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입양가족 모임(일명 ‘물타기 연구소’)은 작년부터
입양부모들을 위한 강좌를 몇 차례 진행했다.
강의 후 토론 시간에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건
눈물 짓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내 배로 낳아주지 못해서,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 받게 해서,
빈 자리를 채워주지 못해서…

 

이런 이유로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좀 더 생각해보고 싶었다.
입양가족을 ‘유사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입양부모들의 마음 속에서도
편견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입양가족 단체들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입양 관련 개정법률안의 내용 때문이다.
문제가 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양자가 된 사람의 친생부모, 친생조부모, 친생부 또는 친생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는 입양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혈육을 찾기 위해 정보를 요청할 권리는
입양인에 한정돼 있었다.
이를 입양 보낸 생부모와 그 가족에게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언뜻 보면 혈육간 만남을 위해 있을 법한 권리로 보인다.

 

그러나 이면에는 입양가족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전제가 깔려 있다.
입양가족은 퍼즐의 한 조각이 비어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언제라도 이른바 ‘진짜 가족’이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건강, 재산, 도덕성 등을 증명할 다양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법원심사, 가정조사 등을 거쳐야 한다.
생부모는 친권 포기의 의사를 분명히 하기 위해
공식적이고 엄격한 법 절차를 거친다.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렵게 입양이 성사된 후에도 입양가족은
언제라도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는 타인을 염두에 두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느 날 기관에서 연락이 온다고 가정해보자.
내 아이의 생부모 또는 그 가족들이 정보 공개를 요청한다는 거다.
아이가 미성년이면 부모의 동의를 거친다고 하니
고민 끝에 부모로서 거부했다고 치자.
이렇게 거부한 기록은 그대로 남을 테고
훗날 내 가족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될 것이다.
사실상 입양부모가 정보 공개를 거부하면서
자녀와의 관계에서 흔들림이 없기란 불가능하다.

 

다엘이 어렸을 때 나는 다엘의 생모와 연락이 가능한지
입양기관에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기관장은 다엘과 생모 양쪽 다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양자 간 만남이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들을 봐왔던 탓에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라고 한 것이다.

 

나도 이렇게 궁금한데 당연히 다엘도 커가면서 생부모가 궁금할 것이다.
사실 성년 이전이라도 다엘이 원한다면
입양기관을 통해 생모 쪽의 만남 의사를 타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체는 나와 다엘이 되어야 하고,
생부모나 그 가족은 우리의 요청에 수동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맞다.
만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만남의 주체와 성격이 중요한 이유는,
내 아이의 최소한의 안정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을 발의한 분들께 묻는다.
법의 기본 정신은 ‘입양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 했다.
생부모와 그 가족이 정보 공개를 요구할 때,
입양법의 기본 정신에 따라
그들에게도 입양부모의 자격요건에 준하는 검증을 하는 건 어떤가?

 

각종 약물, 범죄 전력에 대한 확인서, 
재산 및 신용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상세한 서류,
심신의 건강을 증명할 수 있는 진단서,
덧붙여 법원심사, 가정조사 등을 통해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선량한 시민임을 확인하는 검증 과정을,
생부모와 그 가족에게도 요구한다면
어불성설이라 할 것인가?

 

입양이란 약속.jpg » 입양이란 약속 ⓒ pixabay
 

혈육을 강조하며 생부모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
미혼모를 위한 복지의 바탕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혈연을 강조하는 이런 인식은 역설적이게도
입양가족뿐 아니라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


입양부모는 남의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이라 해서,
미혼모는 자신의 혈육을 저버린 이들이라 해서 백안시하는,
핏줄 강박에 사로잡힌 세태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외면한 채 법으로만 보장하는 권리는
입양가족에게나 생부모에게나 상처가 된다.

 

입양이 눈물의 씨앗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입양부모들부터 먼저 혈연중심주의를 돌아보고,
이를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대신
비판의 시각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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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딸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다시 비혼이 되었다. 이후 아들을 입양하여 달콤쌉싸름한 육아 중이다.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시민단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상담원이자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입양가족 모임에서 우리 사회의 입양편견을 없애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대안교육 현장의 진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메일 : juin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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