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82e290737ab2c446bd0e479b320a05. » 방긋방긋 잘도 웃는 민규. 곰돌이 인형 속에 있으니 영락없이 곰돌이다.












아기가 태어난 뒤 엄마들이 느끼는 기쁨은 순간이다. 밤잠 설치면서 젖을 주고 수시로 울어대는 아이를 안아주다 보면 엄마들의 어깨 허리 다리 온 몸은 안 쑤신 곳이 없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라는 어른들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실감하곤 한다. 특히 신생아는 낮과 밤이 뒤바뀌거나 젖을 자주 먹고 많이 울어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며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고 새긴다. 태어나서 100일 정도 되면 수유 간격도 어느 정도 벌어지고 낮과 밤이 뒤바뀐 애들도 제 리듬을 되찾아가고, 출산하면서 급격한 몸의 변화를 겪은 산모의 몸도 어느 정도 회복되기 때문이다.






첫째 민지를 키울 땐 난 정말로 ‘백일의 기적’을 체험했다. 생후 2개월 무렵 됐을 때부터 민지는 낮과 밤이 바뀌면서 내 체력을 시험하듯 밤을 꼬박 새곤 했다. 낮에는 천사처럼 쌕쌕 잠도 잘 자던 녀석은 밤만 되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계속 안아달라 울어댔다. 새벽 3시까지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으나, 새벽 5시를 지나 아침이 다가오는 듯 하면 내 눈꺼풀은 천근만근이 됐고, 사랑스런 아기가 ‘웬수’처럼 보였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어느 날, 초보 엄마였던 나는 너무 힘들어 잠 안자는 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제발 잠 좀 자자”고 소리칠 정도였다. 회사 선배에게 전화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 하면, 선배 엄마인 그들은 “백일까지만 참아봐라.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고 용기를 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백일이 지나자 딸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낮과 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뱃구레가 작아 밤중에 자주 깨 젖을 먹었지만 젖만 먹고 잠들었다. 밤에 칭얼대지 않고 젖 먹고 바로 잠만 들어도 얼마나 고맙던지. ‘아,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백일의 기적이구나’라고 생각했더랬다.

 

둘째 민규는 사실 백일의 기적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순둥이 민규는 수유 간격도 3시간 정도로 잦은 편이 아니었고, 밤에 잘 자는 편이었다. 어떤 날은 4~5시간 쭉 자기도 해 신생아를 키우는 것 맞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안아달라고 보채는 경우도 많지 않고 모빌을 보면서 누워서도 잘 노는 편이다. 오히려 민규를 질투하고 엄마에게 강한 애착을 보이는 첫째를 돌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

 








61463806bea6b919e5e9cf006f152368. » 아들 백일 사진 찍으러 갔다 딸 사진도 덤으로 찍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우리 딸. 아이들은 잘도 큰다.






그런데 백일이 지나고 4개월이 지난 요즘, 순둥이 민규가 돌변했다. 잠자기 전에 잠투정이 심해졌고, 밤에 1~2시간 자고 일어나 젖을 먹으려 하고, 자다가 난데없이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다. 자주 깨는 날은 밤 9시부터 아침 7시까지 6~7번 깨는 날도 있다. 엄마랑 반드시 자야한다는 민지 때문에 민규는 현재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같이 자고 있다. 젖을 줄 때마다 이모 방에 가서 젖을 주는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밤중에 6~7번 다니다 보면 난 파김치가 된다. 몸이 힘든데다 민규랑 같이 자는 이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시는 모습에 내 맘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래서 하루는 민규와 민지를 양쪽에 끼고 잠을 자는 것을 시도해봤다. 그랬더니 민규 깨는 소리에 민지가 깨고, 민지가 잠꼬대를 하면 민규가 깨면서 애 둘 다 잠을 못 자는 것이다. 결국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고, 이모와 난 잠을 제대로 못 자 낮에도 해롱해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백일의 기적’이 아닌 ‘백일의 저주’라도 찾아온 것일까.

 

나름대로 이모와 내가 원인을 추측해본 결과, 백일이 지나면서 민규가 급속하게 자라면서 젖을 많이 먹으려 하는데 상대적으로 젖이 부족하거나, 아랫니 두 개가 쏙 머리를 내밀었는데 잇몸이 간지러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니면 백일까지 순둥이로 커온 민규가 ‘이제까지는 엄마를 편하게 해줬으니 나도 이젠 투정 좀 부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4b61d668d41c68a307dd1bf79783cfc2. » 저 토실토실한 젖살을 보라. 백일 때만 볼 수 있는 저 젖살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백일의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괴로움 속에서도 ‘백일의 기쁨’은 존재한다. 바로 얼마 전 찍은 백일 사진이다.






아이 둘을 데리고 이동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비용도 부담이 돼 백일 사진을 찍어줄까 말까 고민하면서 미루고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친정 엄마께서 “백일 선물로 비용은 내가 낼 테니 성장 앨범 찍어줘라“고 강력하게 권하셔서 찍게 됐다. 친정 엄마는 “젖살 오른 예쁜 모습은 그때뿐이고, 나중에 민규가 커서 누나는 백일 사진 찍어주고 왜 나는 안 찍어줬느냐고 널 원망할 수도 있다”고 설득하셨다. 하나뿐인 손자의 백일 사진을 꼭 보고 싶어하시는 친정 엄마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백일이 한참 지난  얼마 전, 우리 집 온 식구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행히 요즘 백일 사진은 정확히 100일 날 찍는 것이 아니고 아기가 엎드려서 고개를 들 수 있는 4개월 무렵에 찍는다고 한다. 민규의 백일 사진을 찍으면 가족 사진도 찍어주고, 평일에 촬영하면 첫째 아이 사진까지 찍어준다 해서 남편은 평일 반나절 휴가를 내고 동참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스튜디오에서 민규에게 여러 옷을 갈아입히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낯가림을 하지 않는 민규는 카메라를 보며 방긋방긋 잘도 웃어줬고 의외로 촬영은 쉽게 진행됐다. 촬영 중간에 잠이 온 민규는 젖을 맛있게 먹더니 스튜디오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한 번도 울지 않고 잘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점 또한 첫째와 다르다. 민지 때는 처음에 사진 찍으러 갔다 아이가 계속 울어대 못 찍고 두 번 째 가서 촬영을 했었는데 말이다. 역시 민규는 순둥이다! 제발 다시 밤에도 순둥이 모드로 돌아오기를!!)






사진을 찍으러 가기 전에는 핸드폰과 디카로 사진을 많이 찍는데 괜히 돈 낭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사진을 찍은 뒤엔 ‘우리 아들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우리 민규가 이렇게 잘 생겼나’ ‘우리 민지는 아가 모델해도 되겠다’하며 팔불출이 되어가고 있다. 역시 전문가들이 포착하는 아기 표정은 다르긴 달라도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이 정도니 손녀 손자 애지중지하시는 친정 엄마의 반응은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젖살 오른 볼 살과 통통한 팔 살, 터질 것 같은 허벅지, 그리고 해맑은 미소. 그것은 백일 사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훗날 아들의 이 사진들을 보며 난 아이와 살을 맞대고 젖을 주고 눈을 맞추며 행복해했던 시간과 밤잠을 못 자 ‘백일의 저주’를 받은 것은 아닌가 하며 괴로워한 시간까지 모두 좋은 추억으로 떠올릴 것이다. 민규가 다시 제 리듬을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백일 사진 속의 아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아들~백일까지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건강하게, 그리고 밝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사랑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2559566d7d122e28e3abea60585cd33d. » 우리집 가족 사진. 두 아이를 밝고 건강하게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백일의 의미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째 되는 날, 조상들은 이 ‘백일’의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생활이 궁핍하고 원인 모를 질병이 많았던 과거엔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따라서 생후 백일이 되면 첫 번째 고비는 넘긴 것으로 여겨 건강하게 잘 자랐음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백일잔치를 열었다. 특히 이날은 액운을 막는다는 붉은색의 수수팥떡과 흰 빛깔처럼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의 백설기를 이웃과 나눠 먹으며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딱 100일이 되는 날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 부부가 합궁을 하여 아이가 만들어진 것이 바로 1년 전 이날인 것. 엄마 뱃속에서 보낸 280일과 태어나 지낸 100일을 더한 380일에 배란일 15일을 빼면 정확히 365일이 된다. 따라서 백일은 단순히 생후 100일 된 날을 기리는 것 외에 아이가 생긴 지 딱 1년째 되는 ‘진짜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백일을 기점으로 아이는 여러 가지 신체 변화도 겪는다. 살이 오동통하게 오르면서 신생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띤다. 팔다리를 능숙하게 움직이며 손으로 사물을 잡거나 끌어당길 수 있다. 또 밤과 낮의 리듬이 생기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양선아 기자






백일 사진 잘 찍은 나만의 노하우

 

 1. 평소 아이 리듬을 잘 관찰해 촬영 시간 잡기 

아이가 먹고 놀고 자는 리듬을 잘 관찰해 촬영 시간을 잡자. 민규의 경우 오전 7시반~8시 반에서 일어나 수유 뒤 놀다가 9시 반~10시 정도 잠들어 오전 11~12시까지 잔다. 이 시간은 아이 컨디션에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에 촬영 시간은 이 시간을 피했다.  잘 자고 일어난 아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 리듬 잘 파악하는 것은 여러 모로 좋다.  

 

 2. 아이에게 카메라를 익숙하게 만들어주기

평소 아이 사진을 자주 찍고 스튜디오에서 사진 찍는 것처럼 앞에서 인형이나 소리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를 웃긴다면 아이 표정이 다양해진다. 아이가 카메라에 익숙하다면 자연스런 표정의 사진이 잘 연출된다.

 

 
3. 촬영 당일 목욕 금지, 컨디션 조절 잘 하기

아이들에게 목욕은 굉장한 신체 활동이다. 목욕하고 사진 찍으러 가면 피로해서 스튜디오에 가 푹 잘 수 있다. 촬영 당일 전날 목욕을 시키고 촬영하는 날엔 세수만 시켜 간다. 촬영 당일은 잠을 푹 재우고 잘 먹여 컨디션 조절을 잘 하고, 스튜디오에서도 혹시 졸려 하면 한숨 재우고 찍는 편이 낫다.  

 

 
4. 촬영할 때 적극적으로 아이 웃기기

엄마 아빠가 아이에겐 가장 익숙하다. 스튜디오에서 촬영 보조자가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 표정을 잡아내기 위해 아이를 웃기지만 잘 웃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엄마 아빠가 적극적으로 웃기면 아이는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웃어준다. 아이에게 익숙한 인형이나 장난감이 있다면 가져가는 것도 좋다.   

 

 5. 미리 스튜디오 홈페이지를 통해 찍고 싶은 콘셉트 잡아가기

스튜디오 사진을 찍는다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자기가 찍고 싶은 콘셉트를 잡아가면 사진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  

 

 6. 촬영 전 자주 엎드려 고개 가누는 연습 시켜보기

백일 사진의 백미는 엎드려 고개 든 모습. 촬영 일주일 전부터 자주 엎드려서 고개 가누는 연습을 시키면, 스튜디오에 가서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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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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