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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거의 매일 보고 인사하던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웃음이 유난히 밝은 그 분은

바다와 하늘이를 참 예뻐하셨고 맛있는 음식도 자주 챙겨주셔서

만날 때 마다 고맙고 웃음을 주고 받을 때마다 행복했는데

어느 날 유방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고 하시더니

얼마 안 되어서 하늘로 떠나시게 된 것이다.

그 분이 딸과 함께 산책하는 것을 부엌 창문 너머로 늘 봤는데

하루가 다르게 걸음이 느려지고 자주 멈추시는 것을 보고 걱정은 했지만

돌아가실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 분의 부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 놀라 신음 소리를 내며 배를 웅크렸다.

'그렇게 쉽게 인사도 없이 가실 리가 없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 분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날은 마을에서 좋은 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는 날이었고

그 날 밤 우리는 모닥불이 피워진 가운데 모두 손을 잡고 춤을 추었는데 

춤을 추는 내내 그 분이 생각났고

그 분이 안 계셔도 우리가 여전히 이렇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다음 날도 초록빛이 가득한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분이 떠올랐고 마음이 자꾸 울렁거렸다.

그래서 그 분께 편지를 썼다.

‘편안히 잘 가셨어요?’ 하는 인사로 시작하는 긴 편지를.

편지를 써 나가면서 그 분의 죽음이 왜 나에게 이토록 강하게 남아 내 마음을 움직였는지 알 것 같았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삶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끝나기도 하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바쁘게 종종 거리고 화를 내냐고 하시는 것 같았다.

실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것이 최고로 소중한 일인데 

내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못 한다고 화를 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일상에 가득한 고마움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먼저 사랑을 해.’

 

그 분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이것 같았다.

착각과 욕심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사랑을 하라고.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내 마음에 그렇게 남아 계셨나보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두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그 분이

아직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나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질서가 잡히고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크고 있는 예쁜 모습들이 보이고 이 집이 소중하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

더 늦기 전에 알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엄마여서 이런 삶의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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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주
이십 대를 아낌없이 방황하고 여행하며 보냈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시골 대안학교로 내려가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지금은 두 딸 바다, 하늘이와 함께 네 식구가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살고 있다. 부모님이 주신 '최형주'라는 이름을 쓰다가 '아름다운 땅'이라는 뜻의 '지아'에 부모님 성을 함께 붙인 '김최지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베이비트리 생생육아에 모유수유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최형주의 젖 이야기'를 연재 완료하였다.
이메일 : vision323@hanmail.net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amjam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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