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


이란 말, 쓰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엔 또 쓰고 말았네요.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정숙님 셋째 아가 태어난 일, 축하는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이슬님 첫 책 출간하신 일, 축하 못하고 지나면 안 되겠다 싶어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글을 업뎃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저는 뒤늦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온갖 쓴맛단맛을 다 보고 있는 중이라,

날마다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전혀, 너무 안 괜찮은데, 아이들이 있으니

무너지는 정신을 날마다 붙잡고 하루하루 버티며 삽니다.


띄엄띄엄,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보는데

그 속의 풍경처럼 40대의 삶은 쓸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행복하지도 않다."


라는 대사처럼,

내 삶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도 그런 것 같아요.

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름 열심히 내 주관대로 키운 것 같은데

그다지 눈에 띄게 성장하는 뭔가가 보이는 것 같지도 않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경쟁 구도에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드는 중에

내가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행복했나, 곰곰히 떠올려 봤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큰아이의 경우는, 학교 미술 수업으로 <옷걸이 디자인>이 있었는데

펭귄 모양으로 만들어 온 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엇던 일,

작은아이는, 아빠랑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라면 전문점에 다녀온 일을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데, 제목을 뭘로 할건데? 하고 물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라면을 먹었다!"

라고 대답해서 많이 웃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직관적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아이들다운 모습을 볼 때

나는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크기변환_DSCN8353.JPG
<딸아이가 중2 미술시간에 창작 디자인한 펭귄모양 옷걸이>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것을 재료로 삼아
글로, 미술로, 음악으로, 음식으로, 공간으로 디자인해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힘들 때도
아름답고, 의미있고, 쓸모있는 무엇으로
삶 속의 애환들을 바꾸어 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속에서 스스로 위로를 찾고, 주변과 나누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직장이라는 작은 사회 속의 일들을
나는 어떻게 디자인해 낼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자라, 나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어떨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주저앉았던 마음이 조금 일어나 앉으려고 합니다.
다시 정신차리고, 찬찬히 하나씩 나답게 디자인해 보자!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엔, 귀여운 펭귄 옷걸이처럼
"라면을 먹었다!" 같은 솔직하고 심플한 글 제목처럼
나답게 문제를 풀어가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삶을 디자인해 갈 수 있길 바란다면
엄마인 나부터 그에 어울릴만한 실력과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야겠지요.
언제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삶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육아가 고마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84538/1ba/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405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안양천 포도주 난동 사건 imagefile [2] 강남구 2018-03-26 11352
404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늙고, 아프고, 약한 존재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들 imagefile [2] 신순화 2017-02-16 11347
403 [즐거운아줌마의 육아카툰] [육아카툰64편] 요리꽝에서 요리왕으로 등극~ imagefile [10] 지호엄마 2017-02-14 11346
402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밭에서부터 시작하는 김장 imagefile [4] 신순화 2015-11-27 11335
»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아이 imagefile [4] 윤영희 2018-04-30 11325
400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아이와 취침 전 동화책읽기1 - 띄엄띄엄 아빠의 책읽기 imagefile 홍창욱 2014-11-24 11317
399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불편함과 마주하기, 다른 것과 함께 살기 imagefile [11] 케이티 2015-12-08 11310
398 [양선아 기자의 육아의 재발견]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선택권 주고 욕심 줄이고 imagefile [6] 양선아 2017-10-16 11295
397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내가 이름 지은 '밭'이 생겼어요! imagefile [6] 신순화 2014-03-18 11287
396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아침 길, 이야기 길 imagefile [6] 신순화 2016-03-16 11273
395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독일,오스트리아 연수이야기2-독일의 믿을수없는 저녁 imagefile [6] 홍창욱 2016-06-17 11272
394 [베이스맘의 베이스육아] 세이펜과 영어 교육 이야기 전병희 2014-08-20 11258
393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 부모님의 삶, 그리고 마무리 imagefile [20] 윤영희 2017-02-19 11254
392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그게 너거든. 그런데 그게 어때서. imagefile [4] 강남구 2017-03-17 11253
391 [뽀뇨아빠의 저녁이 있는 삶] 딸아이와 바닷가 자전거 타기 imagefile [2] 홍창욱 2018-05-16 11231
390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우리에게 둘째는 없다 imagefile [7] 케이티 2014-09-29 11227
389 [화순댁의 산골마을 육아 일기] [남편과 아이 놔두고 엄마들만 떠나는] 엄마 둘 딸 하나 제주도 프로젝트 시작! imagefile [7] 안정숙 2014-03-19 11227
388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82년생 김지영과 70년생 신순화 imagefile [4] 신순화 2017-08-01 11218
387 [강남구의 아이 마음속으로] '각.자.도.생' imagefile [2] 강남구 2018-08-19 11215
386 [이상한 나라의 케이티] 우리동네 맘스클럽 이야기 imagefile [6] 케이티 2014-07-25 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