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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강원도 춘천-홍천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춘천 공지천 인근 공원에서 인라인스케트를 타는 두 딸과 남편.  








지난 연말 셋째아이 덜컥 임신…본의 아니게 다둥이 엄마 대열 동참



◆ … 이제부터 큰 맘 먹고 ‘고백’을 해야겠다. 지금껏 교묘히 숨겨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기도 하다. 무엇이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매우 중차대한 변화에 대한 고백이다. 향후 몇년간 내 인생을 뒤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힌트라면, ‘설마…’가 ‘사람 잡은 꼴’이라고 할까? 






◆ … 사실 올해는 공부를 좀 하고 싶었다. 안그래도 학창시절 맘껏(?) 해보지 못한 지적 욕구가 불끈불끈 솟아 오르고 있던 터였다. 더불어 이제는 둘째 아이가 엄마손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컸으니, 결혼 6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볼 요량이었다. 대학원 진학도 하고, 문화 생활과 여행도 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그동안 출산과 육아 덕분에 뒤로 밀려 있었던 나의 능력(?)을 회사에 보여주는 첫해로 삼자고 다짐했더랬다. (사실 직장맘의 고민과 희망은 다 같지 않은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나를 위한 자기계발을 하기, 회사에서 능력 인정받기.) 겉으론 내색 안해도, 회사나 선배들은 본의 아니게 내 임신 때문에 업무 공백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이런 불만을 갖지 않을까? “쟤는 왜 일 좀 할만 하면 임신하는 거야?”라고...





◆ …  지금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버렸다. 한순간에. 다 술(?) 때문이다. 지난 11월 중순 토요일 새벽녘, 역사(?)가 새로 쓰였다. 기대도, 예상도, 계획에도 없던 임신을 덜컥 했다. 아이를 애타게 고대했다면 모를까? 나도, 남편도 황당함에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더구나 첫째도, 둘째도 아닌 셋째다!(졸지에 난 애국자가 됐다...) 회사에서도 내 또래 중에 아이 셋을 임신한 사례는 내가 처음이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역시나 내가 셋째 임신의 첫 포문을 열었다. 특히 기자 직군 중에서는 ‘다둥이 엄마’는 더 희소가치가 있다고 한다. (워낙 출퇴근이 불규칙한데다 야근이나 휴일 근무도 많은 직업인 탓에...)






비록 딸 둘을 키우고 있었지만, 우리 네 식구의 일상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던 터였다. 남편과 큰딸, 나와 둘째딸이 한 패(?)로 뭉쳐친 상태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학관계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었다. 외출할 때도 나와 남편이 아이 한 명씩만 챙기면 되었고... 물론 아이를 하나 더 낳을 경제적 능력도, 마음의 여유도, 마음가짐도... 여튼 아이를 더 낳을 계획 자체가 없었더랬다. 당장 추가로 들어갈 양육비, 보육비는 어떻게 충당할 것이며, 식구가 느는데 낡고 비좁은 집과 차는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 … 임신사실을 알게 된 건, 하필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었다. 일주일 내내 회식이다, 송년회다 과음한 탓이었는지 몸 상태가 안 좋았다. 휴가를 3일씩이나 내고 쉬어야 할 정도였다.(그런데 여자의 직감이란 게 이런 것일까? 그렇게 끙끙대며 앓았음에도 약은 먹지 않았다... 휴~우) 그런데, 몸이 평소의 감기몸살 증세와는 조금 달랐다. 미열과 두통이 끊임없이 밀려왔다.(원래 난 입덧을 두통으로 한다. 4개월까지 미열을 동반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의사 말로는, 머리쪽으로 갈 혈액이 태아에 집중되면서 두통이 올 수 있단다.) 아차! 이제보니 12월 초에 있어야 할 손님의 방문이 없었다. 부랴부랴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해 확인했다. 선명한 두 줄!!! 가슴이 벌렁벌렁~! 순간 주저앉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 … “임신”. 내 말에 남편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운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어떻게 하지? 낳아야 할까?”라는 내 말에, “지금이 딱 좋은데...”라며 남편은 말끝을 흐렸다. 덧붙여 “좀 생각해보자.”는 말과 함께. 그리고 나와 남편은 그렇게 전전긍긍하면서 2011년 새해를 맞았다. 아무한테도 임신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첫째도 아니고, 둘째도 아니고, 셋째 임신사실을 공개하려니 창피함이 먼저 앞섰다. 더구나 당장 나부터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여부조차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사람들에게 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친정엄마한테 SOS를  쳤다. “어떻하냐... 아들이라면 모를까...” 엄마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셨다. 딸이면 고민하고 아들이면 낳아보라는 말인데, 성별이야 내 뜻이 아니라 하늘의 뜻 아니겠는가...









◆ … 그리고 4개월, 이제서야 임신사실을 고백한다. (지금 고백하는 건 그 사이 아이를 낳기로 확고히 결심을 했다는 의미다. 지난 4개월 사이 있었던 사건들은... 앞으로 조금씩 풀어놓도록 하겠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마음고생을 하는 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예정일은 8월 중순. 그러고 보니, 임신 6개월이 훌쩍 흘렀다.  벌써부터 초음파 촬영을 하면 한손을 들고 손짓을 한다. 발차기 실력(?)도 예사롭지 않다. 이제 배도 나올만큼 나와 더이상 임신사실을 숨길 수도 없는 상황. 지금까지는 나를 자주 보는 사람이나, 친한 동료를 제외하고는 꼭꼭 숨겨왔었다. (사실 지금까지 내 임신사실을 모르는 회사 동료도 있었을 것이다.) 내 임신 소식에 대한 반응은 겉으로는 “호호호~” “어머어머~”로 시작해 “축하한다”, “대단하고, 대견하다”였지만, ‘앞으로 어떻게 키우려고 그래?’ 하면서 나를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나와 친한 이들은 더욱 더 나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왜 안 그렇겠는가! 내가 봐도 내가 불쌍하다. 아이 셋 딸린 아줌마라...  이것으로 나의 파란만장한 청춘은 끝이란 말인가! 그리고 더불어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도 걱정이 한바가지쯤 된다. 앞으로 1~2년간 셋째 아이와 씨름하면서, 더불어 두 딸을 돌보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당장 우리 4인 가족이 유지해왔던 힘과 균형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깨지게 될지 두렵고 막막하고, 설렌다.






◆ … 지난해 8월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인 (나와 함께 베이비트리를 운영하고 있는) 양선아 기자는 베이비트리에 연재한 글에서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이런 조언을 했었다. “첫째, 계획임신을 하라. 둘째, 남편이 정신적 여유가 있는지 확인하라. 셋째,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적극 동참하기 전까지 절대 아이 갖지 마라. 넷째, 결혼생활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때 아이를 가져라.”라고 말이다. 아~아~아! 그런데 이 모든 것 중에 단 한가지도 충족된 것이 없다. 계획임신 아니요, 남편이 육아와 가사에 적극 동참할 상황도 아니요. 더구나 엄마가 정신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경제적 능력도 안된다. 선아는 둘째 임신이었지만, 내 경우는 셋째다...






◆ … 여튼 셋째 출산을 결심하고(어찌되었던 하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이 아닌가), 지금 열심히 뱃속에서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바라는 건 딱 하나뿐이다. ‘다른 것은 다 필요없다. 제발 건강하게만 태어나다오.’ 셋째 아이를 둔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 내가 반드시 묻는 말이 있다. 정말 셋째 키우는 것이 어떻냐고... 다들 이런 말을 하신다.  “셋째 정말 예뻐요. 낳아도 절대 후회 안할 거에요.” 베이비트리에 글을 연재하고 계시는 신순화님 역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는 말이 있다. “아이 둘 키우는 것과 셋 키우는 것은 천양지차다. 힘들긴 정말 힘들다”라고. 






“셋째가 정말 이쁘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럴까? 첫째, 둘째보다 더 예쁜 아이이길, 더 건강하길 (염치 불구하고) 바라본다.  (그래, 까짓것 30살에 결혼했으니, 40살까지. 앞으로 3년만 더 아이들을 위해 살자... 까짓것 40살 이후부터 내 인생을 즐겨도 어차피 살아갈 날이 더 많지 않은가! 하하하.)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한 필수조건’ 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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