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이제 안 가면 안 된다.
몸이 꼬이고 짜증이 샘솟는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나와 바다가 온순해졌고
구부정하던 등이 펴지기 시작했다.
걷기만 했을 뿐인데, 그것도 아이들 데리고 정신없이 걸었는데
몸이, 정신이 달라지고 있다.
심지어 배에 살짝 근육이 잡히려고 한다.
가파른 언덕과 수많은 계단이 이제 전혀 힘들지가 않고
늘 무겁고 힘이 없던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렇게 체력이 좋아질 수 있다니!
두 아이를 돌보면서 여전히 헉헉대지만
정신줄은 잡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래, 정신이 좀 선명해진 느낌!
정신에도 근육이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산이 나를 살리고 있다.
나의 아이들을 살리고 있다.
지금 내 몸과 정신에 딱 필요한 힘을 주고 있다.
2015.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