라는걸 해보겠다고 했던 적이있다. 수면의식이라는게 중요하다기에 얼굴도 씻겨보고 음악도 틀어줘 봤지만 아이의 눈동자는 또렷해져 놀아달라고 배시시 웃었다. 첫잠이 빠지는 것도 중간에 깨는 것도 모두 문제여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어렵기만 했다. 각종 육아서적에 쓰여있는 것처럼 ○○할머니의 육아법대로 ‘안아주기 눕히기’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딱 한번 성공했을 뿐, 그 뒤로 목이 쉬도록 울어가는 딸의 모습이 안타까워 시도도 못했다.


 

한번은 밤중수유가 문제인가 싶어, 아내 없이 딸과 둘이 잠을 청해본 적도 있다. 팔뚝 위로 안아서 흔들어주다가 잠이 들락말락 할때 잽싸게, 은밀히 바닥에 누워서 재우는 그런 방법. 재우는덴 성공했지만, 역시 등이 닿는 순간 울어재꼈고, 두어시간 마다 깨는 것도 여전했다. 이제 자기힘으로 앉기 시작하면서 자다가 갑자기 앉아서 울기도 했다. 온·습도의 문제인가 싶어 잠옷도 바꿔 입혀보고, 빛공해 때문인가 싶어 암막커튼도 달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네모난 검색창에 ‘한시간마다 깨는 아기’로 검색했더니 같은 고민들이 주루룩 리스트가 뽑혀져 나왔다. 댓글을 열어보면 뾰족한 해결책이 아니라 “어머 우리 아이 얘긴줄 알았네요” “아, 저도 정말 죽겠어요” 류의 글부터 “힘내세요, 시간이 약이랍니다”라는 류의 글들이 보였다. 어떤 엄마는 “수면 교육 어떤거 해보셨어요?”라며  △노래를 틀어준다 △온습도를 맞춰준다 △절대로 젖을 먹이지 않는다 △인형을 안겨준다 △자기전에 목욕을 시켜준다 등등의 시도해봤으나 실패한 것들을 늘어 놓기도 했다.

 

혹시나 해서, 짧은 영어실력을 동원해 영어로도 검색을 해봤다. 미국 엄마들(인지 영어를 쓰는 엄마들인지 모르겠으나)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기의 잠 문제는 정말 만국의 부모들이 다 겪는 고민인 것이 분명하구나”하는 기대감에 댓글을 읽어봐도 미국의 소아과 의사·전문가들도 한국 의사들이나 전문가와 마찬가지 해결책을 제시할 뿐이었다. 결국 암만 검색해 봐야 정답이 없다는걸 깨닫게 됐다.


 

딸도 딸이지만 엄마가 골병드는게 더 큰 문제였다.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는 아내는 한시간마다 깨는 9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아기를 안을 힘이 갈수록 떨어져갔다. 내가 아예 데리고 자면 좋겠지만, 3일에 한번씩 밤 12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기 시작한 뒤론 그 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예민한 딸과 달리 아빠는 등만 대면 숙면을 취하는 스타일이어서, 딸이 깼을 때 못깨는 일도 종종 빚어져, 아내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도 있다.


 

여튼 그렇게 무서운 밤들이 계속 지나고 있다. 아내와 “이제 잠만 잘 자면 정말 완벽한 아기인데”라며 “누가 밤에 제대로 재워만 준다면 일만냥도 아깝지 않겠다”는 한탄 섞인 농담만 매일 늘어 놓는다. 다행히도, 아이가 잠을 잘 안자는 문제 때문에 발육이 늦거나 하진 않는 것 같다는 점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거기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짧은 팔, 유연한 다리로 “이제 그만 자고 나랑 놀자”며 엄마 아빠를 툭툭치고 배시시 웃는 딸의 모습 역시 위로 아닌 위로라 하겠다.

 

 

그런데 정말 없는걸까? 우리 딸에게 숙면을, 우리 부부에게 밤을, 우리 가족에게 평화를 선사해줄 그런 ‘신의 내린 묘책’은 정녕 없는 것일까.

 

##간만에 포스팅하는 김에 사진 몇장 투척합니다~ 우리딸 이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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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기자
포스트모던을 바라보고 있는 시대에 전근대적인 종갓집 종손으로 태어나 모던한 가족을 꿈꾼다. 2013년 9월에 태어난 딸을 키우며 유명한 기자보단 사랑받는 아빠·남편·아들이 되는 것이 삶의 목표. 회사에서 2분 거리인 자택에서 딸에게 재롱떠는 것이 삶의 낙. 2010년 <한겨레>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편집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메일 :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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